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에 맞선 용감한 여성의 고군분투기

한겨레 2024. 8. 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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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은 딸만 다섯인 베넷가의 둘째딸 엘리자베스와 그녀의 자매들을 둘러싼 세 명의 남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다.

'오만과 편견'을 탄생시킨 주요한 동기이며, 당시 여성에 대한 사회적 억압을 상징하는 '한정 상속'이라는 제도는 당시 여성들이 오직 돈 많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을 지상과제로 삼는 데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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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우리 아이 고전 읽기

‘오만과 편견’은 딸만 다섯인 베넷가의 둘째딸 엘리자베스와 그녀의 자매들을 둘러싼 세 명의 남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을 나누는 남녀와 부모의 결혼관에 대한 인식 차이를 통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의 사회적 문제점과 모순을 묘사한다.

19세기 영국은 농업 국가에서 산업 국가로 발돋움하던 시기였다. 따라서 농업 사회 전통이 무너지고 주로 상공업에 종사하는 중산층이 사회 중심층으로 발돋움하던 시대였다. 이때 영국은 재산에 따라 상류, 중류, 하류 계급으로 나뉘었는데, 그만큼 재산이 집안과 가족 구성원을 평가하는 잣대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결혼 또한 사랑보다는 돈이 절대적 조건이었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서 등장인물들이 ‘요새도 구시대적인 연애결혼을 하는 사람이 있다’라고 한탄하는 것처럼, 19세기 영국인들에게 결혼이란 재산 정도에 따라 제 짝을 찾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19세기 영국 소설 속에서 ‘재산’에 대한 언급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처럼 재산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에 여성은 특히 불리했다. ‘오만과 편견’을 탄생시킨 주요한 동기이며, 당시 여성에 대한 사회적 억압을 상징하는 ‘한정 상속’이라는 제도는 당시 여성들이 오직 돈 많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을 지상과제로 삼는 데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한정 상속이란 오직 장남이 집안의 모든 재산을 상속받는 것을 말한다. 만약 자식 중 아들이 없으면 자신의 딸이 아닌 친척 남성에게 재산을 상속해야 했다. 부모는 자신들의 재산 정도에 따라 딸에게는 결혼할 때 지참금만 주는데, 당시 여성들은 지참금이 얼마냐에 따라 좋은 신붓감인지 아닌지 판가름됐다.

‘오만과 편견’의 주인공 엘리자베스도 한정 상속 제도의 희생양이다. 그녀의 아버지 베넷은 큰 재산을 갖고 있었지만, 딸만 다섯이어서 그의 모든 유산은 딸이 아닌 조카 콜린스에게 상속될 처지였다.

당시 여성들이 이 제도에 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베넷 부인이 남편에게 털어놓는 푸념을 보면 알 수 있다. “당신 재산을 당신 자식을 제외하고 한정 상속해야 하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가혹한 일이라고 나는 확신해요.”

그러니 당시 결혼 적령기의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이 불합리한 제도에 따라 돈 많은 남성과 결혼해 그에게 복종하며 사는 것뿐이었다. 여성들은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으며, 파티에서도 남성이 자신에게 접근해 주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수동적인 처지였다.

베넷의 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오직 소망할 수 있는 것은 재산 많은 남자를 찾아 결혼하는 것이었다. 지금의 시선으로 본다면 지극히 여성 비하적인 설정이지만 이것이 19세기 영국의 현실이었다. 19세기 영국 여성들에게 결혼은 단순한 낭만이나 사랑이 아니고 장차 자신이 속하게 될 사회적, 경제적 계급을 결정하는 중대 사안이었다. ‘오만과 편견’은 이처럼 불합리한 여성 차별에 맞선 용감한 여성의 고군분투기로도 읽힌다.

박균호 교사 ‘나의 첫 고전 읽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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