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시커메" "집엔 언제가"…망연자실 '벤츠 화재' 아파트 주민들[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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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다 시커메요."
주민 김모씨는 야외에 마련된 '청소 상담' 부스 안에 들어가더니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주민들은 구청에서 마련한 임시주거시설이나 지인들 집에 머물고 있다.
한쪽에는 주민들을 위한 생수와 긴급 식수 트럭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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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다 시커메요."
뙤약볕이 내리쬐는 5일 오전 10시쯤 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 아파트. 주민 김모씨는 야외에 마련된 '청소 상담' 부스 안에 들어가더니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지난 1일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 사고로 차량 안팎과 주택 내부가 훼손되는 피해를 봤다.
화재 나흘째를 맞은 주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상담을 받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해당 아파트에서 8년 넘게 살았다는 김씨는 "바닥에 그을음이 져서 손가락으로 만지면 검은색 먼지가 나온다"며 "전기도 끊겨서 냉장고 음식도 모두 상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마에 땀을 닦으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는 "언제부터 작업이 들어가나" "냉장고, 방충망, 침대, 이불도 모두 가능한가" 등을 물었다. 청소업체 관계자는 "청소는 10일부터 시작된다"며 "냉장고는 이상이 없으면 겉면만 닦고 문제가 있으면 미리 말하겠다"고 했다.
이날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일 아침 6시15분쯤 이곳 30층짜리 아파트 지하 1층에서는 주차 중인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나 입주민들이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화재 진압에는 8시간 20분이 걸렸다. 지하 주차장에 있던 차량 40여대가 불에 타고 100여대가 열에 손상되거나 그을음 피해를 봤다. 화재로 정전이 발생해 아파트 5개동 480여세대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주민들은 구청에서 마련한 임시주거시설이나 지인들 집에 머물고 있다. 주민 최모씨는 "지금 딸 부부 집에 잠시 들어갔다"며 "하루도 아니고 며칠 동안 계속 있으려니 불편하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현재 집 내부는 플라스틱 타는 냄새가 진동하고 바닥에는 검은색 분진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옷, 침구류, 후라이팬, 김치통 모두 검게 변해서 모두 버렸다. 냉장고에 있던 생선, 조기들도 모두 녹고 냄새가 스며들어서 먹을 수 없다.
사고 이후 아파트 내에는 화재현장 통합지원본부 부스가 설치됐다. 청소 상담을 비롯해 현장 응급진료소, 보험 상담부스, 인천시청 현장대응반이 모두 모여있다. 한쪽에는 주민들을 위한 생수와 긴급 식수 트럭도 마련됐다. 주민들은 페트병을 6개씩 들고 와서 물을 담았다.
이날 지하주차장에는 한동안 빠져나오지 못한 차량이 여러대 밖으로 나왔다. 앞뒷면 유리창은 검댕으로 덮여 있었다.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자동차를 쳐다봤다. 주차장 입구에도 검은색 분진이 가득했다. 주차장 환풍기는 녹아 내린 모습이었다.
김씨는 "석달 전에 차를 새로 구매했다"며 "지하 2층에 세웠는데도 상태가 심각하다. 일반 세차로는 안된다고 해서 고압 세차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구청은 피해 아파트 주변에 임시 주거 시설 7개소를 마련했다. △청라1동 행정복지센터 55명 △청라2동 행정복지센터 70명 △청랑중 81명 △풍경채1차 경로당 18명 △경명초 87명 △적십자 89명 △청라초 21명 등 주민 421명이 대상이다.
청라2동 행정복지센터 설치된 임시 텐트 안에서 만난 주민 B씨는 급하게 연차를 내고 이곳에서 가족들과 머물고 있다. 샤워는 주변 아파트 공용 사워실을 이용하고 있다.
주민들은 최소 2주 이상 임시 주거 시설에 머물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민 이모씨는 "8일에 전기가 들어오고 9일에 복도, 계단 청소가 진행된다고 했다"며 "10일에 각 세대별로 청소가 진행되면 2주 넘게 이곳에 있어야 할 것 같다. 일상이 갑자기 멈춘 느낌"이라고 말했다.
인천=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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