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찰방식 이어 설계 논란까지… 표류하는 `K-이지스함`
기술평가점수 1.16점차 '이례적'
한화 "KDDX 수주엔 문제없어"
지역구 의원들도 '갑론을박' 팽팽
8조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의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업체 선정 방식을 두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신경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화오션의 기술력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방위사업청 산하 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이하 ADD)가 발주한 대형해상시험선(이하 대형시험선) 상세설계 제안요청서에서 한화오션이 맡은 기본설계의 개선사항을 5가지나 지정했기 때문이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엔진, 주행거리에 해당하는 추진기 형식, 기관실 배치, 항속 거리 등 핵심 기술이 이에 포함됐다.
그러나 한화오션 측은 기본설계는 정상적으로 완료했고, KDDX 역시 기본설계 결과 자료를 받아 차질 없이 사업을 속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회사에 지역 정치인들까지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연내 시작할 예정이었던 '한국형 이지스함'의 꿈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5일 본지가 입수한 ADD 발주의 6150톤급 '대형시험선 상세설계 및 건조에 대한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ADD는 총점 100점의 기술능력평가에서 50점을 차지하는 '기술지식능력' 분야의 '기본설계 대비 개선사항' 항목에 25점을 배정했다.
개선사항에는 추진 체계 개선, 항속거리 증대방안, 기관·기관조종구역 배치 효율성, 시험·안전통제센터(미션컨트롤센터·MCC) 구역 설계 및 장비 배치 방안 적절성 및 효율성, 기타 선박 운용성 및 임무수행능력 개선사항 등 총 5가지 평가항목이 포함됐다.
즉, ADD가 한화오션이 이미 기본설계 한 내용 중 5가지를 꼽아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기본설계 완료 이후 개선사항을 추가로 요구하는 것을 이례적인 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MCC 구역 설계를 '단층'으로 설계한 것을 '복층'으로 변경하는 등 기존 기본설계를 뒤엎고 재수행해야 하는 요구사항도 담겼다.
이번 제안서는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HJ중공업 등에 공동으로 제안됐다. 입찰 결과 HD현대중공업이 기술평가점수 75.84점(종합 94.6311점)을 받아 한화오션(기술 74.68점, 종합 93.6311점)보다 앞섰다.
통상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이후 후속 수주 경쟁에서도 유리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외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업계 관계자는 "통상 0.5~1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수주전에서 기술점수에서만 1.16점의 격차를 보인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기본설계를 수행했음에도 이러한 차이를 낸 만큼 한화오션의 기술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화오션 측은 "ADD에서 요구하는 바에 따른 기본설계 수행을 모두 문제 없이 이행했으며, 건조사업 전 한화오션과 먼저 개선사항에 대한 회의를 실시했다"며 "대형시험선은 기존에 발주됐던 함들과는 다른 특수성을 지녔다. 기존에 시도되지 않은 함정일수록 기술적 난이도 요구와 요구조건 등에 따라 수요자 측의 개선사항은 추가되는 것이 얼마든지 발생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한화오션이 이번 입찰에서 탈락하면서, 이보다 더 난이도가 높은 KDDX 사업을 수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한화오션 측은 "당사는 방위사업청이 갖고 있는 기본설계 결과 자료를 제공받아 차질 없이 사업을 속행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이번 대형시험선을 예로 들면서 "기본설계를 하지 않은 회사도 상세설계 및 함 건조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부 국방 연구기관에서 보여줬다. 대형시험선처럼 KDDX도 공정한 경쟁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국익을 최우선 실현하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현재 총 8조원에 이르는 KDDX 사업자 선정을 두고 두 회사는 물론 지역 정치권까지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연내 사업자 선정이 가능할 지 미지수다. 울산을 지역구로 둔 여야 국회의원 3명(김상욱 국민의힘,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윤종오 진보당)은 "방위사업청이 부당한 외압에 흔들리지 않도록 든든한 방파제가 되겠다"며, 과거 보안 등을 고려했을 때 기본설계를 맡았던 HD현대중공업에 수의계약 방식으로 상세설계와 초도함 수주도 맡기는 게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 거제시지역위원회는 지난달 4일 보도자료를 내고 "군사기밀 탈취, 유출로 방위산업 근간을 흔든 HD현대중공업에 수의계약을 몰아주는 것이 현 정권의 공정과 상식인가"라며, 경제입찰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전문가는 "방사청 개청 이래 18번의 함정 사업 모두 기본설계 업체가 수의계약을 통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진행해 온 것은 맞다"며 "여론전이 심화되고 방사청이 발을 빼고 있는 상황이라 KDDX 연내 발주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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