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에 과녁판 붙이고 뚫어져라…‘명중 본능’ 키우는 사격팀 훈련법 [파리2024]
심리 훈련 ‘무한반복’…실전서 실력 발휘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차민주 수습기자]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사격이 뜻밖의 선전을 보이면서 긴장 상황에서도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하는 사격 선수들의 ‘포커페이스’가 주목받고 있다.
시작은 여자 10m 공기소총 결승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반효진이었다. 반효진은 16세의 최연소 나이에도 경기 내내 미동조차 없는 포커페이스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자 25m 권총 결선에서 슛오프 접전 끝에 금메달을 획득한 양지인은 경기 중에 생긴 돌발 변수까지 무심하게 넘길 정도로 차분함을 유지했다. 일론 머스크가 “액션 영화에 캐스팅하자”고 극찬하면서 화제가 된 김예지 선수도 마찬가지다. 올 5월 국제사격연맹(ISSF) 사격 월드컵 25m 권총 경기 당시 김예지는 신기록을 세웠음에도 미소조차 보이지 않는 얼굴로 일관했다.
스포츠계에서는 사격을 ‘심리전’이라고 한다. 선수의 기록이 차례대로 바뀌는 토너먼트 형식으로 경기가 진행되므로 어떤 외부 자극에도 흔들리지 않는 고도의 심리 훈련이 요구된다. 또 사격은 실내 스포츠 특성상 바람·습도와 같은 외부 환경 요인에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선수 각자가 내면에 집중해 기술 집중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의 경기 리듬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가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셈이다.
그렇다면 심리전을 극복하기 위한 사격 훈련에는 무엇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이를 크게 ▷이미지 트레이닝 ▷적응 훈련 ▷루틴 기법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먼저 이미지 트레이닝은 훈련 상황을 마치 실제 진행되는 경기라고 생생하게 상상하는 것이다. 심리 훈련의 핵심이며 내적 심상과 외적 심상 두 단계로 구분된다.
내적 심상은 1인칭 시점으로 상상하는 훈련이다. 훈련 집중도를 높이고 기술 숙련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자신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반복해 그린다. 심지어 선수들은 침대 위 천장에 과녁판을 붙여 자기 전까지 과녁을 응시하고 기술 훈련을 상상한다. 본능이 과녁에 반응하도록 길들이는 것이다.
반면 외적 심상은 3인칭 시점으로 자신의 모습을 그리는 훈련이다. 예컨대 선수들은 올림픽 출전에 대비해 현지 경기장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이를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학습시킨다. 이로써 선수들은 평소 연습하던 경기장과 다른 환경에 가더라도 경기에 좀 더 수월하게 집중할 수 있다.
적응 훈련은 말 그대로 선수들이 낯선 환경에서도 심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이들의 적응을 돕는 훈련이다. 평소 선수들은 일부러 외부 자극이 큰 환경 장소로 찾아가 훈련을 받는다.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총을 쏘는 훈련이 대표적 사례다.
마지막으로 루틴 기법이다. 루틴 기법이란 하루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행동과 훈련 일정을 분·초 단위로 나눠 그대로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선수가 의도하지 않아도 시간과 순서에 따라 몸이 본능적으로 움직이도록 ‘선수의 무의식’을 학습하는 방법이다.
사격 국가대표의 포커페이스는 이미지 트레이닝-적응 훈련-루틴 기법이 체계적으로 반복된 결과다. 포커페이스 유지가 탁월하다는 건 선수가 자신의 활성상태를 그만큼 잘 다룬다는 의미다. 마치 ‘수행’을 하는 듯한 훈련이 반복되면 선수는 환경과 관계없이 자신의 심리를 차분하고 침착한 상태로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심리 훈련을 하면 실전에서 마주하는 변수 속에서도 95% 이상 훈련 때와 비슷한 점수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신성득 건국대학교 스포츠건강학과 교수는 “사격과 같이 집중력을 요하는 종목은 심리 훈련 없이는 경기력 향상을 도모할 수가 없다”며 “반응 속도를 일정하게 지속하기 위해서는 경기장뿐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반응할 수 있는 심리 훈련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변수가 발생해도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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