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익 35% 줄었지만 현금 더 쌓았다" 법인세 인하론의 허상
100대 기업 법인세 인하효과 분석➊
낙수효과 노린 정부 법인세 정책
법인세 아낀 기업 고용‧투자 늘렸나
매출액 순위 100개 기업 변화 분석
2023년 당기순이익 36.2% 감소
사내유보금은 되레 44.5% 증가
현금 쟁여놓는데 급급했던 기업들
# 정부가 기업에 적용하는 법인세율을 인하한 지 1년이 훌쩍 지났다. 하지만 법인세 인하 효과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법인세 인하 효과를 다시 한번 분석하기로 했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의 사내유보금·무형자산취득 금액 추이 분석(2022년 3분기와 2023년 3분기), 투자활동현금흐름 분석(2022년과 2023년)에 이어 세번째 분석이다.
# 몇몇 독자의 지적을 받아들여 분석 대상을 시총 상위 50대 기업에서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으로 확대했다.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기업, 정부의 입김이 들어갈 여지가 있는 공기업 등 논란이 일 수 있는 곳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법인세 인하효과를 좀 더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 그렇다면 결괏값은 어땠을까. '법인세 인하'란 수혜를 1년 동안 누린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에 발 벗고 나섰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에도 그렇지 않았다. 매출액 순위 100개 기업의 법인세 인하효과 분석 첫번째 편이다.
![정부의 법인세 인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지 의문이다.[사진=뉴시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8/05/thescoop1/20240805125356285hicc.jpg)
윤석열 정부의 주요 정책 중 논란이 가장 많은 건 감세정책이다. 그중 핵심은 법인세 인하다. 윤 정부는 2022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과세표준 전 구간에서 1%포인트 인하했다. 기업이 법인세에서 아낀 돈을 고용과 투자에 사용하면 침체에 빠진 한국경제가 살아날 것이란 '낙수효과落水效果'를 노린 정책이었다.
시장의 주장은 달랐다. 법인세 인하 정책에도 기업이 고용과 투자를 늘리지 않을 공산이 크다며 반론을 폈다. 세수 부족 현상만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걷힌 법인세는 80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103조6000억원 대비 23조2000억원이나 줄어든 수치다. 정부는 법인세가 쪼그라든 이유를 경기둔화 탓으로 돌렸다. 법인세 인하 효과를 여전히 기대하고 있다는 건데, 그렇다면 국내 기업은 정부의 바람대로 움직였을까.
더스쿠프는 이를 살펴보기 위해 세차례에 걸쳐 법인세 인하 효과를 분석했다(통권 587·588호·594호). 당시 국내 증시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의 사내유보금·무형자산취득 금액(2022년 3분기와 2023년 3분기)과 투자활동현금흐름(2022년과 2023년)을 평가 대상으로 삼았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기업들은 당기순이익이 줄어들 때도 사내유보금을 쌓는 데 급급했다. 무형자산투자에도 소극적이었다. 투자활동현금흐름도 마찬가지였다. 2022년 3분기와 비교해 투자활동현금흐름은 확연한 감소세를 기록했다.
물론 이런 분석에 반론을 제기하는 이들도 많았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이 금고에 쟁여둔 현금이 아니다" "기업이 내부적으로 창출한 무형자산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선 자산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1년 미만의 분석 기간으론 법인세 인하 효과를 온전히 살펴보기 어렵다" "시총 상위 50개 종목으로 법인세 인하 효과를 살피긴 어렵다"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금융회사는 제외해야 한다" "법인세 인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등이 대표적이었다.
그래서 '법인세 인하 효과'를 다시 한번 분석했다. 코스피 상장 기업 중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2년과 2023년의 변화를 살폈다. 앞선 세번의 기사와 같은 사내유보금·무형자산취득 금액·투자활동현금흐름을 분석했다.
우선 독자의 의견을 반영해 법인세 인하 효과의 수혜를 가장 많이 봤을 것으로 예상되는 매출액순으로 분석 대상의 기준을 변경했고, 금융회사는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법인세 인하 효과를 좀 더 확실하게 보기 위해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기업들은 뺐다.
투자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서거나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선 기업도 제외했다. 투자활동현금흐름이 플러스를 기록했다는 것은 생산설비나 부동산, 금융자산과 같은 유·무형자산을 처분해 현금이 유입된 것을 뜻한다. 기업의 사정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건데, 이런 상황에 투자와 고용 확대를 기대하는 건 쉽지 않다. 사내유보금이 마이너스인 기업과 정부의 입김이 닿을 수 있는 공기업 역시 제외했다.
![정부의 법인세 인하 정책에도 주요 기업은 사내유보금을 쌓는데 급급했다.[사진=뉴시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8/05/thescoop1/20240805125357666ewqw.jpg)
이렇게 분석 대상에 빠진 기업(코스피 종목명 기준)은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KB금융,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기업은행,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삼성생명, 한화생명, BNK금융지주, 코리안리, 한화손해보험, DGB금융지주, 지역난방공사, 메리츠금융지주, JB금융지주, 한국금융지주, SK하이닉스, 삼성중공업, LG디스플레이, 카카오, 태영건설, GS건설, SK, 엘앤에프, 이마트, 한화솔루션, HD현대미포, DL, 영풍, 현대백화점, 롯데케미칼, 효성, 효성화학, 계룡건설, 현대오토에버,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HD현대, HDC, KT&G, SK디스커버리, 대우건설, 현대위아, KG케미칼, 금호석유, 한화오션, KG모빌리티, 동원F&B, KCC, GS리테일, 제일기획, 동원산업, DL이앤씨,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삼성E&A, 아시아나항공, 아이마켓코리아, 두산밥캣, 호텔신라 등 62개다.
■ 분석➊ 법인세 1년 총평 = 자! 그럼 지난 1년간의 법인세 인하 효과를 온전히 누린 기업들은 정부의 바람대로 움직였을까. 하나씩 살펴보자. 지난해 매출액 순위 100개 기업의 당기순이익은 83조5444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당기순이익 131조802억원과 비교하면 36.2% 감소했다. 100개 기업 중 49개 기업은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늘었고, 51개 기업은 줄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분석 대상에서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기업을 제외한 값이라는 걸 감안해야 한다. 고금리·고물가정부의 법인세 인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지 의문이다. 고환율 등 3고高로 기업들이 힘겨운 시간을 보냈음을 시사하는 결괏값이다. 분석 대상 중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가장 많이 줄어든 회사는 포스코퓨처엠(친환경 미래소재업체)이었다. 이 회사의 당기순이익은 2022년 1219억원에서 지난해 44억원으로 96.3% 감소했다.
반대로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어난 곳은 넥센(17억7600만원→1004억4900만원)이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 삼성전자의 당기순이익은 55조6540억원에서 15조4871억원으로 72.1% 줄었다.
매출 순위 100개 기업이 낸 법인세 비용은 2022년 11조6905억원에서 지난해 19조9075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를 두고 "법인세 인하에도 세수는 늘었다"고 여길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이는 분석 대상을 당기순이익이 증가한 기업으로 분류해서 나타난 착시다. 분석 대상에서 제외한 기업들을 포함한 매출액 순위 100대 기업의 법인세는 2022년 20조73억원에서 지난해 8조1387억원으로 59.3% 감소했다.
실제로 정부의 법인세 인하 효과를 누린 기업은 적지 않다. 삼성SDI와 BGF리테일이 대표적이다. 삼성SDI의 당기순이익은 2022년 2조393억원에서 지난해 2조660억원으로 1.3% 늘었지만 법인세는 6129억원에서 4200억원으로 31.4% 감소했다.
2022년(1조9353억원)과 지난해(1조9584억원) 비슷한 당기순이익을 올린 BGF리테일도 법인세 비용(605억원→525억원)은 13.2% 줄었다. 법인세 비용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였다. 이 회사의 지난해 법인세 비용은 2378억원으로 전년(747억원) 대비 218.2% 늘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당기순이익은 2022년 1465억원에서 지난해 9769억원으로 6.7배가 됐다.
■ 분석➋ 사내유보금 추이 = 그렇다면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은 어떤 변화를 보였을까. 정부가 법인세를 낮춘 목적대로 투자와 고용에 사용했을까. 이 가설이 맞아떨어졌다면, 사내유보금은 줄어들었을 공산이 크다.
결과는 정부의 기대를 빗나갔다. 기업들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36.2%나 줄었지만, 매출액 상위 100개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2022년 386조4504억원에서 지난해 403조6527억원으로 17조2023억원 증가했다. 사내유보금이 늘어난 기업은 69개에 달했다.
조사 대상의 절반이 넘는 51개 기업의 당기순이익이 2022년 대비 감소했다는 걸 감안하면 아이러니한 수치다. 실제로 실적이 악화한 51개 기업 중 절반이 넘는 27개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늘렸는데, 평균 증가율은 34.4%였다.

사내유보금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LX하우시스다. 이 회사의 사내유보금은 2022년 –6억8400만원에서 1258억1600만원으로 1만8484.1% 증가했다. 그 뒤를 두산에너빌리티(1666.5%·-675억원→1조581억원), 현대로템(438.2%·-341억원→1153억원), 롯데쇼핑(277.9%·-1365억원→2439억원), 삼양홀딩스(237.9%·319억원→1080억원) 등이 이었다. 사내유보금이 늘어난 69개 중 12개 기업은 유보금이 1년 사이 100% 이상 늘어났다.
물론 모든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나머지 31개 기업은 사내유보금이 감소했고, 10% 이상 줄어든 기업도 15개를 기록했다. 특히 넥센·SK텔레콤·HD현대중공업·HD한국조선해양·효성티엔씨·풀무원·두산 등 7개 기업은 당기순이익이 늘어난 상황에서도 사내유보금이 감소했다. 현금을 쟁여놓지 않고 어딘가에 '투자'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의 무형자산 투자금과 투자활동현금흐름은 법인세 인하 1년 후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이 이야기는 다음편에서 이어가겠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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