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혹서기 온열질환 예방활동, 정부에서 강요하기 보다 기업 자율에 맡겨야
온열질환과 관련된 법적 근거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66조로, 폭염에 의한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실내작업 근로자에게 휴식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으며, 고열·한랭·다습 작업을 하거나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작업하여 열사병 등의 질병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적절한 휴식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시행규칙에는 ‘적절한 휴식’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체감온도에 따라 매시간 단위 10~15분의 휴식시간을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22년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됨에 따라 작업장 내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법인은 물론 사업주, 경영책임자까지 처벌이 가능해져 기업에서는 이미 온열질환 산업재해 예방에 관심을 가지고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업의 경우, 건설업이나 철강업 등 업종 및 작업장 특성에 따라 적절한 예방책이 다를 수 있으므로 현장상황에 맞춰 자율적으로 온열질환 예방활동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정부도 사업장 내에서 발생하는 온열질환을 보다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현장상황을 제대로 파악해 그에 맞는 진단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총 6년(2018년~2023년)간 실외에서 발생한 온열질환 산업재해 승인건수(99건)가 실내(11건)보다 9배나 높게 나타났고, 업종 중에는 건설업과 제조업이 전체 산업재해 승인 건수의 63%(92 건)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온열질환에 대한 안전점검과 준수 요구가 상대적으로 유통·물류업에 치중되어 있다는 업계 목소리가 있는 만큼, 정부는 온열질환 발생위험이 높은 실외와 건설업, 제조업을 우선적으로 한 온열질환 예방대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온열질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놓고 기업들로 하여금 준수하라는 정책방향을 고수하기 보다 기업에서 자율적으로 온열질환 예방활동을 확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한다. 온열질환 가이드 라인을 준수하기 힘든 이유나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지원가능한 조치가 무엇이 있는지 기업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그동안 기업이 현장여건에 맞춰 관리해 온 온열질환 대응법이 일회성 으로 전락되지 않고 노하우로 축적될 수 있도록 감시하고 처벌하는데 집중하기 보다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온열질환과 관련해 기업이 해야 할 역할은 규정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고를 막는 것이다. 이분법적인 기준준수는 크게 의미가 없으며 기업의 자율적인 안전보건관리가 중요하다. 규정이 사업장을 더 안전하게 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안전대책은 될 수 없다. 그리고 안전하지 않은 사업장을 안전하게 하지도 못한다. 그 이유는 변화를 선도할 수 없고 현장을 따라가지도 못하기 때문 이다. 따라서 폭염시기 온열질환으로 인한 산업재해 예방은 제도와 규정을 만드는 정부가 아니라 현장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이 사업장 특성에 맞는 대응책을 마련하고 평상 시에는 위험성평가를 핵심수단으로 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인을 자발적으로 발굴 및 제거하고 관리하도록 해야한다. 사전에 온열과 폭염과 관련된 유해위험요인을 미리 예측하면 절반은 그 유해위험으로부터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올여름 무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며 더위와 싸우면서 일하는 수많은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기업 중심의 자율안전보건관리 개념이 정착되어 온열질환으로 인한 산업재해가 감소하길 기대한다.
어원석 숭실대 안전융합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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