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연합 동아리’ 회장은 카이스트 대학원생…회원 다수도 명문대생

검찰, 6명 기소·8명 기소유예…나머지 회원들은 수사 중
일부 회원에 마약 권해 중독시킨 후 마약 비싸게 팔아

(시사저널=박선우 객원기자)

5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이희동 검사가 연합동아리를 이용한 대학가 마약 유통조직 사건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수백 명 규모의 연합 동아리를 결성해 마약을 유통 및 투약한 카이스트 대학원생과 명문대 학생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형사4부(남수연 부장검사)는 최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등 혐의를 받는 대학생 연합 동아리 회장 30대 A씨와 20대 회원 등 4명을 구속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단순 투약 혐의를 받은 대학생 8명에겐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법무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하는 '사법-치료-재활' 연계 모델에 참여하는 조건이다.

이들은 2022년 12월부터 1년간 A씨가 결성한 동아리에서 마약을 구매해 최대 십여 회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이외에도 회장 A씨는 동아리서 만난 여자친구를 수차례 폭행하고 성관계 영상을 촬영해 유포할 것을 협박한 혐의, 마약 매수 및 투약 사실을 신고하려던 가상화폐 세탁업자를 허위 고소한 혐의도 함께 받는다.

연세대학교 졸업생인 A씨는 카이스트 대학원 재학중이던 2021년 문제의 동아리를 결성했다. A씨는 임원진들과 함께 직접 면접을 통해 회원을 선발하고 기수제를 도입하거나 서울에 아지트 성격의 아파트를 갖추는 등 짜임새 있게 동아리를 운영했다. SNS엔 '동아리에 가입하면 고급 외제차, 호텔, 뮤직 페스티벌 등을 무료 혹은 저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홍보했다.

실제로  A씨는 마약을 판매해 얻은 수익으로 고급 호텔 등에서 호화 술자리나 풀파티 등을 개최했다. 300명 규모로 몸집을 키운 A씨의 동아리엔 서울대, 고려대 등 명문대 재학생과 의과대학 및 약학대학 재입학 준비생 등이 회원으로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당초 (동아리 설립) 목적은 뛰어난 외모에 교우관계가 원만한 명문대생들 간의 친목 도모였다"고 설명했다.

A씨와 동아리 임원들은 활동 참여율이 높은 회원들을 선별해 별도 행사에 초대했다. 음주와 함께 액상 대마를 권하기 위함이었다. 투약 제안에 응한 회원들은 MDMA·LSD·케타민·사일로사이빈·필로폰·합성대마 등 다양한 마약을 순차적으로 접했다. 투약 장소 또한 놀이공원, 뮤직 페스티벌, 고급호텔, 제주도, 태국 등 다양했다.

단순 매매·투약으로 시작한 A씨 마약 범행은 점차 회원들에게 마약을 비싸게 팔아 이윤을 남기는 수익 사업으로 나아갔다. 그는 1회 투약분을 기준으로 약 10만원에 마약을 임원진과 공동 구매한 뒤 이를 일반 회원들에게 약 2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되팔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가 2023년 한 해에만 1200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이용해 마약을 구매한 것으로 보고 그의 전자지갑을 동결하고 범죄수익을 박탈한 상태다. 또한 현금이나 무통장 입금, 세탁된 코인거래 등으로 실제 구매한 마약은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지속 중이다. 현재까지 기소 혹은 기소유예된 14명 이외에 남은 회원들을 상대로 한 마약 혐의 관련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