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 응원, 축하…파리에서 남북한이 소통하는 방법[파리에서 생긴 일]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북한 선수들을 처음 본 건 지난달 29일 탁구 경기장에서였다. 당일 리정식과 김금용은 사우스 파리 아레나 4에서 열린 탁구 혼성 단체 준결승전에서 홍콩을 꺾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리정식과 김금용을 기다렸다. 8년 만에 복귀한 올림픽에서 메달을 추가한 소감을 듣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빠른 걸음으로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 두 선수를 응원하러 경기장을 찾은 김일국 체육상 등 북한 관계자들도 한국 취재진과 거리를 뒀다.
스포츠를 매개로 전 세계가 연결되는 올림픽에서도 남북한 사이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 경기장이나 선수촌에서 마주치는 선수들끼리 교류하는 일도 거의 없다. 대화조차 쉽지 않기에, 북한은 어쩌면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낯선 나라일지도 모른다. 하루 뒤 같은 장소에선 탁구 혼성 단체전 시상식이 진행됐다. 임종훈과 신유빈이 3위, 리정식과 김금용이 2위를 차지하며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시상대에 올랐다. 이번 대회 시상식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식 파트너인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메달리스트들이 기념사진을 함께 촬영하는 ‘빅토리 셀피’ 순서가 있다. 임종훈이 대표로 카메라를 들었고 신유빈, 북한, 중국 선수들이 영광의 순간을 ‘셀카’로 남겼다. 임종훈이 전하기론 북한 선수들과 별다른 대화를 나누진 않았다. 그래도 북한이 촬영을 거부하지 않음으로써 한국과 북한 선수들이 시상대에서 함께 셀카를 찍는 특별한 장면을 남겼다.
대회가 열리는 당시 남북 관계가 어떠냐에 따라 북한 선수들의 태도는 조금씩 달라진다. 그러나 국제대회에서 여러 번 마주치고, 경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관계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여자 복싱 최초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된 임애지와 북한의 복싱 영웅 방철미의 관계가 그렇다. 임애지와 방철미는 지난 4일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복싱 여자 54㎏급 준결승전에서 각각 패했다. 동메달 결정전을 치르지 않고 준결승전에서 패한 선수 두 명에게 메달을 주는 올림픽 복싱 규정에 따라 임애지와 방철미는 이 체급 결승전 종료 후 나란히 시상대에 오른다.
임애지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방철미를 처음 만났고,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땐 16강전에서 만나 판정패했다. 임애지는 당시를 떠올리며 “경기가 끝나고 수고했다는 말을 해줬다”며 “‘너 많이 늘었더라’라고 해서 속으로 ‘난 더 잘하는데’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파리에서도 선수촌 웨이트장에서 만났는데 ‘힘내라’라고 해서, ‘언니도 힘내세요’라고 답했다”며 “결승전에서 보자고 했는데, 둘 다 준결승전에서 떨어져 조금 아쉽다”고 전했다.
북한 선수들과 소통하는 것이 아직은 낯설긴 하다. 방철미와 함께 시상대에 서는 장면을 상상하던 임애지는 “혹시 방철미 선수를 시상식 때 안아도 되나요?”라며 기자들에게 역으로 물었다. 기쁜 마음을 표현했다가 좋지 않은 쪽으로 이슈가 될까 봐 염려한 것이다. 여자 기계체조 여서정은 앞서 3일 도마 결선에서 연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들어온 북한 안창옥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안창옥이 그냥 지나치면서 다소 무안한 상황이 연출됐다. 그래도 여서정은 “제가 (인사할) 타이밍이 늦었다고 생각하겠다”고 웃어넘겼다.
올림픽에서 본 북한 선수단은 여전히 말이 없다. 폐쇄적이고, 다가가기 힘들다. 그러나 소통의 문이 완전히 닫혀있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함께 셀카를 찍고, 서로 힘내라고 응원했다. 조금씩이라도 소통을 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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