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오자키와 김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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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의 '이자카야 젊은이론'이라고 말하기 전에 한번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꼰대스러운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이 '아사히신문' 사설란에 실린 것은 벌써 12년 전인 2012년 1월9일이었다.
일본 '성인의 날'을 맞아 막 20살이 된 젊은이들에게, 요절한 로커 오자키 유타카(1965~1992)처럼 "어른과 사회에 대한 반발·불신·저항" 정신을 갖고 "이곳이 아닌 다른 어딘가"를 찾아 나서라는 '잔소리'를 쏟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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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의 ‘이자카야 젊은이론’이라고 말하기 전에 한번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꼰대스러운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이 ‘아사히신문’ 사설란에 실린 것은 벌써 12년 전인 2012년 1월9일이었다. 일본 ‘성인의 날’을 맞아 막 20살이 된 젊은이들에게, 요절한 로커 오자키 유타카(1965~1992)처럼 “어른과 사회에 대한 반발·불신·저항” 정신을 갖고 “이곳이 아닌 다른 어딘가”를 찾아 나서라는 ‘잔소리’를 쏟아낸 것이다. 사설 제목은 이자카야에서 한잔 마신 듯한 느낌이 나는 ‘성인의 날에―오자키 유타카를 아는가’였다.
오자키가 어떤 가수인지 알려면 그가 1983년 12월에 내놓은 ‘15살의 밤’이라는 노래 한곡을 들어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낙서투성이의 교과서와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 나/ 초고층 빌딩 위의 닿지 않는 꿈을 꾸고 있어/ (중략) 훔친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기 시작해/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누구한테도 속박당하고 싶지 않다고 도망쳐 나온 이 밤에/ 자유로워졌다는 기분이 든 15살의 밤.”
이 노래의 공연 실황을 유튜브에서 찾아보면, 방황하는 가사 속의 ‘거친 소년’과 꼭 닮은 청년이 나와 온몸을 다해 노래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 10여년 전 일본의 한 아저씨가 요새 젊은이들에게 “시대는 훨씬 더 힘들어졌는”데도 “자네들은 ‘나는 여전히 스킬(능력)이 부족해’라며 겸허하다. (사회) 격차나 빈곤에 대해서도 ‘자기 책임’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격정적인 ‘라떼론’을 쏟아낸 것이다.
최근 한국 가요계에선 두 사건이 큰 화제가 됐다. 하나는 걸그룹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일본 아이돌 마쓰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1980)를 따라 부른 도쿄 공연, 또 하나는 김민기(1951~2024)의 죽음이었다. 생각해보면, ‘푸른 산호초’와 오자키의 ‘15살의 밤’은 거의 같은 시기의 노래다. 한쪽에선 모든 게 풍성했던 ‘쇼와 말기’ 일본 사회의 달뜬 분위기, 다른 노래에선 그런 풍요 속에서 갈 길을 몰라 헤매는 젊은이의 저항 의식을 느낄 수 있다.
1970년대 한국에서도 수많은 가요가 명멸했다. 그중에 딱 한곡이라면, 나훈아의 달달한 사랑 노래가 아닌 김민기의 ‘아침이슬’을 꼽아야 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푸른 산호초 열풍에 위화감을 느끼는 한국 아저씨의 꼰대담이다. 1970년대 한국에서 김민기라면, 1980년대 일본에선 오자키를 기억해야 한다.
길윤형 논설위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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