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분양가상한제의 마약 같은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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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자취하는 박사과정생 아들이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에 청약하겠다고 나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번 롯데캐슬 청약 사태는 분양가상한제의 분양 아파트 로또화 문제를 가장 명백하게 보여준 사례이지만, 더 중요한 경험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다고 해당 아파트의 입주 후 가격이 안정되는 것이 아니고, 주변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게 안 오르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그중 하나가 극소수의 로또 당첨자를 위해 다수가 희망고문과 높아진 주거비 부담으로 고통받는 분양가상한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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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격 되레 부추기는
분양가상한제의 역설
투기 변질 '청약광풍' 원인
분상제 악순환 고리 끊어야
얼마 전 자취하는 박사과정생 아들이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에 청약하겠다고 나에게 의견을 물었다. 순간 뜨악해서 한 채라 당첨 확률도 없는 로또인데 애쓸 것 있냐고 물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세뱃돈을 남겨서 모아두면 연말에 은행 잔액 증가액만큼 100% 용돈을 주는 매칭펀드 게임을 했었는데 세 아이 중 내 지갑을 가장 많이 축내는 아이였다. 이제 취업과 결혼을 대비해서 집 고민을 하는 모양이다. 그 아이의 계산은 너무 명쾌했다. 15억원 시세인 이미 입주한 아파트를 5억원도 안 되는 분양가로 사서 7억원에 전세 놓을 수 있어 자기투자금 제로에 수익률은 무한대이고 리스크는 제로인 명쾌한 줍줍 갭투자 건을 귀찮다고 청약 안 할 수 있냐는 것이다. 아, 이게 요즘 영끌도 마다치 않는 청년층의 사고 체계구나 생각하며 "어어 그렇구나"밖에 할 말이 없었다. 결과는 294만4780명이 청약했고, 그중 294만4779명은 한여름 밤의 희망고문으로 끝났다. 그 안에 필자의 막내도 포함된다.
이번 롯데캐슬 청약 사태는 분양가상한제의 분양 아파트 로또화 문제를 가장 명백하게 보여준 사례이지만, 더 중요한 경험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다고 해당 아파트의 입주 후 가격이 안정되는 것이 아니고, 주변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게 안 오르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입주 후 아파트 시세는 분양가 규제 여부와 상관없이 해당 시점 수급 상황과 거시적 상황에 따라 변동한다. 분양가상한제가 장래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우리가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부작용은 분양가상한제가 장기적으로 공급을 위축시키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우리가 공급이란 용어를 쓸 때는 저량(stock)으로서의 재고량이 아닌 유량(flow)인 일정 기간 신규 공급량을 의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공급의 효과는 일정 기간 내에 얼마나 빠른 속도와 강도로 진행되는가의 문제다.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분양하게 하는 분양가상한제는 생산 주체가 비용에 민감한 보수적이고 지연된 의사결정을 하게 함으로써, 아니었으면 10개 프로젝트를 진행할 건설사가 8개 프로젝트만 늦장 부리며 진행하게 만든다. 그런 선택이 합쳐진 사회 전체적인 신규 공급의 강도는 약해지고, 속도는 늘어지게 된다.
국내 주택 시장은 단지형 아파트 건설이 주류인 관계로 수년간, 정비사업의 경우는 10년에 가까운 사업기간이 소요된다. 그래서 공급 시점을 인허가나 분양 시점으로 잡아 얘기하지만, 그 공급의 실질적인 가격 안정 효과는 준공 시기에 발생한다. 신규 아파트에 입주하는 가구는 기존 주택을 팔아야 하고, 그 집으로 이주하는 가구는 기존 거주 주택의 전세를 빼는 주거 이동의 연쇄고리가 확대되면서 광역적인 가격 조정 효과가 발생되기 때문이다. 이런 시차를 인정하고 정부의 공급계획으로 시장의 불안심리를 안정시키려면 똘똘한 한 채에 몰입한 현 시장에 걸맞은 서울시 그린벨트 활용과 같은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
시장 침체기에 선제적으로 주택 공급을 늘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어쩔 수 없는 현실적인 방안은 가격 상승기의 시장 압력을 합리적으로 활용해 인허가 물량을 만들어내고 수년 뒤 주택 준공 물량의 확대를 이뤄내는 것이다. 그러자면 아쉽지만 시장 정상화 정책들이 초래할 수 있는 단기적인 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을 수요 억제책으로 조절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는 인내가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극소수의 로또 당첨자를 위해 다수가 희망고문과 높아진 주거비 부담으로 고통받는 분양가상한제다. 이제는 분양가상한제라는 마약 같은 유혹에서 국민이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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