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직무대행, 이진숙 탄핵안 가결에 "희대의 촌극, 기네스 감"

박서연 기자 2024. 8. 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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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에서 반나절도 안 돼 방통위 온 김태규 직무대행 오후 입장 밝혀
방통위, 일정 공지하며 "질문은 받지 않을 예정"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지난달 31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방통위원장 취임식에 참석한 김태규 방통위 부위원장. ⓒ연합뉴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지난달 31일 퇴임한 뒤 바로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출근한 김태규 방통위원이 이진숙 위원장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위원장 직무대행으로 5일 입장을 내고 “기관장이 임명되고 채 이틀이 지나기도 전에 탄핵이 가결되는 희대의 촌극을 목도했다. 호기심 많은 혹자는 이것이 기네스 감이 아닌지 의문을 가질 듯하다”고 주장했다.

김태규 직무대행이 5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기자실에서 입장을 내기에 앞서 방통위가 입장문 발표를 공지했다. 그러면서 “질문은 받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태규 직무대행은 “그럴싸한 사정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눈길이라도 한 번 줄 텐데, 오로지 직무집행 정지를 노린 거란 걸 범부도 알 지경이라, 모두 또 그러려니 한다”며 야6당의 탄핵소추안 발의를 비판했다. 그는 “탄핵은 엄중한 것이라 처음 규정을 만들 당시에는 잘 활용되지 않을 거로 예상해 규정을 완비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탄핵들은 이러한 법적 공백을 파고든 모양새”라고 주장했다.

김 직무대행은 “이번 탄핵이 고위공무원의 직무상 중대한 비위를 징치하고 국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함인지, 아니면 국정 발목잡기와 정치적 분풀이를 위함인지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 그로 인한 진정한 피해자가 누구인지도 함께 고민해 봐야 한다”며 “정부의 한 부처가 무기력하게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그 소속 공무원의 사기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은 바로 국민의 불행이다. 방송과 통신이 국민의 삶에 깊숙이 스며들고 그 기술도 날로 발전하는데 정작 그와 관련된 정부 기관은 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 직무대행은 남은 방통위 상임위원 3명을 추천해달라고도 했다. 그는 “상임위원 3명에 대한 추천 절차를 꼭 진행해 방통위의 기능회복을 위해 노력해달라. 헌법재판소도 향후 탄핵소추 절차가 진행되면 신속한 심판을 통해 기관장 부재의 사태를 조속히 종식해 주시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다음은 김태규 직무대행 입장문 전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탄핵에 관한 부위원장의 입장]

안녕하십니까.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김태규입니다.
저는 오늘 무겁고 참담한 심경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기관장이 임명되고 채 이틀이 지나기도 전에 탄핵이 가결되는 희대의 촌극을 목도(目睹)하였습니다. 호기심 많은 혹자는 이것이 기네스 감이 아닌지 의문을 가질 듯합니다.

대한민국이 건국되고 37년이 지난 1985년 최초로 탄핵이 대법원장에 대하여 발의되었지만 부결되었습니다. 처음으로 가결된 것은 2004년으로 건국 후 약 56년이 지나서입니다. 탄핵이 인용까지 된 것은 2017년으로 건국 후 무려 69년이 지나서입니다. 그리고 이때까지 탄핵이 논의된 것은 약 15건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2017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불과 7년 동안 탄핵이 논의된 건은 무려 23건에 이릅니다. 거의 70년 동안 일어난 탄핵 논의보다 지난 7년 동안 일어난 탄핵 논의가 훨씬 많습니다. 대상도 국무위원, 판사, 검사 나아가 방송통신위원장에 이릅니다. 게다가 탄핵 대상도 아닌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까지 문제 삼았습니다. 이즈음 되면 거의 탄핵의 희화화는 완성되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럴싸한 사정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눈길이라도 한 번 줄 텐데, 오로지 직무집행 정지를 노린 거란 걸 범부(凡夫)도 알 지경이라, 모두 또 그러려니 합니다. 탄핵은 엄중한 것이라 처음 규정을 만들 당시에는 잘 활용되지 않을 거로 예상하여 규정을 완비하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탄핵들은 이러한 법적 공백을 파고든 모양새입니다.

이번 탄핵이 고위공무원의 직무상 중대한 비위를 징치(懲治)하고 국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함인지, 아니면 국정 발목잡기와 정치적 분풀이를 위함인지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그로 인한 진정한 피해자가 누구인지도 함께 고민하여 봐야 합니다.

정부의 한 부처가 무기력하게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그 소속 공무원의 사기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은 바로 국민의 불행입니다. 방송과 통신이 국민의 삶에 깊숙이 스며들고 그 기술도 날로 발전하는데 정작 그와 관련된 정부 기관은 손을 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회에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상임위원 3명에 대한 추천 절차를 꼭 진행하여 방송통신위원회의 기능회복을 위해 노력하여 주십시오. 헌법재판소도 향후 탄핵소추 절차가 진행되면 신속한 심판을 통하여 기관장 부재의 사태를 조속히 종식하여 주시기를 희망합니다.

저희 방송통신위원회 직원 모두는 기관장이 복귀하고 상임위원이 충원되어 온전히 업무에 매진할 수 있는 날까지, 비록 제한된 범위이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잘 찾아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국민을 위하여 신명 나게 일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방송통신위원회 구성원의 염원을 구현할 수 있도록 모두 도와주십시오. 그것이 국민을 위해 양보하고 타협하는 모습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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