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없는 추락' 코스피 지지선 무너져…"리스크 관리 기회"

유영규 기자 2024. 8. 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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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지난주 말(2일) 3%대 급락세를 보인 데 이어 오늘(5일)에는 9% 가까이 하락하면서 단번에 2,400 중반대까지 주저앉았습니다.

미국 빅테크 조정장이 본격화한 가운데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급락하는 등 시장 전체가 공포심에 휘둘리는 양상입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우려가 과도하다며 당장 투매에 동참하기보다는 리스크 관리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 1일 종가 기준 2,777.68을 기록한 코스피는 2거래일 만에 330포인트 넘게 내려 2,440대까지 밀렸습니다.

이번 급락은 지난 1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예상 밖으로 부진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연이어 공개된 미국 7월 실업률도 약 3년 만에 최고를 기록하면서 '삼의 법칙'이 발동됐다는 진단이 공포심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삼의 법칙'은 미국 실업률의 최근 3개월 이동평균치가 앞선 12개월 중 기록했던 최저치보다 0.50%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침체에 접어든 것이라는 클라우디아 삼 전 연준 이코노미스트가 주장한 법칙입니다.

주말에는 워런 버핏이 이끄는 미국 투자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하고 있던 애플 주식 지분을 올해 들어 절반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 주식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논란이 확산했습니다.

또한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를 이끌어온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 블랙웰이 설계 결함으로 인해 생산이 지연됐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악재가 누적되고 있습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오늘(5일) "시장이 주말에 나온 여러 악재를 반영하며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공포에 사로잡힌 상황에서 증시 바닥을 섣불리 예상하기는 힘들다는 반응입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미 코스피가 적정 가치를 밑돌고 있는 저평가 상황"이라며 "유동성 변동이 워낙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가고 있어 단기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갈지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다수 전문가들은 오늘 개장에 앞서 코스피 지지선을 2,550~2,620선으로 제시했으나, 오늘 종가는 이 같은 예상치에서 최소 100포인트 넘게 이탈했습니다.

장중에는 2020년 3월 이후 약 4년 5개월 만에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연이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당장 시장의 공포심리를 뒤집을 만한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 만큼 반등 시도는 제한적일 것이고 변동성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추세적으로 실업률이 상승하며 경계심을 자극하는 것은 사실이고 적어도 경기 사이클은 둔화 국면으로 이행하는 양상"이라며 "미국의 통화정책 의구심과 대선 불확실성, 재정 불안감 등 변수까지 고려하면 반등 구간이 나타나더라도 주식 비중의 적극적 확대보다는 리스크 관리 기회로 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연설이 예정된 잭슨홀미팅(8월 22~25일),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 발표(8월 28일)까지는 변동성 장세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증시 급락이 실제 경제 상황을 반영했다기보다는 과도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서상영 연구원은 "최근 미 실업률 상승은 이민자 증가라는 공급에 의한 결과인 만큼 '삼의 법칙' 적용은 무리가 있다"며 "실업률을 계기로 경기침체 우려를 반영하는 것은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2,500선 중반까지 내려온 만큼 추가 급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현시점 유효한 투자 전략으로는 "워낙 단기 급락 중이라 추격 매도에도 실익이 없을 것"이라며 당분간 시장을 관망할 것을 추천했습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고용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함께 다른 경기지표가 침체를 가리키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미 경기침체 내러티브는 과장됐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당분간 시장이 추가 조정 압력에 노출되겠으나 매도 실익은 낮아진 구간"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시장의 조정을 채권과 주식 간 리밸런싱(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따른 과정으로 해석하면서, 미국 국채 금리의 하향 안정화가 증시의 안정을 위한 조건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제조업 PMI는 자체로 충격이었다기보다는 포트폴리오 변화를 부추기는 촉매였다"며 "올해 채권과 주식의 수익률 격차가 1.7% 대 11.3%로 벌어져 있다. 금리인하 사이클에 들어선 만큼 수익률 차이가 역사적 평균에 맞춰질 때까지 주식에서 채권으로 자금 이동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올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하단을 3.8%로 예상하면서 "금리 바닥이 멀지 않았다. 금리 하락이 멈춰야 주가도 바닥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도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3.7%대 중반 수준에서 바닥을 잡으면 시장도 함께 바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오늘 밤 예정된 미 ISM 서비스업 지수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한 수준을 보일 경우 경기침체 이슈가 완화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옵니다.

또한 6일 새벽에는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통화정책과 경제동향에 대해 발언할 예정으로, 이때 고용 관련 언급을 통해 경기침체 우려가 일부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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