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월요일’ 한국 증시…하루 만에 235조원 시가총액 날아갔다

코스피가 장중 2400선 아래로 급락하기도 한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2441.55에 코스닥은 691.28에 거래를 종료했다. 한수빈 기자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가 5일 아시아 증시를 덮쳤다. 코스피 지수는 8% 넘게 급락했다. 200포인트 넘는 일일 낙폭은 역대 최대치다. 일본과 대만 등 아시아 증시도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열고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여건에 비해 과도하다”며 “필요할 경우 시장안정 조치를 즉각 취할 수 있는 준비태세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234.64포인트(8.77%) 떨어진 2441.55에 장을 마쳤다. 하락률로 비교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24일(-10.57%) 이후 16년만에 최대다. 코스닥 지수는 같은날 전거래일 대비 88.05포인트(11.3%) 하락한 691.28에 마감하며 700선이 무너졌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코스피에서는 하루만에 192조원, 코스닥에서도 43조원이 증발됐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합쳐 하루만에 235조원이 날아간 것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 효력정지)와 서킷 브레이커(일시 거래정지)가 동시에 발동된 것도 약 4년 5개월만이다. 국내 증시에서 두 제도가 동시에 발동된 건 2020년 3월 이후 역대 세번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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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폭락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전장보다 4451.28포인트(12.4%)나 급락한 3만1458.42에 마감했다. 종가 낙폭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이며, 하락률로는 1987년 10월20일(14.9%) 이후 역대 두번째다. 대만 가권지수는 전장보다 8.35% 하락해 역대 최대 하락폭과 하락률 기록을 경신했다.

환율도 증시 급락으로 변동성이 커졌다. 원·달러 환율은 서울외환시장에서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전날보다 3.6원 오른 1374.8원을 기록했다.

이날 하락은 3일(한국시간) 밤 발표된 미국의 실업률이 예상치(4.1%)를 상회한 4.3%를 기록하는 등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진 여파다. 중동에서의 긴장이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의구심도 겹치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주가 하락폭이 커졌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경기가 골디락스니까 주가 상승이 정당화됐지만 의심이 생겼고, 일본과 미국의 금리차가 축소돼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회수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중동 전쟁 영향까지 겹쳤다”며 “어느 변수가 더 빨리 해소되냐 많이 되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