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왜 웃겨? 나도 당황한 블랙코미디 ‘리볼버’, 호불호 당연”[인터뷰]
스크린 안에서는 물론 밖에서도 멋짐 그 자체다. 이번에도 ‘여왕’다운 아우라를 뽐낸다. ‘무뢰한’ 오승욱 감독의 신작, ‘리볼버’(감독 오승욱)로 귀환한 배우 전도연(51)이다.
“(오승옥 감독님과) 무려 10년 만의 재회”라고 인사를 건네니, “솔직히 안 하고 싶었는데 ‘약속’ 때문에 그렇게 됐다”며 쿨하게 웃는다. 그러고는 “처음 이야기가 나왔을 당시만 해도 쉬고 있을 때였는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길복순’과 ‘일타 스캔들’을 연이어 했던 터라 쉬어야 할 타이밍에 만나게 돼 그렇게 까지 절실하진 않은 상태였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리볼버’는 한 번의 선택으로 모든 걸 잃은 여자, 그럼에도 약속한 대가마저 받지 못한 그는 자신의 몫을 되찾기 위해 논스톱 돌진하는 독특한 워맨스를 품은 복수극.
꿈에 그리던 새 아파트 입주를 기다리던 경찰 수영(전도연 분)은 뜻하지 않은 비리에 엮이면서 모든 죄를 뒤집어쓰면 큰 보상을 해준다는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출소 직전 수영의 연인은 끔찍하게 죽었고, 출소일 교도소 앞 그녀를 찾아온 사람은 생전 처음 보는 윤선(임지연 분) 뿐이다. 일이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직감한 그는 보상을 약속한 앤디(지창욱 분)를 찾아 나서고, 그 뒤에 있는 더 크고 위험한 세력과 마주한다.
전도연은 “‘무뢰한’에서 연기한 ‘김혜경’ 캐릭터와 좀 겹쳐보일까봐 우려한 점도 있었다”며 “이 작품에 ‘무뢰한’의 무드가 좀 묻어있어서 걱정이 되더라. 전작의 느낌을 피해 갈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고, 감정을 걷어낸 채 연기했는데 촬영을 하면서도 중간 중간 ‘이게 맞나’ 되돌아봤다. 감독님께 ‘지루하지 않아요?’라고 계속 물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촬영을 할 땐 이렇게 다채로울지 몰랐다. ‘블랙 코미디’가 생생하게 살아 나올지 몰랐다. 임지연을 비롯해 지창욱씨 등이 끌고 가는 에너지가 너무 새롭고 재밌더라. 당혹스러울 정도로 재미있고 신선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니 시나리오의 무드와 전혀 같지 않더라고요. 하수영이 영화에서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러 돌아다니지 않나. 그 인물들의 색이 하수영과 함께 입혀지며 장면이 만들어지는데 그게 관객들에게 좀 새로운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호불호는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충분히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흥행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이어 “제 팬이고 ‘한예종 전도연’으로 불렸는 지도 몰랐다. 처음 만났을 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고 통성명만 하고 서로 일에 집중했다”고도 했다. 임지연이 앞선 인터뷰에서 전도연을 보고 ‘쫄았다’는 후기를 밝힌 것에 대해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는데”라고 역시나 솔직하게 반응했다.
“각자 일을 열심히 하느라 사실 친해질 기회가 없었어요. 같이 밥을 먹은 적도 없고요. 촬영 당시에는 (임지연에 대해) 예민하게 열심히 하는 친구라는 생각만 했고요. 최근에 홍보를 하면서 자주 만나다 보니 밝고 솔직하고 귀엽다는 걸 알게 됐어요.(웃음)”
구교환·임지연·지창욱·김고은 등 계속해서 업계의 최고 ‘핫한’ 후배들과 만나고 있는 그는 “확실히 새롭다. 기대감도 크다”며 “특히 이번 작품에선 첫 만남부터 그랬다. 첫 신부터 내가 처음보는 톤, 캐릭터를 봤다. 지창욱씨와의 차 안에서의 첫 대면은 충격 그 자체였고, 임지연의 ‘언니’ 한 마디에서 작품에 새로운 색깔이 입혀지는 것 같더라. 그 낯선 에너지들이 정말 좋았다”고 극찬을 쏟아냈다.
전도연은 “이정재는 항상 똑같다. 언제 봐도 흐트러짐 없는 젠틀맨“이라며 ”늘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라는 느낌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되게 바쁠 텐데 ‘리볼버’에 특별출연을 한다고 해 솔직히 놀랐다. 의리맨이기도 하더라. 고마운 마음도 크다”면서 “극 중 관계에 대해서는 당연히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올바른 방식은 아니고 비뚤어진 (사랑) 방식이지만, 그렇게 사랑했고 꿈을 꿨고 그런 인물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작인 ‘무뢰한’의 김혜경과 연관 지어 떠오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유재석는 유튜브 ‘핑계고’를 통해 만났다. 전도연은 “너무너무 불편했다”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 ”사람들은 (불편한게) 콘셉트라고 하는 데 세상 불편했다“는 그는 ”제가 리액션을 잘하지 못하고 옆에서 유재석이 리드하는 게 편하지는 않다. 아침에 ‘핑계고’를 촬영하고 오후에 ‘요정 재형’을 했는데 ‘핑계고’ 보단 ‘요정 재형’이 편했다“고 재차 돌직구로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전도연과 유재석은 서울예대 91학번 동기다. 전도연은 “유재석과의 친분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저도 이제 모르겠다”면서 “사적인 얘기는 한 번도 나눠본 적이 없다. 대학 동기지만 특별한 추억은 없고, 단지 유재석이 톱이 됐고 저도 오랜 기간 배우로서 활동하며 만나게 된 게 팩트”라고 정리했다. 더불어 “그날 (‘핑계고’) 촬영 후에 전화번호는 교환했다. (유재석에게) 문자는 오더라”라고 쿨하게 덧붙여 또 한 번 폭소를 안겼다.
인터뷰 내내 솔직하고도 시원시원하고 진솔한 입담으로 마음을 사로잡는 그녀였다. 모든 장르를 섭렵한 그에게 끝으로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또 다른 장르가 있나”라고 물으니, “정통 멜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한 가지 일을 오래 했다고 해서 수월한 건 없다. ‘이쯤에서 이만하면 되지 않았어?’ 이렇게 안심한 적이 없다. 그래서 매너리즘이 올 여유도 없었다”면서 “너무 완벽주의로 스스로를 조이지도, 그렇지도 놓지도 않도록 적절한 ‘내려놓음’을 통해 발렌스를 찾아 가려고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얼마전 연극 ‘벚꽃동산’을 통해 엄청난 ‘힐링’을 했어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간들, 카메라가 없는 무대 위에서 시야는 오히려 넓어지고, 매일 매일 새로운 연기를 하는 저를 보게 됐죠. 그냥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주어진 대로 열심히 가려고 해요. 어떤 이미지건 어떤 작품이건...내가 좀 더 다가가야 할 땐 다가가고, 기다려야 할 땐 기다리면서요. 아, 다만 저는 꼭 제가 하는 게 아니어도 극장에서 멜로 영화를 좀 보고 싶긴 해요. 여러모로 ‘멜로’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하하”
‘리볼버’는 8월 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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