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화재 키우는 '열폭주' 억제 방법 찾았다

이병구 기자 2024. 8. 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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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인천 서구의 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8시간 이상 지속되며 차량 수십 대가 불탔다.

서울대는 임종우 화학부 교수팀이 김원배 포스텍 화학공학과 연구팀, 삼성SDI 연구팀과 함께 리튬(Li)이온 이차전지 화재에서 온도가 급격히 치솟는 열폭주 현상의 메커니즘인 '자가증폭루프'를 규명하고 이를 제어할 코팅 기술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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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1일 인천 서구의 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8시간 이상 지속되며 차량 수십 대가 불탔다. 일부 주민들은 병원으로 이송됐고 대규모 정전으로 대피하는 등 큰 혼란이 빚어졌다. 최근 잇따른 배터리 화재로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연구팀이 화재를 키우고 진압을 어렵게 만드는 배터리 '열폭주' 현상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서울대는 임종우 화학부 교수팀이 김원배 포스텍 화학공학과 연구팀, 삼성SDI 연구팀과 함께 리튬(Li)이온 이차전지 화재에서 온도가 급격히 치솟는 열폭주 현상의 메커니즘인 '자가증폭루프'를 규명하고 이를 제어할 코팅 기술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1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 표지 논문으로 공개됐다.

전기차를 포함한 여러 전자기기에 널리 쓰이는 리튬이온 이차전지는 충·방전을 반복할 수 있고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다. 하지만 화재가 발생했을 때 배터리 온도가 수 초 안에 1000℃ 넘게 치솟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현재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이 핵심적으로 사용하는 하이니켈(High-Nickel) 양극재는 용량이 크지만 열 안정성이 낮다. 전기차 시대에 앞서 안전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열폭주는 메커니즘 분석 난이도가 높고 배터리의 단위인 셀(cell)이 밀폐되어 있어 안쪽의 물질이 화학적으로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연구팀은 방사광 가속기를 사용한 엑스선 회절 기법과 질량 분석 등을 활용해 셀 내부의 화학 반응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온도에 따른 '자가증폭루프' 메커니즘. 섭씨 120~200도(왼쪽)에서는 음극에서 생성된 에틸렌이 양극에서 산소 발생을 촉진하고 산소가 다시 음극에서 에틸렌 생성을 촉진하는 순환이 발생한다. 섭씨 230~280도(오른쪽)에서는 자가증폭루프에서 생성된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음극 표면의 리튬 금속과 반응하며 급격하게 온도가 상승한다. 서울대 제공

관찰 결과 열폭주 초기에 음극 재료인 흑연(C)에서 발생한 에틸렌(C2H4) 기체가 하이니켈 양극재로 이동해 산소(O2) 발생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소는 다시 양극으로 돌아와 에틸렌 형성을 촉진했다. 생성물이 반응물을 촉진하는 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자가증폭루프에서 생성된 산소와 이산화탄소(CO2)는 음극 표면에 석출된 리튬 금속과 빠르게 반응해 리튬 산화물을 만들며 많은 열을 만들었다. 이 과정이 빠른 속도로 일어나며 급격한 온도 상승이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흑연 음극에 알루미나 코팅을 적용해 자가증폭루프에서 생성된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리튬 금속과 반응해 발열하는 과정을 억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서울대 제공

나아가 연구팀은 흑연 음극에 알루미나 코팅을 적용해 열폭주 반응을 막을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실험 결과 음극 코팅은 자가증폭루프의 산소·이산화탄소가 리튬 금속과 반응하는 것을 막아 열폭주 현상을 성공적으로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연구결과를 응용하면 하이니켈 양극재를 주력으로 추진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002/adma.202402024

자가증폭루프로 인한 배터리 셀의 급격한 온도 상승을 묘사한 표지 그림. Advanced Materials 제공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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