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퍼 전기차 흥행 조짐인데···현대차 노조, 온라인 판매 '어깃장'

노해철 기자 2024. 8. 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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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일방적 침탈 자행" 반발
하반기 주요 협상안으로 꼽아
수입차 온라인 판매 대세인데
판매채널 다양화 노조에 발목
현대차 판매 노조가 올해 하반기 사측과 캐스퍼 온라인 판매 재협의에 나선다. 사진 제공=현대차
[서울경제]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선보인 캐스퍼 일렉트릭의 판매 방식을 두고 노사 간 갈등 조짐이 보이고 있다. 캐스퍼는 현대차 라인업 중 유일하게 100% 온라인으로 판매하는데 이에 줄곧 반대해온 현대차 판매노동조합이 사측과 재협상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다. 현대차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돌파를 위해 캐스퍼 일렉트릭 판매에 집중할 계획이지만 노조 반발에 부딪혀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판매노조는 최근 전국 분회장 모임을 갖고 올해 하반기 주요 현안 중 하나로 캐스퍼 온라인 판매 관련 재협의를 꼽았다.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캐스퍼 전용 전시장 운영 및 전시차 배치 등 캐스퍼 온라인 판매 합의로 인한 사측의 일방적 침탈이 자행되고 있다”며 “캐스퍼 온라인 판매 질서 문란, 캐스퍼 전기차 출시 관련 등 현안을 면밀히 검토해 개선하겠다”고 전했다.

현대차 직영점 영업직으로 구성된 판매노조는 캐스퍼 온라인 판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해왔다. 판매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소속 조합원들의 고용 불안을 야기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2021년 9월 출시한 캐스퍼 내연기관 모델에 이어 지난달부터 사전 계약을 받고 있는 캐스퍼 일렉트릭까지 온라인으로 판매하자 노조는 또다시 반발하며 다시 협의해야 한다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 모델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통상적으로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하는 다른 브랜드의 보급형 전기차와 달리 49㎾h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적용해 한 번의 충전으로 최대 315㎞를 주행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전기차 보조금을 고려할 때 일부 지역에서는 1900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문제는 올 하반기 온라인 판매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캐스퍼 일렉트릭의 흥행몰이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 판매노조는 2021년 10월 캐스퍼 온라인 판매를 저지하기 위한 행동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노조는 6000명 넘는 조합원에게 캐스퍼 판매에 일절 관여하지 말고 사측의 공지·교육 등을 거부하는 지침을 내리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는 국내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다른 완성차 브랜드와는 대조적이다. 테슬라와 폴스타는 국내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를 모두 온라인으로 판매한다. 카이즈유데이터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 상반기(1~6월) 국내에서 전년 동기(3732대) 대비 365.7% 급증한 총 1만 7380대를 팔아 수입 브랜드 중 판매량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는 노조에 발목 잡히며 판매 채널을 다양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차량 판매 방식은 현대차 노사 단체협약에 따라 노조와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현대차가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 위탁 생산하는 방식이라 이 같은 제한을 피했지만 현대차 공장에서 생산하는 다른 차량은 노조의 동의 없이 온라인 판매를 할 수 없다. 현대차는 캐스퍼 외 다른 차종의 온라인 판매 계획도 세우지 못했다.

현대차의 온라인 판매는 해외에서는 활발하다. 북미 지역에서는 아마존 홈페이지를 통해 현대차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현대차는 영국과 포르투갈 등 유럽 일부 국가와 태국·인도 등에서 온라인 판매 서비스인 ‘클릭 투 바이’를 제공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완성차 시장에서 온라인 등 비대면 방식의 판매 채널은 소비자 편익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보편화하고 있다”며 “현대차 노사 역시 판매 채널 다양화로 고객 접점을 늘리고 전기차 캐즘을 극복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해철 기자 s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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