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일상화, 생존의 문제”…주말에만 온열질환 5명 숨져
불볕 더위가 이어지는 동안 지난 주말에만 전국에서 5명이 목숨을 잃었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올해 13명으로 늘었다. 5일 강원 강릉에서는 17일째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 강릉에서 열대야 관측을 시작한 1911년 이래 역대 최장 지속 일수다. 서울과 광주는 15일째, 대구는 16일째, 제주는 21일째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일상화되면서 누구든 어디서나 겪을 수 있는 생존의 문제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 10대-20대도 온열질환으로 병원행
5일 질병관리청과 지역 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3, 4일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모두 5명이다. 4일 전남 순천시 별량면에서 밭일을 하던 90대가 열사병으로 쓰러져 숨졌고, 같은 날 낮 순천시 조례동에서도 90대 노인이 열경련 증상을 보이며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순천 사망자 2명은 아직 질병청이 집계하는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는 기록되지 않았다. 집계가 완료되면 올해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모두 13명으로 늘어난다.
고령층을 중심으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폭염으로 인한 피해는 더 이상 연령을 가리지 않는다. 3일까지 병원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 중 40대 이하 비중은 41%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40대가 14.2%, 30대 12.6%, 20대 10.6%, 10대 3% 등이었다. 실내에 있다고 안심할 수도 없다. 폭염 피해가 덜 할 것으로 예상되는 실내에서 온열질환자가 발생한 비율은 20.4%나 됐다. 이준형 인제대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젊고 건강한 사람들도 폭염 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외부활동 등을 오래하면 충분히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도 폭염은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연일 최고 40도에 가까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도쿄에서만 지난달 123명이 열사병으로 숨졌다. 요미우리신문은 4일 “도쿄에서 지난달 열사병으로 123명이 사망했으며 이 가운데 121명은 실내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실내 사망자 중 79명은 사망 당시 에어컨을 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일상인 시대에 맞춰 생활 방식 등을 바꿔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생존의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배우경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40도 넘는 폭염이 익숙치 않다보니 더우면 더울수록 오히려 팔다리를 내놓는 방식으로 더위를 피하려 한다”며 “이 경우 신체 수분이 빨리 날아가면서 열 조절 능력이 떨어져 몸속 체온이 빠르게 오르며 열사병 등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그는 “40도가 넘는 기온이 일상인 중동에서는 아무리 더워도 몸을 최대한 가리고 다닌다”며 “직사광선을 피하고 낮에 활동을 줄이는 등의 생활 수칙이 몸에 배어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각종 더위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올해 폭염은 최소 광복절인 15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5일 기상청은 중기예보를 통해 15일까지 전국적으로 최고 34도 안팎의 기온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당장 7일까지 전국 곳곳에 소나기가 예보돼있지만 낮 최고기온은 35도 내외의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폭염의 기세도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 전국 평균 폭염 일수는 4일까지 10.2일로 평년(1991~2020년·6.1일)보다 많다. 역대 최악의 여름으로 꼽히는 2018년 8월(1~4일)과 비교해도 최고기온(34.2도)은 1.8도 낮지만 최저기온(25.9도)은 1.2도 높고, 습도(79%)는 11% 포인트 높다. 전문가들은 “최저기온과 습도가 높게 유지되면 체감온도가 더 높아지는데 이때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5일 정부는 17개 시도에 ‘폭염 현장상황관리관’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2018년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규정한 이래 첫 파견이다. 행정안전부 폭염 현장상황관리관은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 여부 △취약계층(고령농업인, 현장근로자 등) 및 취약지역별(논밭, 공사장) 전담관리자 지정·운영 등 취약계층 보호 대책을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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