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세계짱은 나' 주문 외워 금메달 쐈죠
내 사격은 이제부터 시작
초심 잃지 않으려 노력할것
대회 후 파리 명소 관광중
이제야 올림픽 실감나네요
입문 3년만에 올림픽 신기록
역대 최연소 금메달리스트
◆ 2024 파리올림픽 ◆
"사격 경기가 열린 곳이 파리하고 많이 떨어져 있었거든요. 파리에 와서 에펠탑도 보고, 많은 교민을 만나서 인사하니까 파리올림픽이 열리는 게 제대로 실감 났어요."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메종 드 라 시미에 조성된 코리아하우스에서 만난 사격 국가대표 반효진(16·대구체고)은 파리 명소 관광에 설레는 여고생이었다. 파리올림픽 사격 경기가 열린 샤토루는 파리와 약 320㎞ 떨어져 있다. 무엇보다 올림픽 준비에 바쁜 나날을 보냈던 그는 금메달을 획득하고서 누구보다 행복한 여름방학을 파리에서 보내고 있다.
고교 2학년생인 반효진은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스타로 떠올랐다. 2007년 9월생인 그는 파리올림픽에 나선 한국 선수 143명 중 최연소로 개막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선수단 막내였지만 지난달 29일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슛오프 끝에 금메달을 따냈다. 반효진의 금메달은 다양한 기록도 낳았다. 한국 선수단 하계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이었고, 올림픽 사격 역사상 최연소 금메달 기록을 세웠다.
반효진은 "올림픽이 끝나고 친구와 지인들에게서 모바일 메신저 메시지와 문자가 100통 이상 왔다. 많은 축하를 한꺼번에 받았다. 메달을 딴 지 일주일이 됐는데 지금도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답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 7월 사격을 하던 친구의 권유로 사격 선수가 된 반효진은 입문 3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까지 따낸 성과가 여전히 꿈만 같다. 반효진은 "내 메달이 다양한 기록을 세웠다고 해 영광이었다. 한국의 100번째 하계올림픽 금메달이었던 것은 경기가 끝나고서야 알았다. 내 이름을 기록에 새길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금메달을 획득한 뒤 한국에서 화제가 된 사진도 반효진은 신기하게 바라보는 눈치였다. 반효진이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각종 커뮤니티에선 과거 반효진이 훈련 중 '어차피 이 세계 짱은 나다'고 적은 접착식 메모지를 노트북에 붙인 사진이 올라왔다. 자신감과 패기를 보여준 이 문구에 대해 반효진은 당시 상황을 밝혔다.
반효진은 "지난해 고1 때 전국체전을 앞두고서 개인적으로 운동이 잘 안 될 때였다. 그때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 나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려고 적은 문구였다"면서 "그게 이번에 화제가 됐다고 해 신기했다"고 웃어 보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이고 당당한 마인드는 '사격 국가대표' 반효진을 크게 성장시켰다. 반효진은 올림픽을 앞두고 "대회에서 원하는 결과가 안 나와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경기가 내 인생 마지막 대회도 아니고 열 번은 더 뛸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힘든 순간을 극복했다"고 말했다. 경험 부족에 대해서도 그는 "모든 대회에 나가 경험을 쌓는다고 생각하면 가벼운 마음으로 뛸 수 있다. 경험이 없는 게 단점일 수 있지만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 말대로 반효진은 처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대형 사고'를 쳤다.
반효진은 "올림픽 금메달을 딴 것보다 결선에 올라간 것만으로도 이번 올림픽은 내게 100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본선에서 60발 합계 634.5점을 기록해 이 종목의 올림픽 본선 신기록을 작성한 바 있다. 반효진을 비롯해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의 오예진(19), 여자 25m 권총의 양지인(21) 등 어린 선수들이 금메달을 획득한 사격은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효자 종목'으로 떠올랐다. 반효진은 "경험 많은 선배들 조언을 잘 듣고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사격이 메달도 많이 따고 세대교체가 잘 이뤄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으로 올림픽을 준비하고 금메달을 따기까지 또래 친구들이 누릴 수 있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그만큼 반효진은 올림픽이 끝난 뒤 귀국하고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로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효진이 딱 하나 누리고 싶은 것이 있었다. "평소 좋아하는 마라탕을 꼭 먹고 싶다"고 말했다. 마라탕 얘기를 꺼내자마자 그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환해 보였다.
누구보다 화려한 올림픽 데뷔전을 치렀지만 반효진은 겸손한 자세로 더 큰 꿈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다음 올림픽에 나설 때는 어떤 메달을 따든 상관없다. 기본만 생각하고 기초를 더 탄탄하게 다져서 다음 올림픽엔 더 강한 선수가 돼서 나가고 싶다"면서 "언제나 초심을 잃지 않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파리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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