'미분양 구원투수' CR리츠 왜 안 나오나

HUG, CR리츠 심사방안 등
시행 세칙 완성 못해 '끙끙'

미분양 주택을 사들여 임대하는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 도입이 일정보다 늦어지고 있다. 애초 7월 말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내규 개정을 마친 뒤 CR리츠에 대한 대출 보증 지원에 나서기로 했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지체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시행사와 시공사를 비롯해 금융권 등 재무적투자자(FI)에 의해 출자·설립되는 CR리츠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임대하면 각종 세제 혜택은 물론 8월부터 대출도 지원해 주기로 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HUG는 최근 이사회를 열어 '담보대출(모기지) 보증' 지원 대상에 CR리츠를 명시하는 내규 개정을 단행했지만 세칙을 마무리 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기지 보증은 CR리츠가 미분양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을 때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도록 HUG가 제공하는 지원이다. 담보력이 약한 미분양 주택을 담보로 CR리츠가 금융권에서 대출받을 때 HUG가 보증을 서주면 신용이 보강되기 때문이다.

HUG는 내규 세칙을 통해 CR리츠의 신용도 심사 방안과 보증 지원 규모 등을 확정해야 한다. 하지만 10년 만에 도입하는 미분양 전용 CR리츠인 데다 과거보다 미분양 주택 규모가 훨씬 커 CR리츠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세칙을 정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말 6만2000가구에서 올해 6월 기준 7만4000가구까지 늘어난 상태다.

무엇보다 주택 경기 침체와 전세 사기 여파 등으로 HUG 손실 규모가 계속 불어나는 점도 부담이다.

올 상반기 HUG가 전세금 반환 요청을 해온 세입자에게 내준 돈(대위 변제액)은 총 2조42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조3347억원보다 53% 늘어났다. 당기순손실도 2022년 4087억원에서 지난해 3조8598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HUG 관계자는 "CR리츠 수요가 들어오면 이를 별도로 심사하는 세칙을 마련해야 전용 모기지 보증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CR리츠에 대한 세제 혜택은 최근 국토부의 관련 법 시행령 개정으로 확정됐다. 내년까지 취득하는 미분양 주택분에 대해서는 취득세 중과가 배제되고 종합부동산세도 취득 후 5년간 합산되지 않는다.

[서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