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DJ·文은 0회” “루즈벨트도 635회”…尹 ‘21호 거부권’ 임박에 여야 충돌

변문우 기자 2024. 8. 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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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25만원 지원법’ ‘방송4법’…野 강행 통과에 ‘패키지 거부권’ 가닥
“이승만 전 대통령 버금가는 거부왕” vs “여소야대 입법독주 상황서 불가피해”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거부)권' 사용 횟수가 어느새 20건을 넘어 '21호'를 기록할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야권의 '방송4법', '전국민 25만원 지원법', '노란봉투법' 강행 통과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다. 이에 야권에선 '대통령 거부권 중독'이라며 "김영삼·김대중·문재인 전 대통령은 거부권을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공세를 집중시키고 있다. 반면 여권에선 "여소야대 속 야권의 입법독주 상황에서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왼쪽 사진은 8월4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교에 설치된 '양보' 문구의 교통표지판 너머로 보이는 국회의사당 전경이다. 오른쪽은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연합뉴스

野 법안 상정→與 필리버스터→野 단독 통과→尹 거부권 '악순환'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8월 임시국회 첫날인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단독 통과시켰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등 노동조합 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은 재적의원 179명 중 177명 찬성으로 가결됐다. 앞서 해당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진행했던 국민의힘은 결국 단체 퇴장하면서 표결에 불참했다.

여기에 민주당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선 전 국민에게 민생경제 회복을 목적으로 25만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민생회복지원금법'도 단독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발의하고 민주당에서 22대 국회 당론 1호 법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하고 재정 부담을 키운다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국민의힘도 필리버스터를 통해 법안 통과 저지를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방송4법'도 대통령 거부권이 예고된 법안 중 하나다. 앞서 야권은 7월25일부터 8월30일까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설치 및 운영법,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을 날마다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들은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변경하는 내용, 공영방송 이사 숫자를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 학회와 관련 직능단체에 부여하는 방안 등을 포함하고 있다.

국민의힘도 방송4법 저지를 위해 5박6일 동안 각 법안마다 필리버스터로 제동을 걸며 맞대응에 나섰다. 이 기간 국회 본회의장은 '본회의 법안 상정→여당의 필리버스터 신청 및 진행→24시간 후 야당 주도로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안 제출 및 통과→여당 퇴장 속 야당의 법안 단독 표결' 악순환이 반복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결국 6개 법안 전원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윤 대통령에게 건의할 방침이다.

지난 7월4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 처리 문제를 둘러싼 필리버스터 종료에 대한 표결이 시작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입법독주-거부권' 정국 진행 중…洪 "더위보다 짜증나는 한국정치"

대통령실에서도 해당 법안들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강력 시사하며 집권여당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법안 개수는 최소 21건을 넘을 전망이다. 현재까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지난해 6건, 올해 9건에 달한다. 이미 민주화 이후 각 정권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기록(▲노태우 정부 7건 ▲노무현 정부 6건 ▲이명박 정부 1건 ▲박근혜 정부 2건)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야권에선 김영삼·김대중·문재인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단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은 점도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물론 여대야소 상황이긴 했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는 거부권을 단 한 차례도 행사하지 않았고, 국정 운영 측면에서도 윤 대통령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며 "거부권 중독으로 국회의 발목을 잡아도 결국 본인에게 업보 청구서가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 동안 이승만 정권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45건' 기록마저 뛰어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앞서 15번의 거부권 행사와 더불어 이번에도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20번을 넘어 선다"며 "이승만 전 대통령에 이어 역대 2번째로 많은 거부권 행사이며, 집권 기간 행사 횟수로는 압도적 1위다. 가히 '거부왕'이라고 칭할 만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여권에선 여소야대 상황에서 '거부권 행사'가 야권의 입법독주를 막을 마지막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3일 입장문을 통해 "'거부권 중독'(프레임)은 대통령에게 그릇된 이미지를 씌우려는 유치한 전략"이라며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은 우리 헌법 제53조에 규정된 정당한 권한이다. 우리 경제를 파탄 낼 법, 정치적으로 악용될 것이 뻔한 법, 불법 행위를 조장할 법을 막아내기 위해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배 수석부대표는 미국 대통령들의 거부권 행사 전적도 꺼내들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635번,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은 414번, 비교적 최근에는 조지 워커 부시 대통령이 12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2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0번, 조 바이든 대통령도 11번 행사했다"며 "특히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414번의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선 결국 여야와 정부의 '입법독주-거부권' 대치 국면이 풀리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만연하다. 여권 원로인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한국 대표팀의 파리올림픽 성과를 거론하며 "정치도 제발 이랬으면 좋겠는데 단독 강행 통과와 거부권 행사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것을 국익 중심으로 판단하고 집행하면 될 텐데 진영논리를 중심으로 패거리 지어 몰려다니면서 나라를 어지럽힌다"며 "찜통더위보다 더 짜증나는 한국정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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