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마음고생 끝에 터진 김주형의 뜨거운 눈물… 올림픽골프 한국 최고성적 거두며 국민스타로
김주형은 2024 파리 올림픽 남자골프 최종라운드 18번홀(파4)에서 마무리 퍼트를 넣은 뒤 오른손을 가슴에 얹었다가 검지로 하늘을 향하는 감사의 제스처를 보였다.
이어 같은 조에서 플레이 한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격려의 인사를 나눈 뒤 어깨동무를 한 채 퇴장하면서부터 김주형은 감정을 추스리지 못했다.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뜨거운 눈물을 흘린 김주형은 “골프를 시작한 뒤 경기 끝나고 이렇게 운 적이 없다”며 첫 올림픽을 마친 소감을 말했다.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해도 이런 감정을 느끼지는 못할 것 같다. 올림픽이 뭔지 잘 느꼈다. 올림픽을 마치고 나니 손흥민 선수가 왜 그렇게 많이 우는지 알 것 같다.”
처음으로 나라를 대표한다는 부감감과 스트레스가 컸다. 어려서부터 해외에서 자라 주니어 시절 국가대표를 거치지 않은 그로서는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가장 큰 무대인 올림픽에 나선 책임감의 무게를 감당하기가 버거웠다.
같은 댈러스에 거주하는 절친 스코티 셰플러가 어깨를 감싸며 “고생했다”며 격려하면서부터 그의 감정은 솟구쳤다. 김주형은 지난 겨울을 지내면서 샷감이 흐트러져 정상으로 올라오기까지 많은 시간을 보냈고, 시즌 초반 부진을 만회하고 경쟁에서 이겨 마침내 올림픽 대표에 뽑힌 뒤로는 모든 중점을 파리에 맞추고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김주형은 현지 인터뷰에서 “올해 내가 어떻게 해왔는지 잘 알고 있는 셰플러로부터 우정어린 말을 들으니 감정이 터져나왔다”며 “개인적인 이야기라서 더 이상의 대화는 말하기 어렵고, 그와 나눈 감정은 소중히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 대표가 된 뒤로 큰 책임감을 느꼈고, 지난 2주 동안의 준비는 매우 힘들었다. 모든게 끝나고 나니 올 한 해 품고 있던 감정이 쏟아져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주형은 이번 올림픽에서 나흘 내내 60대 타수(66-68-69-68)를 치며 줄곧 선두경쟁을 펼친 끝에 8위(13언더파 271타)로 마쳤다. 선두와 4타차 공동 6위로 출발한 최종라운드에서는 8번홀까지 4타를 줄이며 우승경쟁을 벌였으나 11번홀에서 3퍼트로 보기를 범하며 상승세가 꺾인게 못내 아쉬웠다. 이후 버디 2개를 더했으나 동메달권에 2타가 부족한 채 맞은 마지막 18번홀(파4)에서는 한 타라도 더 줄이기 위해 공격적인 티샷을 하다가 왼쪽 호수에 공을 빠뜨리는 바람에 더블보기를 기록하고 마무리 했다.
2016 리우 올림픽 안병훈의 공동 11위를 넘어 한국 남자골프 올림픽 최고성적을 거둔 김주형은 이번 기회를 통해 국민스타로 한층 더 성장했다. 이전까지는 열성 골프팬들만의 응원을 받았지만 국가대표로 세계 최고선수들과 대등하게 겨루면서 골프를 잘 모르는 일반 국민들로부터도 폭넓은 사랑을 받는 스타로 입지를 굳혔다.
2024 파리 올림픽은 마지막날 보기 없이 버디 9개를 몰아치고 우승한 셰플러의 황제 대관식이었다. 마스터스를 포함한 올시즌 PGA투어 6승에 올림픽 금메달까지 더한 셰플러의 기세에 토미 플리트우드(영국), 마쓰야마 히데키(일본)가 2, 3위로 밀렸다.
22살 청년 김주형에게는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 김주형은 2026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2028년 LA 올림픽을 내다보면서 “이번에 태극마크를 달아서 정말 좋았다. 다음에 또 나라를 대표할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김주형은 올림픽 성적을 반영해 이날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지난주보다 2계단 뛴 18위에 올라 한국선수 최고자리를 되찾았다. 임성재가 20위, 두 번째 올림픽을 공동 24위(6언더파 278타)로 마친 안병훈이 32위로 뒤를 이었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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