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에 가계부채 늘어...경제위기 부를 가능성은 낮다”

김기훈 경제전문기자 2024. 8. 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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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의 경제TalkTalk] 장정수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장

“최근 늘어나는 가계부채 증가액의 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이며, 증가액 중 약 40%는 정부의 주택정책 관련 대출입니다. 가계 부채가 과도하게 늘면 소비가 위축되며 저성장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가계 부채를 줄이려면 집값 안정이 우선돼야 합니다.”

장정수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장은 지난 5일 인터뷰에서 “최근의 집값 상승이 가계부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장 국장은 부동산·주식·채권·외환 등 금융시장 각 부문의 유동성(자금) 흐름, 가계와 기업의 부채 규모와 상환 능력,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점검해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련 부처와 대책을 마련하는 일을 하고 있다.

장정수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장은 인터뷰에서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주택담보대출과 가계부채의 상관계수가 높기 때문에 가계부채를 줄이려면 집값을 먼저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김기훈 기자

―가계부채가 얼마나 심각한가?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2010년 1000조원에서 2020년 2000조원으로 늘더니 올해 1분기말에 2250조원이 됐다. 명목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0년 초에 50%에서 2010년 70%, 2021년 99% 수준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다만 2021년 하반기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올해 1분기에는 92%까지 내린 상태다. 하지만 44개 주요국과 비교하면 스위스, 호주, 캐나다에 이어 4번째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다른 나라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 가계부채가 크게 늘었다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줄었는데, 한국은 가계부채 비율이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서 큰 문제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하면?

“외환위기 때는 가계부채 비율이 50%,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68%였으니 당시와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주택가격 상승으로 주택구입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 7월 16일 서울 시내 한 은행에 걸린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뉴스1

―빚이 많아도 금리 이상 이익을 낼 수 있으면 좋은 것 아닌가?

“원론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개인의 경우 소득에 비해, 국가의 경우 명목 GDP에 비해 부채 규모가 과도할 때에는 부작용이 더 크다. 국내외 연구를 보면 가계부채가 명목 GDP의 대략 75~85%를 넘으면 소비와 경제성장을 제약한다. 한국은 현재 92%이니 이 임계치를 넘어섰다.”

―최근 추세는?

“지난 4월 이후 증가하고 있다. 1~3월에는 은행과 비은행의 가계 대출이 전월 대비 감소했으나 4~6월에는 전월 대비 월 5조원 정도씩 증가했다. 코로나 사태 당시인 2020~2021년의 월 증가액 8조~10조원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그래도 작지 않은 규모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증가 원인은?

“주택 매매 증가, 대출 금리 하락, 주택 관련 정책 금융의 지속적 공급 때문이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4월에 전월 대비 4조원, 5월 5조원, 6월 6조원 늘었는데, 전세 가격의 상승,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감, 주택 공급 감소에 따른 불안감 때문에 주택 매수 심리가 살아난 영향이 크다. 또 신생아특례대출 등 주택 관련 정책금융이 증가액의 30~40%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계의 순자산 중에서 부동산 비중은 75%에 이른다. 주택가격 변동률과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변화의 상관관계를 보면 우리나라가 0.62로, 미국, 호주, 스웨덴, 노르웨이 등 주요 16개국 중에서 가장 높다. 주택가격이 1% 오르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0.62%포인트 오른다는 뜻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부동산 대출이 많으면 어떤 부작용이 생기나?

“첫째, 부동산을 담보로 빌린 가계 대출은 통상 오랜 시간 동안 원리금 상환 부담이 지속되기 때문에 소비를 장기간 위축시킬 수 있다.

둘째, 자산불평등이 심화된다. 고소득 고신용 가구는 저소득 저신용 가구보다 빚을 더 많이 내 재산을 불릴 수 있다. 저소득층은 소득 중에서 소비의 비중이 큰데, 자산불평등이 커지면 저소득층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의 투자와 생산이 둔화되면서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이 하락한다.”

―하반기에도 가계 대출이 급증할까?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율을 명목 GDP 증가율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러면 무엇보다도 집값이 안정돼야 한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가계부채가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대출자들이 고소득 고신용인 사람들이 많아 상환 능력이 있고, 주택담보대출이 다른 나라보다 낮게 주택 가격의 40% 이내 범위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가계부채를 축소해가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에 일시적인 변동이 생길 수 있다.”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최근 급등하고 있는 서울의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지난 8월 4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와 빌라촌./뉴스1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첫째, 한은이 금리를 인하하면 가계부채가 늘어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므로 이를 억제하는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와 같은 거시건전성 정책이 필요하다.

둘째, 주택 공급을 확충해 과도한 가격 상승 기대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주택 구입 때 금융기관의 대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도록 대출형이 아니라 지분형 주택 구입 방식 등 새로운 주택 금융 제도도 만들어야 한다.

셋째,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생) 제도도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는 총사업비 대비 자기자본비율이 3% 정도이지만, 미국 등 주요국은 30~40% 정도 되어야 사업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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