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나비 달리고, 데이식스 뛰고...폭염도 못 막은 '펜타포트' 록 스피릿 [HI★현장]
기록적 폭염에도 굳건했던 '록 스피릿'...헤드라이너는 잔나비·턴스타일·잭 화이트 헤드라이너
"펜타포트, 소리질러!"
날씨도, 록 스피릿도 뜨거운 현장이었다. 지난 4일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2024 인천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의 대미를 장식한 3일차 공연 현장은 푹푹 찌는 폭염보다 더 뜨거운 음악 팬들의 '록 스피릿'으로 가득했다.
이날 오전부터 30도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으나 '펜타포트' 현장은 입장 시작 전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일찌감치 현장을 찾은 관객들이 몰리면서 현장 입장을 위한 줄부터 길게 늘어섰고, 공연장은 순식간에 관객들로 빼곡히 찼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고 앉아만 있어도 땀이 흐르는 날씨에도 돗자리를 펴고 피크닉존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우산과 모자, 쿨토시와 슬로건 등으로 햇빛을 가리며 더위에 맞섰다.
낮 최고 온도는 34도까지 올라간 만큼 주최 측 역시 온열 질환 방지를 위해 대비에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 행사장 곳곳에 시원한 바람을 쐴 수 있는 쿨버스와 쿨존이 준비돼 있었고, 살수차는 주기적으로 물을 뿌리며 현장의 열기를 식혔다. 실내 공연장인 글로벌 스테이지를 제외한 두 야외 공연장에서는 무대 앞 살수 장치와 현장에 지원 나온 소방차를 이용해 중간중간 스탠딩석 관객들에게 물을 뿌리며 더위를 달랬다.
지난 2일부터 3일간 이어진 '펜타포트'의 대미를 장식한 이날 공연에서는 아사달·지소쿠리클럽·다양성·놀이도감·김늑·더 폴즈· 세일러 허니문·세이수미·매미·선우정아·이상은·세풀투라 등 국내외 뮤지션들이 관객들을 만났다.
메인 스테이지는 리도어·크리피 너츠·터치드·글렌체크·녹황색사회(Ryokuoushoku Shakai)·데이식스·잔나비가 채웠다. 그 중 일본 2인조 힙합 그룹인 크리피 너츠와 혼성 록 밴드 녹황색사회는 올해 '펜타포트'를 통해 첫 내한 공연을 펼치며 국내 음악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내한을 기다려 온 팬들의 열광적인 떼창을 부른 녹황색사회는 공연 내내 준비해 온 한국어 멘트로 관객들과 소통하며 첫 내한의 기쁨을 만끽했다.
최근 밴드신에서 주목을 받으며 급부상 중인 터치드의 '펜타포트' 첫 무대 역시 뜨거웠다. 보컬 윤민은 "저희도 이 순간을 기다렸다. '펜타포트'에 왜 이제야 불러주셨냐"라며 "저희의 첫 '펜타포트' 입성을 함께해주신 여러분, 역사적인 순간을 열심히 채워보겠다"라고 외쳤다.
일렉트로닉 밴드 글랜체크의 대표곡 '식스티즈 카르딘(60's Cardin)' 무대에서는 떼창이 아닌 '떼춤'이 나오는 장관이 펼쳐지기도 했다. DJ 타이거 디스코는 무대 중앙에서 체조에 가까운 느낌의 안무를 선보였고, 팬들은 일제히 이를 따라하며 온 몸으로 무대를 즐겼다.
올해 처음으로 '펜타포트'에 입성함과 동시에 서브 헤드라이너를 맡은 밴드 데이식스의 무대도 압권이었다. 최근 밴드신에서 가장 핫한 밴드답게 데이식스의 무대에는 스탠딩석은 물론, 피크닉존 앞까지 발 디딜 틈 없이 관객들이 몰렸다.
이날 "저희가 펜타포트에 오다니 믿기지 않는다"라며 감격한 데이식스는 '웰컴 투 더 쇼'를 시작으로 '좀비' '콩그레츄레이션스' '예뻤어' '해피' '행복했던 날들이었다'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베스트 파트' 등 팬들 뿐 아니라 관객들이 모두 즐길 수 있는 곡들로 무대를 채웠다. 팬들의 열띤 호응에 멤버들 역시 자리에서 뛰는 등 온 몸으로 공연을 즐기며 열기를 달궜다.
첫 '펜타포트' 무대인데다 서브 헤드라이너를 맡은 만큼 관객들의 기대 속 현장 분위기를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겠으나, 데이식스는 자신들을 대표하는 히트곡을 중심으로 짜여진 세트 리스트로 당차게 '펜타포트' 입성을 알렸다. 데이식스의 음악을 잘 모르는 관객들도 함께 자리에서 뛰고 떼창하게 만든 이들의 '펜타포트' 신고식은 성공적이었다.
3일 차 공연 대망의 헤드라이너는 잔나비였다. '펜타포트 슈퍼 루키' 대상을 받은지 10년 만에 '펜타포트'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오른 잔나비는 벅찬 마음을 무대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최정훈은 무대 위를 내달리며 환호성을 내지르고, 야외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과 뜨겁게 호흡하며 헤드라이너 입성에 대한 기쁨을 드러냈다. 이날 오전부터 잔나비의 공연을 기다려 온 음악 팬들 역시 큰 떼창과 함성으로 잔나비의 첫 헤드라이너 공연을 즐겼다.
이들은 '사랑하긴 했었나요 스쳐가는 인연이었나요' '전설'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나쁜 꿈' '꿈나라 별나라' '알록달록' '정글' '홍콩' 등 대표곡은 물론 잔나비 특유의 감성을 담은 곡들로 무대를 꾸미며 뜨거운 여름밤을 달궜다.
이 밖에도 올해 '펜타포트'에는 미국 하드코어 펑크 밴드 턴스타일·미국 싱어송라이터 잭 화이트가 각 공연의 헤드라이너를 맡으며 각기 다른 매력과 개성으로 15만 명(3일 총 추산 관객)에 달하는 음악 팬들을 홀렸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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