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슬린 김의 예술법정] 그림으로 올림픽 金 따던 시절

2024. 8. 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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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하계올림픽, 아르누보 양식의 건축물인 파리 그랑팔레 펜싱 경기장에서 한국 펜서들이 105㎝ 길이의 날카로운 사브르 검을 찌르고 휘두르며 앞뒤로 날렵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근사한 예술 퍼포먼스 같았다.

실제로 예술은 1948년까지 하계올림픽의 '정식 종목'이었다.

종목에서 제외하는 대신 올림픽 헌장은 개최국의 의무로 스포츠 행사와 별도로 '문화예술 행사 프로그램을 조직'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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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조각·문학·음악·건축1948년까지 '예술 5종' 진행
상업적 변질에 폐지됐으나
한계 넘는 도전이란 점에서
스포츠와 예술의 본질 같아

2024년 하계올림픽, 아르누보 양식의 건축물인 파리 그랑팔레 펜싱 경기장에서 한국 펜서들이 105㎝ 길이의 날카로운 사브르 검을 찌르고 휘두르며 앞뒤로 날렵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근사한 예술 퍼포먼스 같았다. 펜싱 종주국이자 개최국인 프랑스를 가볍게 제치고 메달을 거머쥐는 장면은 압도적이고 웅장한 배경 덕분에 더욱 짜릿했다.

펜싱 경기가 열린 곳은 실제로도 미술관이자 전시장이다. '거대한 궁전'이라는 뜻의 그랑팔레는 1900년 새로운 세계를 열자는 의미에서 개최했던 만국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건립됐다. 124년 된 오래된 미술관이지만 규모의 장소 특정형 설치미술이나 퍼포먼스 등 화이트 큐브를 벗어난 거의 모든 장르의 동시대 미술을 품을 수 있는 가장 현대적인 미술관이기도 하다. 미술관에서 올림픽이라니?

어떻게 보면 미술관처럼 올림픽과 잘 어울리는 곳도 없다. 스포츠와 예술은 본질이 같다.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지적으로 인간이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신체적이든 사고 지평이든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동시에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끝없는 도전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국경·문화·언어·세대와 시대를 넘어 통시적·공시적으로 인류를 연결하고 소통하게 하는 강력하고도 신비로운 언어라는 점에서 그렇다.

실제로 예술은 1948년까지 하계올림픽의 '정식 종목'이었다.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에서부터 36년 동안 회화·조각·문학·음악·건축 등 '뮤즈 5종 경기'라고 불리는 5개 종목에서 각각 금·은·동메달이 수여됐다. 첫 대회에는 단 35명만이 참가했지만,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에서는 무려 1100여 점이 출품됐다(익명으로 참가가 가능해 두 점 이상을 출품하는 경우도 많았다. 근대 올림픽을 창시한 피에르 쿠베르탱도 익명으로 두 점을 출품했다). 펜싱이 사브르·에페·플뢰레로 세분화되듯 미술도 유화·판화·수채화 등 하위 종목으로 나뉘었다. 운동과 예술 종목에 모두 출전해 메달을 딴 선수도 있었다. 올림픽의 인기가 주춤하던 시기에도 많은 관람객이 미술 올림픽이 열리는 전시장을 찾았다.

올림픽에서 뮤즈 5종 경기가 사라진 것은 1948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종목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참가자들의 지속된 규정 위반으로 인한 '올림픽 정신'의 훼손이 문제였다. IOC 규정상 모든 올림픽 참가자는 '아마추어'여야 했다. 그러나 '익명' 제출이라는 규정에 따라 거의 모든 참가자가 전업 예술가이거나 이미 유명한 예술가들이었다. 인터넷도 없고 여행도 쉽지 않던 시절, 예술가들에게는 자신의 작품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올림픽은 참가자와 관람객의 작품 거래가 이뤄지는 상업적 행사로 변질됐다. 심지어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 전시회가 끝날 무렵에는 작품 판매가 허용되기도 했다.

종목에서 제외하는 대신 올림픽 헌장은 개최국의 의무로 스포츠 행사와 별도로 '문화예술 행사 프로그램을 조직'하도록 했다. 더 이상 예술가들은 올림픽 참가자가 아니지만, 예술은 여전히 올림픽의 일부다.

[캐슬린 김 미국 뉴욕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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