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대신 울산 리그 3연패 도전 이끌게 된 김판곤 “‘1분’을 배고파하는 선수 쓰겠다” 리그 3연패·코리아컵·아챔 결승행 목표 설정
급작스럽게 한국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된 홍명보 감독을 대신해 K리그1 울산 HD 사령탑에 오른 김판곤 감독이 리그 3연패와 코리아컵까지 ‘2관왕’을 조준했다.
K리그 명가 울산의 제12대 사령탑으로 선임된 김판곤 감독은 5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28년 전 겨울에 상당히 무거운 마음과 아쉬움을 가지고 울산을 떠났다”며 “처음 지도자를 시작할 때 ‘또 한 사람의 그런 감독’이 아니라 ‘바로 그 감독’이 되고 싶었다. 현역으로 뛰었던 울산의 사령탑을 맡은 것은 개인적으로 영광스럽고 기쁘다. 여기에 상당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김 신임 감독은 1992~1996년까지 현역으로 울산에서 활약한 적이 있다. 1996년 팀의 첫 리그 우승 멤버다. 김 감독은 지난 20여 년간 대한축구협회 행정가와 홍콩,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 등을 거쳐 울산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리그 3연패를 도전하는 울산은 위기 상황이다. 전임 홍 감독이 급작스럽게 대표팀 사령탑에 오르면서 안팎으로 논란이 컸다. 그러면서 선두권을 경쟁하던 울산은 순위가 4위(승점 42점)까지 밀렸다. 선두 김천 상무(승점 46점)와 승점 4점 차에 불과하지만, 아래에서는 수원FC(승점 41점), FC서울(승점 36점)의 도전도 받고 있다.
그렇지만 김 감독은 정규리그와 코리아컵을 우승하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목표로 설정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팀을 이끌게 된 김 감독은 “저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것을 안다. 도장 깨기의 심정으로 팬들이 원하는 것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도장 깨기’는 도전자의 입장이다. 홍콩 대표팀을 맡았을 때도,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지휘할 때도 모두가 의문을 가졌다. 대한축구협회에서 감독 선임을 이끌 때도 같은 시선이 있었다”며 “그런 의미에서 모든 도전을 성공적으로 해내겠다. 지도자로서 K리그에 배고픔과 갈증이 있었지만 먼저 오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고, 때를 기다렸다. 이제 그때가 와서 응답했다. 지도자로서 역량과 성품은 아직 부족하겠지만 좋은 감독이 되려고 노력하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능동적인 공격과 주도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90분간 지배하는 축구를 모토로 내건 김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공격적인 수비를 좋아한다. 수동적이거나 부정적인 수비보다는 공격적이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팀을 다이내믹하게 만들고 상대의 실수를 유발하는 축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팀 운영 방안은 ‘경쟁’이다. “로테이션을 통해 경쟁을 유도하겠다. 붙박이는 없다. 90분을 뛰는 것보다 좋은 수행 능력으로 팀 승리에 기여하는 게 중요하다. ‘1분’을 배고파하는 선수를 좋아한다”고 강조했다. 3연패 도전의 기세가 다소 꺾인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그는 “부정적인 것보다 잘하는 것을 찾겠다. 희망적이고 다이내믹하게 팀을 운영하겠다. 나의 게임 모델을 빨리 끌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우승에 배고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의 레전드 감독 알렉스 퍼거슨을 롤모델로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제가 예전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축구에 빠져 있었다. 영업비밀이긴 하지만 그가 추구하는 승리의 비법에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 그런 게 제 게임 모델 안에 들어가 있다. 퍼거슨 감독의 전술적 부분뿐만 아니라 구단을 관리하는 부분도 대단하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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