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의 40도 돌파…'사상 최악' 2018년 기록 넘어설까?
한반도가 찜통더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5년 만에 국내에서 낮 최고기온이 40℃가 넘는 지역이 나왔다. 이같은 폭염은 최소한 광복절 무렵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사상 최악의 폭염을 기록했던 2018년 이후 올해가 가장 뜨거운 여름이 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4일 오후 3시 33분경 경기 여주시 점동면에 설치된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측정한 기온이 40℃에 달했다. 기상청과 지자체 등에서 관리하는 전국 500여 개 AWS 중 기온이 40도를 넘은 사례는 2019년 경기 안성 고삼면에서 40.2℃를 기록한 이후 5년 만이다.
현재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 중첩돼있어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되는 가운데, 대기 상하층을 모두 점거한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이불' 역할을 하며 열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기 상층은 고기압권에서 발생하는 '단열승온' 현상에 따라, 중하층은 북태평양고기압에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되고 내리쬐는 햇볕에 공기가 달궈지면서 기온이 높다. 단열승온은 단열 상태에서 공기의 부피를 수축시키면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기록적으로 무더웠던 2018년 여름에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 당시에는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더 강하고 폭넓게 발달했다. 또 2018년 7월 24일 제10호 태풍 암필이 중국에서 소멸하면서 태풍에 동반된 고온의 수증기가 한반도로 유입돼 폭염이 심화했다. 이후 같은달 29~31일 일본에서 제12호 태풍 종다리가 약화해 국내로 동풍이 불어 들면서 사상 최악의 폭염이 발생했다. 동풍이 백두대간을 넘으며 한층 뜨거워져 산맥 서쪽의 더위를 부추긴 것이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1942년 8월 1일 대구 기온이 40℃를 기록한 뒤 사례가 나오지 않다가 2018년 8월 1일 홍성·북춘천·의성·양평·충주에서 기온이 40℃ 이상으로 올랐다. 이후 같은 해 8월 14일 의성의 기온이 다시 40℃를 넘었다.
올 여름에는 2018년 폭염과 달리 저위도에서 고위도로 열을 수송하는 태풍이라는 변수가 적을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올해 태풍 영향을 받지 않고 8월 중순을 넘기면 더위 강도가 2018년보다는 덜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시기상 8월 초라 앞으로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의 '최성기'가 찾아올 수 있어 더 심한 폭염이 닥칠 가능성도 있다.
현재와 같은 무더위는 최소 14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4일 오전 6시 발표한 중기예보에서 8~15일 기온이 아침 23~27℃, 낮 30~35℃일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40℃가 또 넘는 사례가 나올 것이라 예상하는 객관적인 수치가 없어 날씨 변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간당 강수량이 30~50㎜를 기록할 정도로 소나기가 거세게 내리는 지역도 있겠다.
연일 이어지는 불볕더위로 주말 사이 5명이 목숨을 잃는 등 올해 들어 폭염에 따른 사망자가 모두 13명으로 늘어났다. 5일 질병관리청과 지역 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주말 사이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모두 5명이다. 온열질환이란 열 때문에 발생하는 급성 질환이다. 고온의 환경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두통, 어지럼증,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를 방치하면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한편 5일 행정안전부는 17개 시도에 '현장상황관리관'을 파견하고 폭염 대처상황을 긴급 점검한다고 밝혔다. 현장상황관리관은 인명 피해가 확대될 수 있는 상황 등에 파견돼 현재 상황과 안전 대비 체계를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 2018년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해 관리해 온 이래 '폭염 현장상황관리관'을 파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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