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정의선 회장 '양궁 신화' 뒤엔 정지선 여사 '그림자 내조' 있었다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사상 최초로 5개의 금메달을 명중시킨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 인터뷰마다 '회장님'이 소환됐다.
한국 양궁을 세계 최고 자리에 올려놓은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54)이다.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그 '회장님'이 올림픽 양궁 전종목 석권, 최다 금메달이라는 또 다른 역사 중심에 섰다.
여자대표팀 단체전 10연패 등 이른바 '신궁가' 타이틀을 지켜내기 위해 진심을 다하는 정 회장 곁을 내내 지킨 이가 있다. 지난달 29일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특별 사로에서 열린 여자 단체전 금메달 순간 정 회장 옆에서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과 함께 환호한 사람은 정 회장의 부인 정지선 여사(51)다. 정 여사는 다음날 남자 단체 결승 금메달 확정 순간에도 정 회장의 손을 잡고 만세를 불렀다. 지난 2일 혼성 단체전에서도 정 회장 옆에서 박수로 선수들을 격려했다.
한국 양궁선수들 뿐만 아니라 온국민이 양궁협회의 투명한 행정, 정의선 회장의 지원을 인정한다.
정 회장이 꽃을 피운 '한국양궁 신화' 뒤에는 정지선 여사의 묵묵한 '그림자 내조'도 한 몫 했다는 평가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장녀인 정 여사는 대학생 때부터 정 회장과 교제를 시작해 연애 결혼했다. 정 회장의 조부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마음에 들어해 인사 온 다음 주 바로 약혼 날짜를 잡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정 여사의 인품은 재계에 소문이 자자하다.
정 여사의 내조는 시어머니 고 이정화 여사를 연상케 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곁을 조용히 지키며 도왔던 이 여사의 가르침을 받아온 정 여사는 현대가 맏며느리 자리를 이어받아 각별한 책임감을 가지고 정 회장을 돕고 있다.
정 회장 역시 정 여사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 정 회장 부부는 재계에서 손꼽는 잉꼬부부로 통한다.
정 여사가 집안 제사나 경조사 외에는 공식 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동행 때마다 남다른 부부애가 드러난다. 손을 꼭 맞잡고 서로를 바라보고 다정하게 대화하는 모습 등이 자주 눈에 띈다.
정 회장은 올해 4월 고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의 빈소를 정 여사와 함께 찾았고, 지난해 6월에는 정몽원 HL그룹 회장의 차녀 결혼식에 함께 참석 했다. 2022년에는 한국을 방문한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를 만나는 자리에도 동행했다. 정 여사는 호건 주지사의 부인인 유미 호건 여사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친분을 다진 것으로 전해졌다.
소탈한 성품도 닮았다. 김치찌개와 소주를 좋아하는 정 회장처럼 정 여사 역시 검소한 성격. 정 여사는 사석에서 수수한 차림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금실 좋은 정 회장 부부와 재계의 또 다른 잉꼬부부로 유명했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부부의 '평행이론'도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부인인 고 서영민 여사는 '내조의 여왕'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서울대 약학대 3학년 시절인 1982년 김 회장과 결혼한 서 여사는 서정화 전 내무부 장관(4선 국회의원)의 장녀로, 29세의 젊은 나이로 그룹을 이어받은 김승연 회장이 한화그룹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낼 수 있도록 내조한 것으로 유명하다. 김승연 회장이 "안정적인 가정을 꾸린 것이 재계 서열 6위 초거대 기업으로 키워내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힐 정도다. 서 여사는 스포츠에도 큰 관심을 가져 한화 스포츠단에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정지선 여사가 고 서영민 여사 못지 않게 빈틈 없는 내조로 정의선 회장의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많다.
스포츠, 특히 양궁을 좋아하는 정 여사는 부부 동반으로 양궁 선수 환영 만찬에도 가끔 모습을 드러낸다. 남편보다 앞서 개인적으로 선수를 챙긴다거나 접촉하는 일은 일절 없다. 선을 지키는 품격 있는 그림자 내조다.
정 회장도 평소에도 선수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며 정신적인 멘토역할도 마다하지 않지만, 협회를 통하지 않고는 개별적으로 선수와 접촉하지 않는다. 정 여사의 존재는 한국 양궁에 대한 현대차 그룹의 '묵묵한 지원'과 닮아있는 셈이다. 드러내지 않은 겸손함이 공정하고 투명한 지원과 오버랩된다.
정 회장은 파리올림픽 결산 기자회견에서 "일단 우리 선수들께 가장 고맙다. 선수들이 본인들이 꿈꾸는 걸 이뤘다. 자신의 기량을 잘 살렸고 선수들이 모든 걸 이뤘다는 게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한국 양궁 60주년 기념 행사에서 정 회장이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공정하게 경쟁했다면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쳐도 괜찮다. 보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품격과 여유를 잃지 않는 진정한 1인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며 강조했던 철학은 깊은 울림으로 돌아왔다.
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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