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식 사우나 같은 폭염에, 제습기를 고민 중이라면
경기도에 사는 직장인 김상우(가명·40)씨는 최근 제습기를 샀다. 7월 장마 기간에 옷장 속 가죽재킷과 겨울 코트 등에 곰팡이가 핀 것을 확인하고 난 뒤 내린 결정이었다. 장마철 습기와 꿉꿉한 날씨로 여러 날 빨래가 잘 마르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 “집에 설치된 에어컨에도 제습 기능이 있지만, 온종일 에어컨을 켜둘 수는 없잖아요. 직장 생활하니까 집을 비우는 시간도 많은데, 제습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씨가 말했다.
장마에 이어 습도 높은 폭염이 계속되고 게릴라성 폭우가 잦아지면서 제습기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에어컨보다 상대적으로 전기요금 부담이 적고, 이동이 자유로우며, 물통에 맺힌 물을 통해 공기 중에 제습된 수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국내 제습기 시장 규모가 정점을 찍은 때는 2013년이다. 업계에서는 당시 130만대가 팔린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후 수년 동안 이른바 ‘마른장마’ 등의 영향으로 내림세를 보이다, 기후위기 영향으로 최근 역대급 폭우와 폭염이 이어지면서 다시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제습기 판매량이 2013년 판매량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예년에 견줘 올해 장마철 강수량이 많고, 습도가 높아진 탓이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올해 장마철(6월 말~7월 말) 총 강수량은 전국 평균 472.1㎜로 평년(1991~2020년) 강수량(342.1㎜)보다 38%(130㎜) 더 많았다. 이 기간 비가 내린 날(강수일수)도 21.6일로 평년(16.9일)보다 27.8%(4.7일) 길었다. 서울 지역으로 좁혀보면, 7월 평균 습도는 81.1%로 2021년 70.9%에서 3년 새 10%포인트 넘게 올랐다. 비가 많이, 오래 내리면서 습도도 높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제습기 시장을 둘러싼 가전기업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7월 장마는 끝났지만 8~9월에는 태풍이 집중되고 이상기후로 국지성 호우가 빈번해지는 추세인 만큼 가격 경쟁력과 기능을 앞세운 제품으로 고객 잡기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편의성과 에너지 효율성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대표 상품인 삼성 인버터 제습기는 넓은 토출구(바람이 나오는 구멍)로 제습된 바람을 골고루 내뿜어 집안 습기를 빠르게 제거하고 많은 양의 빨래도 골고루 말릴 수 있다고 한다. 사용자가 집 근처에 도착하면 스마트싱스 앱을 통해 알아서 작동하는 기능도 갖췄다. 사용자가 집에 들어서기 전에 제습기가 미리 작동해 습도를 낮춰놓는 것이다. 반대로, 사용자가 집에서 멀어지면 제습기 전원이 꺼진다. 대용량(6ℓ) 물통이 장착돼 장마철에도 물통을 자주 비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엘지(LG)전자는 디자인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엘지 휘센 오브제컬렉션 제습기에는 ‘히든(숨은) 디자인’이 적용됐다. 손잡이와 조작부 화면(디스플레이)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제습기 코드를 보이지 않게 수납할 수 있는 공간도 제품 아랫부분에 마련했다. 가구나 실내장식에 어우러지도록 간결한 디자인을 적용한 것이다. 엘지전자 관계자는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제습기 사용 목적도 드레스룸 습도 관리, 겨울철 결로로 인한 곰팡이 방지, 빨래 건조 등으로 다양해졌다”며 “이제는 제습기가 장마철 가전이 아닌 사계절 가전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생활 패턴을 디자인에 적용했다”고 말했다.
이들 대기업이 기능과 디자인 등을 내세우며 60만~80만원대 프리미엄 시장을 정조준한다면, 중견 기업은 가성비로 승부를 걸고 있다. 50년 제습 기술을 보유한 위닉스의 대표 제품인 ‘뽀송인버터 21ℓ’는 △에너지 소비 효율 1등급 △일일 제습 용량(21ℓ) △저소음 모드 작동 때 도서관 수준 소음(33.5㏈) 등 사양은 엘지 휘센 오브제컬렉션 제습기와 비슷하지만, 가격은 20만원가량 저렴하다. 코웨이는 ‘노블 제습기’와 ‘제습기’를 8월 말까지 일시불로 살 때 10% 할인 혜택을 준다. 케리어는 20만~30만원대 중저가 제품으로 보급형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가성비가 좋은 제품으로는 캐리어 제습기가 꼽힌다.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9개 제습기 품질을 최근 분석한 결과다. 제습 성능이 뛰어난 제품은 엘지전자와 캐리어 제습기가, 소음이 적은 제품은 위니아와 엘지전자 제습기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소비자원은 “제습기 제품에 표시된 제습 성능이 공인된 제습 성능(에너지소비효율)과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제습기를 살 때는 한국에너지공단 누리집에서 제품 이름을 검색해 1일 제습량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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