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값·관리비 아끼려다가”...휴지조각 된 해피머니에 소비자 ‘눈물’
생활비 아끼려다 넉 달 치 생활비 날아가기도
소비자들 "금융권과 당국에 책임 有"
전문가들 "입법, 사법적 측면서 문제 풀어야"
[파이낸셜뉴스] #30대 학생 최모씨는 자신을 뒷바라지해주는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에 책값과 관리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고자 지난달 5일 위메프에서 A카드로 해피머니 46만3500원, 27만8100원어치의 해피머니를 각각 결제했고, B카드로 같은 금액의 해피머니를 구매했다. 그러나 이후 티메프(티몬·위메프) 정산지연 사태가 발생하면서 해피머니 환불이 불가능해졌고, 이모씨는 148만3200원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같은 달 26일 각 카드사에 이의제기 신청을 넣었지만 A카드는 해피머니 미충전 상태인 데다가 카드 대금이 아직 나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달(8월) 대금을 그대로 납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티몬에서 대대적으로 해피머니 상품권을 할인해서 팔았던 지난 3~5월 해피머니 1200만원 어치를 대량 구매했다. 쌀, 식자재 등 생필품과 세탁기 등 가전제품 구매 시 약 8~10% 할인된 금액으로 구매하는 것이 가능해 '한 푼이라도 아껴 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후 해피머니 사용처가 모두 막히고 환불 불가 상태에 이르면서 김모씨는 넉 달치 생활비를 한꺼번에 물리게 됐다.
티메프 사태 여진이 해피머니 상품권을 구매한 소비자들에게까지 번졌다. 해피머니를 다량으로 특가 판매하던 티메프가 상품권 발행처에 대금을 정산해주지 못하면서 발행사인 해피머니아이엔씨가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접어들면서다. 해피머니 관련 피해 사례가 속출하면서 금융당국 및 금융권 책임론도 부상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상품권법을 재입법하지 못한 국회와 상품권을 판매한 티메프 측에 과실이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5일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한 해피머니 피해자 10여 명의 피해금액은 최소 106만4900원에서 최대 1200만원까지 분포했으며 피해 계층도 학생, 직장인, 주부 등으로 다양했다. 선불충전금 티몬 캐시 피해 사례도 있어 추후 파장이 예상된다. 피해자들은 도서 구입비 및 관리비, 각종 생필품 구매, 극장과 전자책 이용 등 문화생활에 들어가는 비용 등 실생활에 소요되는 비용을 조금이라도 덜려고 했던 시도가 엄청난 손실로 돌아왔다며 "음식을 먹는 것도 죄책감이 든다"고 호소했다.
피해자들은 카드사에 환불신청을 하고 한국소비자원에 피해접수를 넣는 등 다방면에서 노력 중이나 사태 해결은 요원하다. 현재 일부 카드사의 경우 아직 사용하지 않은 상품권조차 취소해주지 않고 대금 납부 후 환불을 받으라고 안내했다.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PG사)들은 상품권 핀 번호가 전송됐을 경우 소비자가 상품권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판매 절차가 완료돼 PG사 측에는 환불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도 해피머니의 경우 선불업 미등록 업체라 규제 수단이 없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카드사·PG사 등 금융회사와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해피머니 온라인상품권 5만원권 23장을 구매한 후 티몬 측에 카드취소 접수를 요청한 40대 직장인 김모씨(피해금액 106만4900원)는 "티메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 지난달 22일 티몬 측에 카드 취소 접수를 요청했고, 구입한 티켓이 미사용 상태임을 확인한 티몬 측이 23일 카드 취소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며 "주문 후 이틀 만에 취소해 핀번호가 소멸됐고, 환불 처리 과정에서 PG사가 막은 것"이라고 토로했다.
티몬캐시 250만원과 기프티콘 50만원어치를 환불받지 못해 지난달 26일 약 20시간 동안 티몬 사옥에 머물렀던 20대 대학생 한모씨 또한 "지난달 23일 (티메프) 사태가 터지기 직전 결제한 건은 (PG사들이) 티몬에 대금을 지급하기 전이니 환불 요청에 응해야 하는데 PG사들은 23일부터 26일까지 무응답으로 일관했다"며 "유효기간이 지나지 않은 상품권은 등록 전까지 환불이 가능한데, PG사가 결제취소를 막지 않았다면 진작 환불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카드사에 대해서도 "구매자들이 인지하고 사용하는 금융상품은 카드사인데 마치 소비자와 PG사의 중개인이자 조정자인 듯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정부에서 승인·허가해 발행한 상품권인데 사용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말도 안 되는 데다가 25년 간 운영해 온 상품권 업체(해피머니)를 규제·관리하지도 않았던 것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전문가들은 본질적으로 입법·사법적 차원에서 해결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품권 발행·유통을 규정한) 상품권법이 없어진 후 재입법을 했었는데 지난 국회에서도 합의가 안 돼서 파기 처분됐다"며 "근거법이 없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또한 "결제대행사, 카드사 쪽에는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며 "(티메프가) 해피머니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판매한 부분이 있다면 사기죄 적용이 가능할 것이고, 정부 차원에서 구영배 큐텐 대표 등이 이번 사태 관련해 배상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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