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년 병장' 조영재도 반란의 메달 쐈다! 남자 속사권총 은메달 쾌거, 한국 사격 역대 최고 성적 명중 [올림픽 NOW]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림픽 무대에서 하락세를 걷는 듯했던 한국 사격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미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따내며 역대 최고 성적으로 순항한 한국 사격은 조영재(25·국군체육부대)까지 메달 레이스 합류하며 이번 대회에서만 총 6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조영재는 지금까지 과소평가됐던 선수이기에 의미가 더 컸다.
조영재는 5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 결선에서 25점을 쏴 32점을 기록한 리웨홍(중국)에 이어 당당히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사격 선수 가운데 속사권총에서 메달을 따낸 것은 조영재가 최초다. 비록 아쉽게 금메달은 놓쳤지만 역사적인 쾌거라고 할 만하다.
남자만 참가하는 25m 속사권총은 초대 올림픽부터 정식 정목으로 채택된 유서가 깊은 종목이다. 그러나 한국 사격은 유독 이 종목과 인연이 없었다. 이번 대회도 그럴 것 같았다. 조영재의 세계 랭킹은 37위로 톱랭커와는 거리가 있었다. 역대 최고 성적을 내며 순항한 사격 대표팀에서도 이 종목은 다소 소외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조영재가 선전도 모자라 은메달을 적중하며 한국 사격 선수 역사상 첫 이 종목 입상이라는 역사에 남을 대업을 썼다.
25m 속사권총은 75㎝ 간격으로 배치된 5개의 타깃을 향해 빠르게 사격하는 종목이다. 말 그대로 속사다. 결선은 한 시리즈에 4초 내 5발씩을 사격한다. 총 40발을 쏴 순위를 겨룬다.
조영재는 이날 예선을 4위로 통과했다. 첫 5발서는 3점을 맞혔다. 순위는 4위였다. 두 번째 5발 사격에서도 3점을 명중했다. 선두권과는 2점 격차가 있었다. 감을 잡은 조영재는 가장 중요했던 세 번째 시리즈에서 분전했다. 타깃 5개를 모조리 명중시켰다. 세 번째 시리즈까지 순위는 공동 2위였다. 메달이 보이기 시작했다.
25m 속사권총은 첫 세 번의 시리즈, 즉 15발의 사격이 끝나면 5발을 추가로 사격할 때마다 한 명씩 탈락하는 엘리미네이션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한 번이라도 삐끗하면 곧바로 탈락할 위기에서 조영재는 강심장을 과시했다. 조영재는 엘리미네이션 제도 하에서 첫 5발 중 4발을 명중시켰다. 중간 순위에서 1위로 도약했다. 그 다음 4점을 더 보탰고, 다음 시리즈에서는 아쉽게 2발을 맞혔지만 그래도 2위를 유지했다.
마시모 스피넬라(이탈리아), 파블로 코로스티로프(우크라이나), 플로리안 페터(독일)가 엘리미네이션 시스템하에서 차례로 탈락했다. 조영재는 마지막 세 명에 남아 동메달을 확보했다. 조영재는 7번째 시리즈에서 5발 중 3점을 획득해 왕신제(중국)까지 밀어내고 최후의 2인이 됐다. 은메달에 확보되는 순간이었다.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 사격의 역사였다. 중간 순위는 24점을 기록해 1위 리웨홍에 3점이 뒤진 상태였다.
리웨홍이 실수를 한다면 조영재의 극적인 뒤집기도 가능했다. 다만 먼저 쏜 리웨홍이 5발을 모두 맞히는 괴력을 과시하면서 조영재의 마지막 5발 결과와 관계없이 은메달에 확정됐다. 조영재는 마지막 사격에서 1점을 추가하는 데 그쳤지만 조영재의 은메달을 위협할 선수는 없었다.
조영재는 말 그대로 깜짝 스타다. 이번 대회 이전까지 세계 랭킹은 37위에 불과했다. 근래 들어 기량이 급성장하며 이번 올림픽에서의 선전은 기대하고 있었지만 유력한 메달 기대주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올림픽은 첫 출전이었다. 큰 대회 경험이 많은 건 아니었다. 국가대표팀 선발도 올해가 처음이었다. 실제 조영재의 원래 주 종목은 속사권총이 아니었다. 공기소총에서 뛰던 선수였다.
그러나 한국체대 진학 후 속사권총으로 주 종목을 바꿨고, 무섭게 성장했다. 올해 대표 선발전 당시 591점을 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는 세계 신기록(593점)과도 큰 차이가 없는 호성적이었기 때문이다. 6명이 치르는 결선에 올라가는 것도 쉽지 않은 종목이지만, 조영재는 전날(4일) 열린 본선에서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하며 메달 기대감을 높였다. 최종 본선 성적은 4위였지만 1스테이지까지는 1위를 기록하는 등 이번 대회 컨디션이 좋았다. 그리고 그 컨디션과 집중력을 꾸준히 유지한 끝에 은메달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금메달보다 더 값진 은메달이었다.
조영재는 현재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병역을 소화 중이다. 이미 병장 계급장을 달고 있다. 전역 예정일은 9월 18일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도 고국으로 돌아가면 조기 전역이 기다리고 있다.
한편 조영재의 은메달로 사격 대표팀은 이번 파리 대회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를 확보했다. 이는 대표팀의 역대 최고 성적인 2012년 런던 대회(금메달 3개·은메달 2개)를 넘어서는 또 하나의 역대 최고 성적이다. 메달을 하나만 더 따면 런던 대회의 성과를 추월할 수 있었는데 사격 마지막 날 조영재가 시상대에 서면서 역대 기록이 만들어졌다.
시작부터 너무 좋았다. 분명 세계적 기량을 가지고 있지만 메달은 장담하지 못했던 한국 사격은 첫 날부터 메달을 따냈다. 공기소총 10m 혼성 경기에서 박하준(KT)-금지현(경기도청)이 은메달을 합작했다. 중국 조에 져 아쉽게 금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그래도 한국 사격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예고편으로 평가된다.
사격은 이후 오예진(IBK기업은행)이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 반효진(대구체고)이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수확하며 기대 이상의 레이스를 벌이기 시작했다. 오예진에 이어 김예지(임실군청)가 은메달을 수확하며 10m 공기권총에서는 금·은메달을 모두 차지했다.
김예지는 특유의 쿨한 사격 표정으로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 5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사격 월드컵 25m 권총 경기 영상이 역주행하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김예지의 영상에 깊은 감명을 받은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이자 엑스의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는 “액션 영화에 사격 세계 챔피언이 나온다면 멋질 것 같다. 김예지를 액션 영화에 캐스팅해야 한다. 연기는 필요하지 않다”면서 김예지 신드롬에 불을 붙였다. CNN, BBC 등 전 세계적인 언론들이 김예지와 한국 사격을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여기까지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를 확보한 한국 사격은 양지인(한국체대)이 여자 25m 권총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최고 성과를 향해 내달렸다. 그리고 사격 대회 마지막 날 조영재가 은메달을 획득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둔 채 기분 좋은 귀국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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