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선 빅3 '9조 카타르 LNG船 축포' 쏜다

김형규 2024. 8. 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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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반량 50% 많은 '큐맥스' 선박
카타르 국영기업과 수주 협상
척당 4500억…10척 계약 협의
운임지수 급등에 선사 발주 쑥
신조선가지수 사상 최고 뚫을 듯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3사가 카타르 국영 석유기업인 카타르에너지와 최대 5조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카타르에너지는 국내 조선 3사와 중국 조선사의 가격, 품질, 납기 준수 가능성 등을 종합 검토한 뒤 이르면 연내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컨테이너선에 이어 LNG 운반선 발주도 쏟아지면서 ‘새로 짓는 배 가격’(신조선가지수)이 사상 최고치를 뚫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LNG 선박으로 옮겨붙은 조선 호황

5일 업계에 따르면 카타르에너지는 지난 6월부터 국내 조선 3사와 총 10척의 LNG 운반선 발주와 관련한 세부 협의를 벌이고 있다.

카타르에너지가 발주하려는 선박은 표준 선형인 17만4000㎥급보다 훨씬 큰 27만㎥ 규모다. 카타르(Qatar) 항만에 접안할 수 있는 최대 규모 선박이라는 뜻에서 ‘큐맥스(Q-Max)’ LNG 운반선으로 불린다. 조선사들은 카타르에너지와 이르면 연말 또는 내년 초에 계약을 맺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큐맥스는 일반 LNG 운반선보다 50% 이상 많은 LNG를 운송할 수 있는 만큼 배값도 비싸다. 최근 중국선박공업그룹(CSSC)의 후동중화조선은 카타르에너지에 큐맥스 선박 18척을 건네는 조건으로 60억달러(약 8조원)를 받기로 했다. 척당 3억3300만달러(약 4500억원)로, 표준 선형보다 26.8% 비싸다. 조선사가 10척을 수주하면 33억3000만달러(약 4조5000억원)를 받게 된다는 얘기다. 글로벌 선사들이 국내 조선 3사가 건조한 배값을 중국 조선사보다 더 많이 쳐주는 만큼 5조원 이상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과거 큐맥스 선박을 제작한 이력이 있는 만큼 삼성의 건조 능력은 이미 검증된 상태”라며 “수익성을 고려해 수주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조선 3사가 카타르에너지가 발주한 LNG운반선을 수주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말부터 올초까지 따낸 금액만 13조원에 달한다. HD한국조선해양 17척, 삼성중공업 15척, 한화오션 12척 등이다. 모두 표준 선형 LNG 운반선이다. 이번에 큐맥스 물량까지 손에 넣으면 조선 3사의 수익성은 한층 더 높아질 전망이다.

프랑스 엔지니어링 업체 GTT가 최근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LNG 프로젝트(1억7500만t 규모)를 운송하기 위해선 지금까지 발주된 185척의 LNG 운반선에 더해 100척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전망한 만큼 조선 3사의 추가 수주 가능성도 높다.

 마음 급한 선사들, 컨선 발주 잇따라

조선·해양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신조선가지수는 187.98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점인 191.6(2008년 9월)의 98% 수준까지 올라섰다. 최근 조선 호황을 주도하는 선박은 컨테이너선이다. 2만2000~2만4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신조선가는 지난달 척당 2억7200만달러로, 지난해 7월(2억2500만달러)보다 20.9% 치솟았다.

수요가 몰리면서 LNG 운반선보다 훨씬 쌌던 컨테이너선 몸값이 지난 3월부터 더 높아지는 기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크게 오르자 주머니가 두둑해진 선사들이 컨테이너선 발주를 크게 늘리고 있어서다. 안 그래도 꽉 찬 조선사의 도크를 ‘톱5’ 선사들이 독차지하자 몸이 단 6~10위 선사들은 2028년 이후 인도분을 잡기 위해 발주를 쏟아내고 있다. 가만히 있다가는 컨테이너선이 쏟아지는 2028~2029년에 벌어질 ‘치킨게임’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다.

낮은 수익성 때문에 수주 포트폴리오에서 컨테이너선을 지운 조선사들도 전략을 바꾸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사들의 마음이 급해졌다”며 “특히 한국 조선사가 강점이 있는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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