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명장이 ‘주전 선수’로 인정했다… LG서 온 트레이드 복덩이, 마지막 관문 향해 달린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김태형 롯데 감독은 선수 평가에 있어 후하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명장에 워낙 좋은 선수들을 많이 데리고 있었으니 웬만한 선수는 성에 안 차는 게 당연하다.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계속 불어넣어주려는 의도도 있을지 모른다. 기본적으로 선수단에 긴장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카리스마다.
그런데 그런 김 감독이 ‘주전 선수’로 단호하게 못을 박는 선수가 있다. 젊은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할 때 반색하면서도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냉정하게 지적하는 김 감독의 성향상 의외일 수도 있다. 올 시즌 초반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 유니폼을 입은 내야수 손호영(30)이 그 주인공이다. 시즌 시작까지만 해도 빈약했던 롯데 타선의 체질을 한 번에 바꿔놓은 주역 중 하나다. 맹활약을 펼치며 팀, 그리고 김 감독의 장기적 구상에도 합류하는 데 성공했다.
예전부터 타격 재질은 인정을 받고 있었다. 미국 도전 후 공백기가 제법 길었던 손호영을 LG가 2차 3라운드(2020년 드래프트)에서 뽑은 건 이유가 있었다. 비록 LG에서는 만개하지 못했지만 롯데도 그런 타격 재질을 눈여겨본 끝에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입혔다. 합류 후 성적은 대박이다. 이제 손호영을 제외한 롯데 타선을 상상하는 것조차가 어렵다.
손호영은 5일 현재 시즌 58경기에 나가 타율 0.318, 11홈런, 4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31을 기록했다. 타율도 높은 편인데 장타율이 0.565에 이른다. 펀치력이 있다. 3일 LG전에서 홈런 두 방을 때리며 개인 첫 두 자릿수 홈런 고지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세 경기에서는 9타점을 몰아치며 해결사 몫도 했다. 이제 손호영은 자신의 공격력이 팀 전체 공격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선수로 성장했다. 김 감독이 ‘주전 선수’로 인정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변수가 있다. 햄스트링이 조금 좋지 않다. 올 시즌 햄스트링 부상으로 5월과 6월 두 차례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햄스트링은 한 번 다치면 재발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더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김 감독은 “트레이닝파트에서 조금 조심스러워한다”고 상태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음을 시사했다. 아무리 좋은 선수도 자주 아프면 안 된다. 능력은 검증했으니, 이제 그 능력을 담을 그릇을 검증받을 차례다.
김 감독은 올 시즌이 끝나면 손호영이 이 부위에 대해 집중적인 단련을 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트레이닝파트에서도 계속 생각하고 있고, 김 감독 또한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본다. 지금까지는 아무래도 백업 선수다보니 훈련량이 많았고, 그래서 몸 관리는 아무래도 뒤로 밀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김 감독은 “타격이나 수비 쪽에 집중해서 훈련을 많이 하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소홀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강훈련으로 몸이 힘든데 그것까지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주전 선수가 된 만큼 겨울 동안 차분하게 관리를 하고 해당 부위를 강화하면 내년에는 한결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깔려 있다. 손호영 또한 “다리는 멀쩡한데 아무래도 트레이닝파트 코치님들이 걱정이 좀 되시는 것 같다. 그래서 관리 차원에서 주사를 맞자고 하신다. 맞자고 하면 맞아야지 어떻게 하겠나”고 너무 큰 우려는 안 해도 된다고 강조하면서도 “전력 질주는 야구장에 나가면 또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조절이 안 된다. 나도 경기에 많이 나간 적이 없어서 어느 순간 체력이 안 좋아진다거나 똑같이 했는데도 유독 힘들다거나 그런 날이 있다. 더 관리를 그런 쪽으로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이미 실력을 발휘했다. 건강하게 그 실력을 꾸준하게 발휘하는 게 마지막 관문이라고 할 만하다. 손호영은 김 감독의 ‘주전 선수론’에 고개를 흔들며 의욕을 되새기고 있다. 손호영은 “지금까지 조금 실망스러운 적도 있고 부상 때문에 힘들었던 적도 있는데 그래도 이렇게 1군에서 시합을 뛴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굉장한 천운이다. 나는 항상 그렇게 생각하고 야구장에 나온다”면서 “주전이다 아니다도 중요하지만 시합은 그날 스타팅 나가는 사람이 다 주전이다. 나는 그런 마음으로 항상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처럼 잡은 기회를 부상 때문에 그르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자리를 잡은 손호영이 다음 단계를 응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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