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황 칼럼] 출구 없는 정치적 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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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이렇게 꼬인 적이 있는가 싶다.
이런 사활적 싸움에 팬덤까지 결합된 지금의 정치는 총만 들지 않았다뿐이지 내전과 다를 게 없다.
정치적 내전의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관행도 상식도 파괴되고 있는 지금의 정치문화가 얼마나 국민을 가르고, 극단적인 결과와 해악을 낳을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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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과 상식 파괴 정치 악순환
국민 가르고, 극단적 결과 우려
정치가 이렇게 꼬인 적이 있는가 싶다. 마주 보고 달리는 차량에서 누가 먼저 나가떨어지는지 만용을 시험하는 양상이다.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현저한 힘의 불균형 속에 완력을 가진 야당 권력이 앞뒤 돌아보지 않고 무한 대결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 과거 국회에서 보였던 여야의 가치 경쟁 수준은 애교에 불과해 보인다. 견제와 균형을 논할 바가 못되는 정치 교착 문제는 가치나 이념 경쟁을 넘어서 있다.
방송 4법과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쟁점 법안이나 특검법의 반복적인 야당 단독 처리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무한궤도를 도는 듯 끝이 없다. 한두 번이면 모를까 이제 크게 의미를 두기 어려운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만 벌써 15차례고, 얼마나 더 늘지 알 수 없다. 민주화 이후 유례 없는 거부권 남발이지만 이승만 대통령 시절 기록한 45차례도 지금 국면에서 깨지는 건 시간문제다. 이런 대결 정국에 대화나 타협을 논하는 일 자체도 여야 스스로 무의미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지난 19대 후반기 여대야소 정국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가 필수적인 국회선진화법을 들어 경제활성화법 등 박근혜 정부와 여당 주도의 각종 입법 상정 압박에 "내가 성을 바꾸지 않는 이상 직권상정은 없다"고 의회주의를 지키기 위한 결기를 보인데 비춰 민주당 출신 우원식 의장은 국회 권능을 지키고 중재, 조정자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본인 스스로 여야 합의 공간을 여는 노력을 했다고 하나 국회가 여야 쟁투의 난장판이 되고, 대통령 거부권이 남발하는 책임에서 우 의장도 자유로울 수 없다. 우 의장과 호흡을 맞춰야 할 국민의힘 출신 주호영 국회 부의장이 필리버스터 사회를 거부한 촌극은 '아사리판' 국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러한 대치는 국정 현안을 보는 가치 충돌 영역에서 벗어나 있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김건희 여사 문제나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고리로 한 윤 대통령 탄핵소추 움직임과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가치 충돌로 포장된 진짜 배경이 될 것이다. 그들의 용어로 보면 탄핵 선동과 정치 보복이다. 대장동과 대북 불법송금 의혹 사건 등 이 전 대표가 기소된 재판에서 왜 결론을 빨리 내리지 않느냐는 보수진영의 재촉과 야당의 대통령 탄핵소추 속도전은 맞물린 형국이다. 민주당이 과거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탄핵 청원 청문회로 변죽을 울리고 있지만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탄핵 현안이 쌓이고 있다는 이재명 전 대표 말이나 “무도하고 무능한 윤석열 김건희 공동정권을 종식시키자는 데 (이 전 대표와) 어떠한 의견 차이도 없었다”는 조국 대표 글을 보면 대통령 탄핵소추 실행도 시간문제이지 싶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탄핵 당시 야당은 물론 여당의 비박계 다수가 참여한 바이지만, 대통령 탄핵소추는 격렬한 진영 갈등과 민심 이반 위험성에 민주당도 거친 수순 밟기를 하고 있는 터이다.
이런 사활적 싸움에 팬덤까지 결합된 지금의 정치는 총만 들지 않았다뿐이지 내전과 다를 게 없다. 나라를 책임진 대통령과 여야의 정치력은 찾아볼 수 없고, 그렇다고 갈등과 충돌의 중재에 나설 이도 없다. 정치적 내전의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오랜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의회주의 관행에는 그만한 합리적이고 타당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관행도 상식도 파괴되고 있는 지금의 정치문화가 얼마나 국민을 가르고, 극단적인 결과와 해악을 낳을지 우려스럽다. 세계가 불안해하는 미국과 이스라엘만 봐도 그렇다.
정진황 논설위원 jhch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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