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유럽硏 “韓 연구자 유럽행 ‘경부고속도로’ 깔겠다”
국내 유일의 해외 소재 정부출연연구소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유럽연구소는 독일 자를란트주 자르브뤼켄에 자리잡고 있다. 16개 연구 기관이 입주해 있는 자를란트대 연구개발(R&D) 클러스터에 위치한 KIST 유럽연구소는 1996년 설립돼 지난 28년 간 유럽과의 공동연구 등 국제협력에 앞장섰다.
KIST 유럽연구소는 동물시험대체 독성평가, 계산 독성학 등 ‘환경 안전’ 분야와 마이크로유체역학이나 자성재료를 활용한 ‘바이오센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김용준 환경안전성연구단 단장은 “이 두 분야를 연구소의 중점연구로 선정한 것은 유럽과 닿겠다는 전략이 담겨있다”며 “R&D나 규제 등의 측면에서 유럽이 선도하고 있거나 유럽이 원하는 최첨단 연구를 수행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최근 환경 안전 분야에서는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동물시험을 대체하는 것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오가노이드는 사람의 줄기세포나 체세포를 외부에서 배양해 실제 장기의 기능을 갖도록 만든 유사 생체 장기를 뜻한다. 연구소의 오가노이드 연구를 이끌고 있는 윤주용 환경안전성연구단 선임연구원은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오가노이드 대가로 불리는 한스 쉘러 박사 아래에서 수학했고 2021년 연구소로 합류했다.
윤 선임연구원은 오가노이드를 아예 로봇으로 배양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오가노이드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오가노이드 배양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판단이다. 배양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만능줄기세포 배양, 유지, 분화 유도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약 35~50일이 소요된다.
윤 선임연구원은 “유럽에는 로슈 등 오가노이드 선진 기업들이 많다”며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한다면 국제협력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올해 하반기에는 룩셈부르크 과학기술원(LIST)과 국제협력 연구도 진행한다. 심장 오가노이드가 제대로 배양됐는지 검증하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참여한다.
바이오 센서 분야에서는 자성을 이용해 세탁기나 건조기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을 잡는 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 합성섬유에서 세탁 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이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환경 안전과 바이오센서 분야 선두주자인 KIST 유럽연구소 역시 올해 R&D 예산 삭감을 겪었다. 한 해 약 60억원 정도였던 예산이 올해 약 42억원으로 30% 가량 감소했다. 김수현 KIST 유럽연구소장은 “연구소의 존재가치에 대한 고민을 해야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왔다”며 “연구소가 맡을 수 있는 새로운 역할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때마침 한국의 호라이즌유럽 프로젝트 참여 소식이 들렸다. 호라이즌 유럽은 유럽연합(EU)이 2021년부터 2027년까지 7년간 약 142조원을 지원하는 세계 최대 다자간 연구혁신 프로그램이다. 국내 과학계는 호라이즌 유럽 참여가 국제협력을 확대하는데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KIST유럽연구소 역시 28년간의 유럽 거점 노하우를 살려 한국 연구자와 유럽을 잇는 거점지원센터로의 역할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연구소는 ‘더(THE·Towards Horizon Europe) 브릿지 프로그램’을 내놨다. 지원서 작성은 물론, 호라이즌 유럽의 연구 트렌드도 분석해 제공하는 등 한국 연구자의 호라이즌 과제 수주를 돕는 프로그램이다. 김 소장은 “유럽과의 네트워크는 연구소의 가장 큰 강점”이라며 “그간 한국 과학기술계의 유럽거점으로 활동하며 유럽을 이제 한국과 가까운 나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호라이즌 유럽 프로그램에 더 많은 한국 연구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 이제 국제협력을 성숙화시키겠다”며 “연구소를 유럽과의 국제협력을 위한 경부고속도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자르브뤼켄(독일)=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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