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100m 챔피언' 라일스 "천식·우울증 앓은 나도 해내…당신도!"

하남직 2024. 8. 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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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설정하지 말라…나도 해냈고 당신도 할 수 있다"
100m 결선 접전 (파리 AP=연합뉴스)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결승선 앞에서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노아 라일스(27·미국)는 2024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100m에서 0.005초 차로 우승한 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나는 소아천식, 여러 종류의 민감한 신체반응, 난독증, 주의력결핍증, 우울증을 앓거나 앓고 있다"며 "한계를 설정하지 말라. 나도 해냈다. 당신도 할 수 있다"라고 썼다.

미국 ESPN은 "올림픽 챔피언이 보내는 강렬한 메시지"라고 논평했다.

라일스는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결선에서 9초784로, 9초789에 달린 톰프슨에 앞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결승선을 지난 직후 라일스와 톰프슨 모두 우승을 확신하지 못하고 전광판을 바라봤다.

육상의 공식 기록은 100분의 1초까지다.

100분의 1초까지 같으면, 1천분의 1초까지 기록을 공개한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전광판에 '라일스 9초784', '톰프슨 9초789'라는 세부 기록을 공개하자 라일스는 어린아이처럼 펄쩍 뛰며 기뻐했다.

공식 기록은 라일스와 톰프슨 모두 9초79다.

라일스는 2004년 아테네 대회 저스틴 개틀린 이후 20년 만에 올림픽 육상 남자 100m에서 우승한 미국 선수로 기록됐다.

라일스는 대회 조직위원회와의 인터뷰에서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나는 톰프슨이 챔피언이라고 생각했다. 그에게 '네가 해냈어'라고 축하 인사도 했다"며 "전광판에 내 이름이 나오자, '맙소사, 내가 해냈어. 나는 대단해'라고 나에게 축하 인사를 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우승이 확정된 후 중계 카메라를 바라보며 "내가 말했지, 내가 해낼 거라고"라며 포효하기도 했다.

라일스의 장풍 세리머니 (파리 EPA=연합뉴스)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결선에서 우승한 라일스가 '장풍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트랙 위와 인터뷰실에서 밝은 에너지를 뽐내는 라일스지만, 그는 사실 우울증을 앓고 있다.

라일스는 "올림픽에서 압박받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라며 "준결선을 9.83으로 통과한 뒤 이 기록으로는 우승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결선을 앞두고 상담사에게 전화했는데 그가 '그냥 모든 걸 흘러가게 두라. 당신의 최선만 다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나는 '당신을 믿겠다'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라고 준결선과 결선 사이, 1시간 45분 동안 느꼈던 압박감을 털어놨다.

결선이 끝나고서 숙소로 돌아가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힌 라일스는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위해 희망의 메시지를 보냈다.

전광판 바라보는 라일스와 톰프슨 (파리 EPA=연합뉴스) 라일스(왼쪽)와 톰프슨이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결선이 끝난 뒤, 전광판에서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라일스는 '서사'를 갖춘 스프린터다.

어린 시절 라일스는 트랙보다 병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유년에는 천식을 앓았고, 고교 시절에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난독증 진단을 받아 치료받았다.

'작은 세상'에 머물던 라일스를 병원 밖으로 인도한 이는 어머니 케이샤였다.

라일스는 "네 살 때 숨을 쉴 수가 없어서 병원에 간 기억이 있다. 내 어린 시절 기억의 배경은 주로 병원"이라며 "작은 병원 침대에 어머니와 함께 누웠다.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 어머니는 바깥세상 이야기를 해주곤 했다"고 떠올렸다.

케이샤는 남편과 이혼한 뒤 라일스 형제를 홀로 키웠다.

라일스는 "집에 전기가 끊긴 기억이 있다"며 "그만큼 어머니가 우리를 위해 헌신했다. 내가 ADHD 치료를 받을 때, 내게 그림을 권한 것도 어머니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장난을 섞어 "내 꿈은 화가가 아닌 래퍼다. 어머니 이야기를 하기에는 그림보다는 랩이 편하니까"라고 덧붙였다.

기뻐하는 라일스 (파리 AP=연합뉴스)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결선에서 우승한 라일스가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라일스의 투병은 끝나지 않았다. 투병기를 공개하는 것도 꺼리지 않는다.

그는 2020년 8월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라일스는 "우울한 상태로는 내가 목표한 것을 달성해도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다"며 "여전히 정신과 치료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그들에게 '몸이 아픈 사람은 악당이 아니야. 병을 고치려는 노력은 선한 일이야'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아플 때 아프다고 말하라'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따른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압박감과 두려움에 시달리면 신체적 이상을 느끼는 라일스는 일부러 더 "나는 할 수 있다"고 강한 어조로 말한다.

라일스는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주문"이라며 "사람들이 '라일스는 뛰어난 육상 선수다. 또한 다재다능하고, 성격도 좋다. 나는 라일스를 닮고 싶다'고 말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일단 라일스는 남자 단거리 선수들 모두가 꿈꾸는 '남자 100m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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