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젠, 8일 임시주총서 '최대주주 vs 창업주' 의결권 대결

미디어젠이 오는 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최대주주인 키맥스와 창업주 고훈 전 대표 간 의결권 대결을 펼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디어젠은 오는 8일 임시주총을 열고 정관 변경과 이사 선임, 대표 해임 등의 안건을 논의한다. 이번 임시주총은 최대주주 키맥스와 창업주 고 전 대표측의 표 대결이 예고됐다. 키맥스측은 정관 변경을 통해 이사수를 기존 5인 이내에서 8인 이내로 확대하고, 4명의 사내이사 후보를 상정했다. 아울러 송민규 현 대표의 해임안도 제안했다. 미디어젠은 차량 음성 시스템 개발과 AI(인공지능) 솔루션을 개발, 판매하는 회사다.

현재 5명의 미디어젠 이사회에서 키맥스측 인사는 정남호 부사장(CFO)와 문정식 상무(이티홀딩스 대표) 두명이다. 송민규 대표, 최호현 부사장 그리고 김동찬 사외이사 등 3인은 고 전 대표측이 선임했다. 이번 임시주총서 키맥스측 안건이 모두 받아들여질 경우 키맥스측 인사 6명, 고 전 대표측 2명으로 경영권을 장악한다.

다만 정관 변경과 등기이사 해임은 특별결의 사항이다. 특별결의란 발행주식의 3분의1 이상이 주총에 참여해야 하고, 출석주주 3분의 2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번과 같이 양자 대결 구도에서는 상대방보다 2배 많은 의결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공시상으로 키맥스 지분율은 특수관계자를 모두 합쳐 27.19%다. 다만 지난 6월 키맥스 등은 다른 주주들과 함께 앨터스투자자문에 지분 44.24%를 매각하기로 했다. 이후 인수자는 이티홀딩스로 변경되며 매각 대상물도 이 회사 지분 38.89%로 줄었다. 해당 거래에 관여된 지분 전체를 우호 지분으로 보면 키맥스측은 44.24%에 달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 반면 고 전 미디어젠 대표는 지분율 20.68%를 보유 중이다.

키맥스측은 미디어젠 경영권을 확보하면 이티홀딩스에 경영권을 매각하는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이티홀딩스는 미디어젠을 인수해 기존 AI 사업과 시너지가 높은 의료기기 관련 신사업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미디어젠은 최근 3년간 6억~52억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이티홀딩스 관계자는 "현재 우호 지분은 44.24% 그대로 보유 중"이라며 "이번 임시주총에서 경영권을 확보해 본업과 시너지가 큰 의료기기 신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키맥스측은 현 경영진이 염신일 전 도이치모터스 회계 책임자와 체결한 컨설팅 계약 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과거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었던 기업에 재직한 인물에게 경영상의 조언을 받고 있어 우려스럽다는 취지다. 그의 아내가 운영하는 법인(다앤뉴)와 업무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염 전 회계책임자는 지난달 26일 국회 법사위 증인으로 출석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 질문을 받은 인물이다. 아울러 키맥스측은 미디어젠 전현직 경영진에 횡령·배임 혐의가 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키맥스는 이번 임시주총에서 이사회 장악에 실패할 경우 고 전 대표측 임원의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3월 정기주총서 일반결의를 통해 신규 이사를 선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디어젠 관계자는 "염 전 회계 책임자는 단순 컨설팅 계약을 맺은 것"이라며 "횡령·배임 혐의 관련해서 회사가 수령한 공문서가 아직 없어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까지 신규 사업에 비용이 소요되며 실적이 부진한 면이 있었다"면서도 "성장성이 큰 사업 분야인 만큼 주주들에게 실적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기영 기자 pgys@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