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난다. 빠라삐리뽀!…재밌다. 개다리춤!”
배삼룡 오마주 ‘개다리춤’ 안무로 활용
한국서도 방송 안 된 위안부 헌정곡…일본 라디오 방송 통해 전파 타
또 다른 헌정곡에 일본 할머니 눈물
한국·일본을 오가며 문화·역사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는 일본 출신의 엔카 가수가 있다. 한국 활동명 ‘아리아’가 그다. 일본에서는 ‘아스카’(일본 활동명 大沢あすか 오오사와 아스카)로 활동했다.
거창하게 문화와 역사를 들먹인 것은, 그가 한국의 풀피리프로젝트가 만든 미얀마(미얀마의 봄)와 위안부 헌정곡(송가인의 ‘시간이 머문 자리’)을 일본어로 직접 번역해 부른 때문이다. 이중 미얀마 헌정곡은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 이야기로 노래 가사를 바꾼 ‘히로시마의 기억’은 일본에서도 화제가 됐다. 헌정곡이 애써 그 노래로 그 역사와 현실, 민초들을 어루만지려는 노력을 담은 덕에 가슴 저리는 소통을 경험하게 된다. 그만큼 절절함에 일본인의 마음도 움직였다.
나아가 ‘히로시마의 기억’을 듣고 히로시마의 사업가(湯浅長生 Yuasa Nagao)가 아리아의 후원회장을 자처해서 방송, 라디오, 디너쇼, 가라오케 노래등록등에 도움을 줬다.
일본에서 일고 있는 갑작스러운 관심과 달리 차분히 한국 데뷔를 준비하는 아리아의 첫 노래는 신난다. 앞서 말한 레트로 댄스곡 ‘빠라삐리뽀’다. ‘즐겁게 술 한잔하자’란 뜻이 숨은 은어지만, 뜻을 되새길 필요 없이 ‘추임새’나 ‘후크’의 중독성이 강한 반복음으로 생각하면 된다. 남녀노소 누구나 한번 들으면 따라 부르기 쉬워, 일본 현지에서 ‘내손내산’ 자발적 커버 댄스 모임이 생길 정도다. ‘빠라삐리뽀’ 일본어 버전 역시 가사만 일본어로 바꿔 중독성이 매우 강한 원곡의 레트로 댄스곡 유전자를 공유한다.
노래는 댄서의 개다리춤(옛 코미디언 배삼룡의 개다리춤을 오마주한 안무다)과 어울리며 무대와 객석을 하나로 만든다. 이 노래는 풀피리프로젝트의 음악 감독 우주명과 기획자 우덕명이 힘을 합쳐 만들었다.
아리아는 “한국 데뷔를 고려한 노래인데, 히로시마 원폭 이야기를 담은 ‘히로시마의 기억’이 일본 내 관심으로 일본 라디오 방송 출연 당시 일본어로 소개했더니 ‘훅’하는 반응이 오더라. 그래서 한국과 일본에서 차례대로 런칭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리아는 앞서 일본 라디오 방송 FMやまと(야마토)77.1 과 FMさがみ(사가미)HOT839에 출연했다. 일본의 대형 기획사 스타더스트 회장으로부턴 일본 활동에 대해 논의해 보자는 연락을 직접 받기도 했다. 오는 6일에는 NHK를 통해 아리아의 히로시마 원폭 피해의 노래가 전국 방송을 탄다.
아리아의 가수 활동이 ‘빠리삐리뽀’가 됐다. 인기에 연연하기보다, 우직하게 노래에 진심을 담고 활동에 의미를 담았던 그가 드디어 사람들로부터 관심이란 덤을 마주하게 됐다. 그 관심 넘어에 인기란 보물이 숨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현재 아리아는 ‘빠라삐리뽀’의 뮤직비디오 안무 연습을 위해, 하루 10시간씩 굳은 몸을 노글노글하게 만들고 있다. 목은 쓰려오고 다리는 아려와도, 그의 노래를 듣고 어깨춤을 출 팬을 위해 아리아는 이를 악물고 ‘빠라삐리뽀’를 노래한다. 이제 아리아의 도전은 개봉박두를 며칠 남기지 않았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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