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달래기 적극 나선 두산…논란 잠재울 묘수 될까

최지훈 2024. 8. 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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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빌, 1조 원전에 투자…밥캣은 기존 배당유지 강조
두산로보 5년내 매출 1조 달성…두산, 주주 소통 약속
"밥캣 분할시 에너빌 주당가치↑…주식교환 비율 '적절'"

두산그룹이 에너빌리티∙밥캣∙로보틱스 등 3개사의 사업재편을 둘러싼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적극적인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두산밥캣을 로보틱스에 분할·매각하는두산에너빌리티는 밥캣 분할로 생기는 자금을 주력사업에 투자하고 두산밥캣은 자사주 소각하고 배당 유지를 통한 '밸류업'을 강조했다. 로보틱스 역시 향후 성장 가능성을 내세웠다.

이같은 사업 전략이 그간 두산밥캣 소액 주주들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들끓었던 주주 달래기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두산은 "이번 사안의 가장 당사자인 주주들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주주들과의 소통을 약속했다.

두산에너빌, 주력사업 투자 자금 활용

지난 4일 두산그룹 3사(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는 대표이사 명의로 일제히 주주서한을 내고 이를 각사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임시주주총회 참석 대상 주주 명부가 확보되는 5일부터 서한 발송을 개시했다.

이들은 그간 소액주주들의 비판을 의식해 3사 대표 명의로 주주들에게 사업구조 개편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두산은 그동안 업종 구분 없이 혼재돼 있던 사업들을 3개(클린에너지, 스마트 머신, 반도체 및 첨단소재) 부문으로 재편해 사업 부문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고 이 가운데 두산밥캣 분할로 일반 주주들을 중심으로 배당수익 감소 우려와 함께 분할·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는 "두산밥캣 분할 등 사업구조 재편이 이뤄지면 생기게 되는 1조원 수준의 투자여력을 원전 사업 등 클린에너지 사업에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5년간 체코를 포함해 총 10기 내외의 수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인공지능과 데이터 센터를 위해 전력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소형모듈원전(SMR)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가 수립한 5년간 62기 수주 목표를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표는 "이번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신기술 확보와 적시성을 갖춘 생산설비 증설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사업구조 개편 확보 자금으로 미래성장동력에 투자할 경우 배당수익보다 훨씬 높은 투자수익율로 더 많은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분할비율과 관련해서도 "분할 시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식수는 25% 감소하는 반면 기업가치는 10%만 줄어 재상장 시 두산에너빌 주당 가치는 두 비율 차이만큼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픽=비즈워치.

밥캣·로보 시너지 높아…주식교환 비율 '적절'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스마트 머신' 부문 중심의 기업 결합에 따른 시너지 등을 강조했다. 두산밥캣은 이번 개편을 통해 주력 사업인 건설, 조경 등의 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한 무인화·자동화 트렌드'에 사업을 집중할 방침이다. 

스캇박 두산밥캣 대표는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과의 기술적 협력을 추진해 오던 중 로보틱스와의 통합이 효과적이라 판단했다"며 "산업용 자율주행 장비 시장은 2031년 8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데 이를 선도하기 위해선 기존 제품들의 로봇화가 필수적이며 두산로보틱스는 로봇화 관련 강력한 소프트웨어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도 "두산밥캣과의 통합으로 시너지를 창출함으로써 사업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로봇의 최대 시장인 북미, 유럽 시장에서 압도적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인프라를 갖춘 두산밥캣과 통합하면 북미 시장에서 고객에 대한 접점이 현재 대비 약 30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시너지 창출을 통해 두산로보틱스가 상장 시점에 제시한 3년 뒤 매출 목표 대비 50%의 추가 성장이 가능해지면서 5년 내 매출 1조원 이상 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업계도 사업 재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두산로보틱스는 향후 10년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북미 로봇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라며 "두산밥캣의 북미·유럽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기대했다.

포괄적 주식교환과 관련해, 박 대표는 "일각에선 '두산로보틱스' 이름의 주식으로 교환된다는 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통합법인 주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주식교환 비율 역시 시장에서 회사 가치를 나타내는 객관적 지표는 주식시장 시가이며, 이 시가는 다수의 시장 참여자가 회사가치에 대한 독립적 판단을 근거로 상당 기간 수급에 따라 형성되는 가액"이라고 말했다.

류 대표도 "시너지를 창출함으로써 사업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두산밥캣과 통합하면 고객에 대한 접점이 현재 대비 약 30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업구조 개편안./그래픽=비즈워치.

두산테스나  중심 반도체 강화…지주사 배당도 늘어

앞선 3사와 별개로 반도체 및 첨단소재 부문의 핵심은 두산테스나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두산테스나에는 그룹 내 첨단소재 사업인 반도체, 휴대폰, 전기차 배터리 등이 자리 잡을 예정이다. 두산테스나는 시스템반도체 웨이퍼 테스트 분야 국내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다. 두산그룹은 이번 사업 구조 개편으로 두산테스나를 '반도체 종합 OSAT'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OSAT 기업이란 반도체 제조 과정 중 후공정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을 말한다.

반도체 산업은 최근 전 공정 한계 임박으로 패키징, 테스트 등 OSAT 기업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 테스트 사업은 고객사인 반도체 기업 물량을 장비를 통해 검사하는 만큼 별도 재고 물량 등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시스템반도체 웨이퍼 테스트 1위 업체 두산테스나는 삼성전자를 주요 고객사로 두며 두산그룹의 새로운 현금창출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주사 차원에서는 이번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이자 손자회사였던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다. 합병 시 실질적 지배력 또한 기존 14%에서 42%로 높아진다. 이로 인해 두산은 잠재적 배당금도 비례해서 높게 받을 수 있다. 두산밥캣의 미처분이익잉여금 2023년 기준 약 4조6000억원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각사가 개별적으로 진행해오던 과제를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공동 수행함으로써 중복투자를 걷어낼 것"이라며 "이를 통해 확보된 자금은 각 사업 부문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논란과 우려 잠재울 승부수 될지 주목

두산의 주주서한이 그간 이어진 논란과 우려를 잠재울지 주목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9월25일 임시 주총을 열 예정으로 합병안건은 주총 특별결의사항으로 참석주식의 3분의 2 이상, 전체 주식의 3분의 1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분할합병을 추진 중인 3개 회사의 지분구조를 봤을 때 각각 20% 안팎의 소액주주가 반대하면 무산된다. 안건이 통과되더라도 사업재편을 반대하는 주식매수청구권 금액이 6000억원을 넘으면 관련 계획을 철회할지 정해야 한다.

앞서 두산그룹 사업구조 개편 소식에 불공정한 합병 비율이라며 소액주주가 반발하자 금융감독원(금감원)은 두산로보틱스가 지난 15일 제출한 합병 관련 증권 신고서에 대해 정정 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그래픽=비즈워치.

금감원 관계자는 정정 신고서를 요구한 이유에 대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두산밥캣(PBR 0.69배)과 고평가된 두산로보틱스(PBR 17.15배)의 합병 비율을 자본시장법에 의해 산정했다"하더라도 "주주들에게 합병 이유에 대해 성실 설명 의무가 있는 두산그룹이 그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 정정 신고서를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와 IB 업계도 비슷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설득력을 위해서는 지배 구조 개편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신설 법인을 통해 두산밥켓을 두산로보틱스에 더 싸게 넘기려는 모습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두산에 대한 주주들의 신뢰는 쉽게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국회 제공.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평택시병)은 지난달 18일 자본시장법 개정안(일명 두산밥캣 방지법)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상장기업 간 합병 시 자산 가치와 수익가치를 산술 평균화해 기업 합병 가치를 매기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으로 통과되면 상장사 합병 시에도 비상장사와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두산그룹의 합병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은 상태다. S&P는 "두산밥캣에 대한 그룹의 보유 지분이 늘어나 부정적인 경영 개입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두산밥캣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최지훈 (jhchoi@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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