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지'여서 가능했던 청춘과 노년에 건넨 위로와 응원('낮밤녀')
[엔터미디어=정덕현] "젊음이 싫었다. 젊어서 뭐든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젊은 데도 할 수 없는 것이 많아서 난 차라리 젊음을 포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난 진짜로 젊음을 잃고 나서야 알게 됐다. 나에게 젊음은 선물이었다는 걸. 당연하듯 가지고 있는 시간이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걸."
JTBC 토일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에서 이미진(정은지)과 임순(이정은)은 한 목소리로 자신이 겪은 낮과 밤이 달랐던 시간들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그 소회에는 이 드라마가 이 판타지를 통해 결국은 하려는 이야기가 담겼다. 그건 지금 막막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청춘들에 대한 위로이면서 동시에 어르신들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였다.
이미진이 하루 아침에 낮이 되면 임순으로 변신한다는 설정은, 과도한 경쟁 속에서 좌절하던 청춘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 이미진의 마인드로 노년의 삶을 살게 된 임순 역시 그로부터 얻게 된 시니어 인턴의 경험들을 통해 젊은 생각이 그 삶을 정력적으로 바꿔줄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심지어 고원(백서후) 같은 아이돌의 호감을 얻을 정도로.
특히 청춘의 고단한 삶이 그 변신이라는 저주처럼 보이는 판타지로 인해 잠시 멈춰지고 그래서 제 삶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게 해줬다는 건 의미심장하다. 당장 하루하루를 살아가느라 인생 전체를 생각해보지 못했던 이미진은 그 잠시 멈췄던 시간 속에서 드디어 자신이 진짜 하고픈 일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다. 그건 임순으로서 살았던 시간에 수사관 역할을 하며 뛰었던 설렘을 통해서였다.
그렇게 빙 돌아왔지만 그래서 더더욱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됐다는 건 치열한 청춘의 현실이지만 그래도 자신을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는 걸 말해준다. 또한 임순으로서 살았던 시간들은 그의 말처럼 젊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다시금 깨닫게 해줬다. 그 소중한 시간에 할 수 있는 것들을 마음껏 누리라고 드라마는 말했다.
사실 낮과 밤에 따라 임순과 이미진을 오가는 판타지에, 계지웅(최진혁)과 엮어지는 멜로 그리고 이 변신 모티브 속에서 만들어지는 빵빵 터지는 코미디까지 <낮과 밤이 다른 그녀>는 제목처럼 시시각각 장르가 달라지는 드라마였다. 그래서 자연스럽지 않고 덜컥거리는 장르의 변주가 적지 않았다. 특히 실종사건이 연쇄살인사건으로 드러나는 잔혹한 범죄 스릴러와의 결합은 여러모로 부자연스러운 면이 많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낮과 밤이 다른 그녀>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끝까지 잡아끌었던 건, 바로 그 청춘과 노년을 번갈아가며 살아가는 그 판타지를 납득시켜준 이정은과 정은지의 콤비 연기 덕분이었다. 특히 이정은의 20대의 마인드를 장착한 연기는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고, 정은지의 멜로, 우정, 가족애를 담은 연기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시너지가 만들어졌다.
여기에 멜로와 장르를 오가는 최진혁의 연기와 주병덕 사무관 역할로 드라마의 코미디를 한껏 살려낸 윤병희, 이미진의 부모들로 희비극을 넘나드는 연기를 선보인 정영주와 정석용, 그리고 희대의 연쇄살인마 역할을 소화해낸 배해선, 더할 나위 없는 이미진의 절친으로 웃음과 감동을 모두 선사했던 김아영 등등, 모든 연기자들의 호연이 있어 다소 복잡할 수 있었던 장르의 변주들에도 시청자들이 마음을 줄 수 있었다.
"니는 내한테 선물"이라는 이미진에게 임순은 말한다. "니는 있지 선물을 갖고 있었다. 뒤늦게 깨달아서 그렇지." 임순이 말하는 그 선물은 무엇일까. 그건 젊음을 말하는 게 아닐까. 임순처럼 앞으로 시간이 흘러 청춘의 시간이 지나가고 그래서 나이 들어 있을 나의 모습을 상상해본다는 건 그래서 지금 현재가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이 드라마를 통해 이정은과 정은지가 청춘과 노년에게 건네는 위로와 응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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