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이륙시킨 웃음 엔진 한선화…상업·독립 넘나드는 ‘국경 없는 연기’

김은형 기자 2024. 8. 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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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상업영화·드라마 넘나들며 맹활약
영화 ‘파일럿’.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파일럿’이 개봉(7월31일) 첫주 닷새간 누적 관객 174만여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기록하며 여름 극장가의 강자로 떠올랐다. 항공사에서 해고된 파일럿 한정우(조정석)가 여장하고 재취업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렸는데, 여기엔 중요한 조력자가 있다. 이혼 당하고 온 오빠에게 ‘현실 남매’ 아니면 날릴 수 없는 돌직구를 날리면서도 지극정성으로 오빠를 여자로 변신시키는 뷰티 크리에이터 한정미(한선화)다.

영화를 이끄는 조정석이 가속페달을 밟으면 웃음력을 힘차게 끌어올리는 사륜구동 엔진 역할을 하는 이는 한선화다. 올해로 배우 12년 차. ‘파일럿’의 조연이자 드라마 ‘놀아주는 여자’(JTBC)의 주연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영화와 드라마,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가로지르며 자신만의 영토를 만들어가고 있다.

“첫 촬영이 조정석 선배와 함께 찍은 마트 장면이었는데, 투샷에 걸리는 내가 너무 어색한 거예요. 선배한테 가서 ‘뭔가 이상한 거 같지 않나요? 도와주세요!’ 했죠. 막힐 때마다 선배와 함께 고민하고 조언을 얻으면서 매 순간 자극 받았어요.” 최근 만난 한선화는 솔직해 보이는 이미지처럼 자신의 부족한 점과 장점, “한정미가 나오는 장면은 모두 웃겨야 해서 이걸 잘 살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던” 자신의 역할에 대해 명쾌하게 말했다.

2021년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술꾼도시여자들’(술도녀)로 세상 해맑은 캐릭터의 한 정점을 찍은 뒤 ‘술도녀2’와 ‘놀아주는 여자’ ‘파일럿’까지 제작 일정이 겹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세 작품 다 어디 하나 섭섭하지 않게 하려고 애썼는데, ‘파일럿’ 첫 촬영을 마치고 ‘이건 아니다’ 싶은 느낌이 확 오는 거예요. ‘술도녀2’ 촬영 끝나고 집에 오면 ‘파일럿’ 대본을 밤 늦게까지 공부하면서 수험생처럼 보냈어요.”

영화 ‘파일럿’.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독한 연습 벌레, 노력파라는 건 이제 아이돌 출신 배우들에게 더는 칭찬이 아니다. 후광에 노력을 얹었다는 이유로 시청자와 관객의 박수를 받는 시대는 지났다. 2009년 아이돌 그룹 ‘시크릿’으로 데뷔한 뒤 예능 프로그램 블루칩으로 활약하던 한선화는 2013년 ‘광고천재 이태백’(KBS2) 조연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연기자의 길을 밟아왔다. 예능에서 보여준 ‘백치미’가 똘똘한 전략이었던 것처럼, 연기력 논란을 비껴가며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영민한 선택이었다.

‘술도녀’의 성공 이후 영화 ‘달짝지근해: 7510’ ‘파일럿’까지, 그의 앞에 레드카펫이 저절로 깔린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이전부터 ‘영화의 거리’(2021), ‘창밖은 겨울’(2022), ‘교토에서 온 편지’(2023) 등 여러 독립영화에서 ‘술도녀’ 지연을 연기한 배우 맞나 싶게 서정적이고 담백한 연기로 호평받았다. “드라마를 하면서 영화를 계속 해보고 싶었어요. 상업영화도 좋지만 단편영화나 졸업작품, 이런 게 저는 부럽더라고요. 연극영화과 입학을 준비할까 고민하다가 독립영화에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을 열심히 알렸죠.”

부산 출신으로 자연스러운 사투리 연기 덕분에 ‘영화의 거리’부터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세 작품에 내리 참여했다. 많은 메이저 배우들이 독립영화에도 참여하는 일본과 달리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경계가 삼팔선만큼이나 뚜렷하고 상호교류가 부족한 한국 영화계에서 “나에게 영화라는 기회를 준 독립영화가 고맙고 계속하고 싶다”는 한선화의 다짐은 귀하고 반갑다. 신인 감독을 발굴해 단편 제작을 지원하는 국제지하철영화제와 서울영등포국제초단편영화제의 공동기획 ‘이-컷(E-CUT) 프로젝트’에도 재능 기부로 참여해 올가을 단편영화 연기에 나설 예정이다.

영화 ‘파일럿’에 출연한 배우 한선화.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는 “기회는 또 다른 기회를 낳는다는 생각으로 연기한다”고 했다. 한선화가 ‘술도녀’ 이후 들어온 명랑하고 해맑은 배역들을 마다하지 않고,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구별하지 않으며 빛나는 성과를 내고 있는 이유일 터이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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