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맛쇼> 감독 "'약자 코스프레' 백종원의 해명, 모조리 반박한다"
프랜차이즈 사업가이자 방송인인 백종원 대표가 상장을 추진한 더본코리아의 상장 예비심사가 연기됐다.
논란이 커진 가맹 브랜드 '연돈볼카츠'의 점주 폐업 사태가 원인이라는 추정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유튜브채널 '45플러스'는 이번 연돈 사태를 두고 백종원 대표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해명한 주요 내용이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거짓에 가깝다는 비판 영상을 공개했다.
5일 이 채널을 보면, 과거 다큐멘터리 <트루맛쇼>를 연출한 MBC 피디 출신 김재환 감독은 지난 1일 올린 '연돈볼카츠 제대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영상에서 백 대표가 MBC <손석희의 질문들>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주장한 이번 사태에 관한 해명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감독은 백 대표의 주요 주장인 '더본코리아 점포당 매출 줄어든 이유는 매장 크기 감소고 평당 매출액은 늘어났다', '더본코리아 영업이익률은 6.2%로 다른 프랜차이즈 본사보다 낮고 우리는 가맹점주들과 상생한다', '존속기간과 영업기간은 다르다'는 3가지 내용을 전부 맞받아 이 같은 주장이 연돈 사태의 핵심을 비껴갔다고 비판했다.
'망하는 프랜차이즈의 역설'…평당매출액만 보면 안 되는 이유
우선 김 감독은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토대로 백 대표 주장대로 더본코리아 브랜드의 평당 매출액이 증가한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원조쌈밥집'의 경우 2016년 806만 원이던 평당 매출액이 2023년에는 1182만 원으로 47%나 올랐다. '성성식당' 평당 매출액 역시 2021년 562만 원에서 2023년에는 1194만 원이 돼 2년 사이 112%나 급증했다.
그런데 이 숫자에는 함정이 있다는 게 김 감독의 지적이다.
같은 기간 원조쌈밥집 가맹점수는 40개에서 14개로 줄어들었다. 26개가 문 닫았다. 성성식당은 13개가 2개로 급감했다. 85%나 문을 닫았다.
사업이 되지 않아 점주가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장사를 포기해 그만큼 점포가 문을 닫은 것이다. 즉, 집계 기간에 살아남은 식당으로만 평당 매출액 통계를 내서 착시효과가 났다는 게 김 감독의 지적이다. 김 감독은 "프랜차이즈 감사 경험이 있는 회계사에게 확인해 보니 이 같은 현상(점포가 줄어들면서 평당 매출액은 증가하는 현상)이 '망하는 프랜차이즈의 역설'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점포의 평당 매출액은 매장크기 대비 매출액으로 계산한다. 따라서 덩치가 큰 매장부터 망하면 살아남은 점포의 평당 매출액은 증가한다. 즉, 장사가 되지 않아 문 닫은 매장이 통계 집계 대상에서 사라지면서 평당 매출액이 오른다.
김 감독은 "백 대표가 자랑스럽게 말한 평당 평균 매출액 하나만으로는 장사가 잘 되는지, 브랜드가 건강한지, 점주는 왜 문 닫았는지 아무 것도 설명하지 못한다"며 "(평당 매출액 통계는) 백종원 대표가 던진 미끼"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올해가 지나고 2025년 통계가 등록되면 연돈볼카츠도 평당 매출액이 오른 걸로 나올 수 있다"며 "83개 점포 중 50개가 문 닫았는데 올해 평당 매출액이 오르면 연돈볼카츠는 괜찮은 브랜드냐"고 물었다.
빽다방과 홍콩반점으로 인한 착시
더본코리아 25개 브랜드의 전체 가맹점에서 빽다방과 홍콩반점이 전체의 62%를 차지한다는 점 역시 평균 평당 매출액 계산 시 고려해야 할 사안으로 꼽혔다. 두 브랜드의 통계만 잘 관리하면 나머지 23개 브랜드 데이터가 나빠도 평균은 좋게 나오기 때문이다.
더본코리아의 전체 가맹점 2785개 중 빽다방은 1449개, 홍콩반점은 282개에 달한다.
홍콩반점은 잘 되는 브랜드다. 20016년 평당 매출액 1682만 원이 2023년에는 2008만 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더본코리아가 2023년 등록한 새 브랜드인 제순식당, 고투웍, 홍콩분식의 경우 매출 통계가 좋지 않다. 홍콩반점의 실적이 압도적으로 좋으면 이들 어려운 브랜드 사정이 묻힌다.
김 감독은 따라서 "더본코리아와 연돈볼카츠의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전체 가맹점의 평균을 내지 말고 브랜드 25개의 개별 매출을 하나씩 따로봐야 한다"며 "그래야 브랜드 점주들의 눈물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빽다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히 빽다방은 음식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커피 프랜차이즈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보통 프랜차이즈는 커피와 음식을 같이 하지 않는다. 더본코리아가 특이한 사례다.
테이크아웃 커피와 음식 프랜차이즈는 비용 구조가 다르다. 매출이 같아도 통상 커피의 평당 매출액이 더 크다. 테이크아웃 커피는 홀과 주방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점포 크기가 작아도 매출 구조는 좋을 수 있다. 따라서 빽다방은 더본코리아 전체 통계로 내기 보다 경쟁 브랜드인 메가커피와 비교해야 한다는 게 김 감독의 지적이다.
김 감독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에서 졸업생 평균연봉이 가장 높은 학과는 지리학과다. 마이클 조던이 졸업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정말 지리학과가 의학과, 경영학과보다 졸업생 평균 연봉이 높은 학과냐"며 "백종원 대표가 던진 전체 평균의 미끼를 물면 이런 이상한 결론에 도달한다"고 말했다.
영업이익률 낮으면 좋은 회사? 상장하면 점주에겐 지옥
더본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다른 프랜차이즈보다 낮으니 선한 기업이라고 보는 것 또한 무리라는 지적 또한 나왔다.
김 감독은 "통상 동일 브랜드로 신규 가맹점이 확 늘어나면 본사 수익성은 좋아진다"며 "가맹비, 로열비, 교육비, 인테리어비 등을 개업 때 한번에 확 당기기 때문이다. 반면 본사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신규 가맹점 획득을 위한 마케팅비와 브랜드 홍보비"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더본코리아는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갖는다. 방송계의 슈퍼스타인 백종원 대표가 방송과 유튜브 채널로 '걸어다니는 광고판'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경쟁 프랜차이즈에 비해 마케팅비와 브랜드 홍보비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더본코리아는 홍보와 신규 가맹점 확보에서 경쟁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유리한다.
그럼에도 더본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이 낮다면 이는 다른 면에서 볼 수 있다. "백 대표가 선한 경영자고 더본이 착한 기업이라서가 아니라, 상장을 위해 무리하게 추진한 멀티브랜드 문어발 전략이 안 통해서라는 게 합리적"인 평가라고 김 감독은 주장했다.
"2021년 만든 연돈볼카츠의 높은 폐점률은 백 대표의 화제성에 기댄 문어발 전략 안 통한다는 징후"라는 얘기다.
백 대표는 그럼에도 연돈볼카츠의 폐업을 두고 MBC에 출연해 '같은 라면이라도 끓이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다르다'라고 해명했다. 즉 본사의 잘못이 아니라, 매출이 나오지 않은 연돈볼카츠 가맹점주에게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김 감독은 "아무리 끓이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져도 83개 중에 50개가 문 닫았다면, 라면이 전혀 안 먹히는 시장에서 라면을 팔아보라고 가맹 사업을 기획한 백종원 대표의 문제"라며 ""내 라면은 맛있다, 나는 무오류다, 라는 오만함에 백 대표가 빠진 건 아닌지 스스로 돌아볼 때"라고 일침했다.
또 "백 대표처럼 유리한 입장에서 사업하면서 망하는 브랜드가 많고 가맹점주는 힘들고 본사의 영업이익률이 낮다면, (백 대표는) '내가 더는 트렌드를 못 따라가는 게 아닐까'라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지, 지금은 '내 라면은 맛있다'를 반복할 때가 아니"라고 김 감독은 지적했다.
더본코리아의 낮은 영업이익률 자체가 가맹점주에게는 함정이라고도 김 감독은 주장했다. 더본코리아가 증시에 상장하면, 당장 영업이익률을 높이라는 주주들의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제2, 제3의 연돈볼카츠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는 소리다.
김 감독은 "프랜차이즈 영업이익은 백 대표 말처럼 무조건 점주 호주머니에서 나온다"며 "상장 후 (영업이익률을 높이라는 주주의 압력을 받은 더본코리아가) 얼마나 (점주를) 쥐어짤지 눈에 선하지 않느냐. 더본코리아가 상장하면 점주에게는 지옥문이 열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빽다방의 신규 가맹점 증가로 회사 문제가 잘 안 드러나지만, 저가 커피 시장의 성장이 멈추면 답이 없다"며 "백 대표도 그걸 아니까 새로운 성장 파이프라인 찾으려고 무리수를 두다가 지금 이 사단이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존속/영업기간 혼용이 백종원 죽이기?…더본 브랜드별 존속기간 통계 공개하라
백 대표가 유튜브 채널에서 특히 강조한 '존속기간'과 '영업기간' 차이에 관해서도 김 감독은 긴 설명을 이어갔다.
백 대표는 영상에서 영업기간은 '매장 오픈일에서 정보공개서 신고 기준 시점까지의 기간'으로, 존속기간은 '매장 오픈일로부터 폐업일까지의 기간'으로 설명했다. 이는 정확한 설명이다. 그러면 정말 백 대표 말대로 언론이 '백종원 죽이기'를 위해 의도적으로 두 개념을 혼동했나?
이런 용어 혼란은 2020년 공정위의 보도자료 '2019년 기준 가맹현황 분석 자료 발표'에서 비롯했다고 김 감독은 지적했다. 실제 공정위는 이 보도자료에서 존속기간과 영업기간 개념을 혼용했다.
이 때문에 이 보도자료를 쓴 모든 언론사가 이후 영업기간을 '존속기간'으로 착각해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평균 수년 만에 문 닫는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영업기간 개념이 존속기간 개념으로 혼용되면서 착각이 일어났다.
김 감독은 "공개된 자료 중 존속기간 자료는 없다. 이미 망한 점포의 사장을 어떻게 찾아서 일일이 (존속기간) 통계를 내느냐"며 "이건 본사만 아는 통계"라고 지적했다.
김 감독은 따라서 "기자들이 전혀 다른 데이터를 비교해서 (고의로) '백종원 죽이기'를 한 게 아니"라며 "다만 공정위 자료로 인한 개념 혼선의 잘못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영업/존속기간 개념 혼란으로 연돈볼카츠 사태의 핵심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백 대표를 질책했다.
그는 "연돈볼카츠 사태가 영업/존속기간 개념 혼란으로 인해 생겼느냐"며 "연돈 사태의 핵심은 83개 가맹점이 지금은 특수점포 제외 시 21개로 줄었고, 연평균 매출은 2022년 2억5900만 원에서 1년 사이에 1억5600만 원으로 40% 가까이 폭락한 것이다. 더본 영업직원은 예상매출액 월 3000만 원을 구두약속하는 불법을 저질러서 가맹사업법을 위반했다. 이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그럼에도 백종원티비 해명 영상은 이에 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14분 해명영상에서 6분을 영업/존속기간 개념 이야기만 했다"며 "A를 물었는데 B를 답하면서 시선 돌리기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백 대표가 정말 영업/존속기간 혼란 문제로 인해 억울함을 느낀다면 "이 혼란을 처음 야기한 공정위에 전화해서 항의하고 이를 보도한 언론사에는 정정보도를 요청하면 되는 문제"라고 일침했다.
나아가 김 감독은 백 대표의 논리를 받아 "반대로 지금껏 더본코리아가 전개한 50개 브랜드 가맹점 전체가 오픈부터 폐점까지 평균적으로 얼마만에 폐업했는지 브랜드별 데이터를 요청한다"고도 말했다.
"약자 코스프레 하는 백종원…을과 을 싸움 붙이나"
김 감독은 프랜차이즈 업계의 슈퍼스타인 백종원 대표가 연돈볼카츠 사태 해명 과정에서 '약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감독은 "백 대표는 유튜브에서 억울하다며 '저는 그나마 유튜브를 활용해서 입장을 낼 채널이라도 있지만 유튜브도 없으면 어디다 하소연 하겠느냐'고 했다"며 "지상파에서 별다른 반론 없이 원맨쇼 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누리고, 629만 구독자를 갖고 있어서 영상을 올리면 언론사가 그대로 자기 입장을 전해주는 슈퍼파워 백종원이 약자라면, 이미 문닫은 연돈 폐업점주와 문제제기한 점주들은 어떤 마음이겠느냐. 도대체 누가 약자냐"고 지적했다.
김 감독은 백종원 대표가 연돈볼카츠 사태를 두고 '을과 을의 싸움'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연돈볼카츠 점주들의 시위 후 홍콩반점 점주들이 연돈볼카츠 사태를 반박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김 감독은 "이건 정말 콘텐츠 만드는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아무리 을과 을 싸움으로 몰고가고 싶어도 이건 선을 심하게 넘은 것"이라고 백 대표를 강하게 질책했다.
김 감독은 "여태 더본코리아 브랜드 50개 중 25개가 문 닫고 25개가 남았다. 망한 25개와 계약했던 점주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데 백 대표는 MBC에 출연해 '문제 제기한 (8개 가맹점 제외한) 나머지 매장 점주들은 신났다. 매출이 더 올랐다'고 했다. 이 말은 정말 최악"이라고 비판했다.
김 감독은 "이분들(피해 업주들)은 경제적으로 치명상을 입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누구는 신났다'고 하느냐"며 "을들 끼리 싸움 붙이는 게 프랜차이즈 본사 대표가 할 짓이냐"고 지적했다.
"방송은 환상…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한편 김 감독은 이번 영상을 촬영한 이유로 <트루맛쇼>를 제작할 당시 자신의 경험을 거론했다.
그는 "<트루맛쇼> 제작 당시 티비에 나온 대박집 프랜차이즈에 가족의 마지막 돈을 넣었다가 절망에 빠진 사장님들을 정말 많이 만났다"며 "당시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낳은 프로그램이 SBS의 <해결 돈이 보인다>였다. 쪽박 가게에 대박집 사장이 찾아와서 노하우와 레시피 전해주고 새단장하는 콘셉트였다. 그런데 얼마 안 가 그 식당 콘셉트와 똑같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모집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SBS가 프랜차이즈 업자의 협찬을 받아 좌판을 깔아주고, 그로 인해 전국적으로 많은 가정이 경제적 치명상을 입었다"고 일침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프랜차이즈 업체의 협찬을 받고 만들었고 백 대표가 출연한 대표 프로그램인 SBS의 <골목식당>은 방송사가 백 대표에게 출연료를 주고 만들었다는 차이만 있을 뿐, 핵심 콘셉트는 같다고 김 감독은 부연했다.
관련해 과거 백 대표 역시 '쌈밥계의 거장'으로서 <해결 돈이 보인다>에 출연한 바 있다.
김 감독은 "SBS는 <골목식당> 출연 계약서에 '방송 아이템을 이용해 프랜차이즈 사업을 전개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어 백 대표의 사적인 이익추구를 막아야 했다"며 "결국 SBS가 백 대표 프랜차이즈 사업을 도운 셈이다. 50개 가까운 연돈볼카츠 가맹점에 SBS도 일정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감독은 "방송은 사람을 혹하게 만든다. 프랜차이즈 개업을 고민하는 사람이 이런 방송을 보면 성공한다는 환상에 빠진다"며 "내가 방송에서 본 대박집은 방송사 협찬으로 만든 이미지일 수 있다. 프랜차이즈 개업을 고민할 때는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고 조언했다.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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