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공포' 휩쓴 금융시장…코스피 -8.77%·원엔 960원대(종합)
일본 닛케이·대만 가권지수 역대 최대 낙폭
원·달러, 1359.0~1375.1원 사이서 크게 출렁
원·엔 재정환율 960원대로 급등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미국의 'R(Recession·경기 침체)' 공포에 따른 '패닉셀'에 중동 전쟁 우려가 더해지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를 덮쳤다. 국내 증시서는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크가 이어지며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일본 닛케이 지수도 12% 넘게 떨어지며 사상 최대 낙폭을 보였다. 환율은 연준의 금리 빅컷(0.5%포인트 인하) 가능성과 중동 분쟁 등의 영향이 엇갈리면 크게 출렁였고, 원·엔 재정환율은 40원 넘게 뛰며 1년3개월 만에 960원대로 올랐다.
5일 유가증권시장은 전 거래일(2776.19)보다 234.64포인트(8.77%) 하락한 2441.55에 장을 닫았다. 이는 역대 최대 낙폭이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 1조5283억원, 2707억원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1조6968억원어치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패닉셀'이 이어지며 한국거래소는 오전 11시 유가증권시장에 사이드카를 발동하고, 오후 2시14분에는 1단계 서킷브레이커 1단계를 발동했다. 서킷브레이커는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사이드카는 코스피200선물 가격이 기준가격보다 5% 이상 하락해 1분간 지속될 경우 프로그램 매매 호가 효력을 5분간 정지하는 조치다. 서킷브레이커는 직전 거래일보다 8% 이상 하락해 1분간 지속될 때 상장된 모든 종목의 매매거래가 20분간 중단되는 조치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779.33)보다 88.05포인트(11.30%) 내린 691.28에 거래를 종료했다. 정중 한때 670선까지 후퇴하기도 했다. 코스닥에도 오후 1시56분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5개월 만이다.
고용 악화 충격이 금융시장을 초토화시켰다. 미 노동부는 2일(현지시각) 7월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보다 11만4000명 늘고 실업률은 4.3% 올랐다고 밝혔다. 평균을 크게 밑도는 고용 증가와 기대를 밑돈 실업률에 시장에서는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균열을 보이고 있다는 공포가 확산됐다.
엔케리 청산에 따른 자금 유출 우려도 작용했다. 엔케리는 슈퍼 엔저에 저렴한 엔화를 빌려 다른 국가에 투자하는 형태를 말한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긴축 시사에 이들 자금의 청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일본으로 환류 가능한 엔캐리 자금을 38조7000억원으로 추정한다.
미국발 'R공포'는 주요국들의 증시 부진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각)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51% 하락했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도 1.84% 빠졌다. 미국 국채 2년물은 29.2bp 밀린 3.871%로 지난해 5월4일 이후 최저를 기록했고, 10년물 금리도 전일 대비 18.2bp 밀려 4%(3.795%)를 밑돌았다.
아시아 증시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490.04포인트(12.50%) 내린 3만1419.66에 장을 마쳐 3836포인트가 떨어졌던 1987년 10월 20일을 넘어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대만 가권지수도 8.35% 하락해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환율은 극심한 변동세를 보였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는 전거래일 오후 3시30분 종가(1371.2원) 오른 1374.8원에 거래를 마쳤다. 새벽 2시 종가(1361.5원)보다는 13.3원 올랐다. 장중 최고가는 1375.1원이며 최저가는 1359.0원을 기록할 정도로 변동폭이 컸다.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63.2원을 기록해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으로 960원대에 올랐다.
미국의 경기 균열 우려에 연준의 9월 빅컷(0.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환율에 영향을 미쳤다. 씨티그룹은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에 연방준비제도가 연말까지 금리를 1.25%포인트 내릴 것으로 봤다. 골드만삭스는 기존 9월과 12월에 더해 연준이 11월에도 0.25%포인트 인하를 추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영향으로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지수는 이달초 104선 중반에서 현재 103선 초반대로 떨어졌다. 엔화값 강세도 원화값을 지지하고 있다. 지난주 BOJ가 단기 금리를 0.25%로 올린 후 추가 긴축 기대에 달러당 엔화값은 142엔 대로 치솟은 상황이다.
다만 국내 증시 부진에 따른 외국인 이탈은 원화 약세로 나타나며 원·달러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헤즈볼라 충돌에 따른 중동 지역 전운 고조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와 증시에서의 외국인 이탈도 원·달러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고용 지표 충격에 달러가 약세를 보인 반면 엔화 강세는 엔캐리 청산으로 나타나며 금융 시장에 악재로 나타났다"면서도 "원·달러는 증시의 외국인 자금 이탈이 하단을 제한하고 있지만, 미국의 경기 부진과 중동 리스크 등에 따라 한동안 매우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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