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목소리] 울산 김판곤 신임 감독, "울산은 K리그 리딩구단…처용전사에게 기쁨 드릴 것" [전문]
[스포탈코리아=신문로] 배웅기 기자= 울산 HD FC(이하 울산) '바람의 파이터' 김판곤(55) 신임 감독이 28년 만의 친정팀 복귀에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김판곤 감독은 5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아산정책연구원 1층 강당에서 울산 사령탑 취임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달 28일 부임이 확정된 후 29일 입국한 김판곤 감독은 곧바로 선수단을 이끌고 훈련을 진행했으며, 오는 10일 대구FC와 하나은행 K리그1 2024 26라운드 홈경기를 통해 첫선을 보인다.
이날 구단은 김판곤 감독의 울산 선수 시절 플레이 동영상 및 공식 인터뷰, 부임 후 훈련 장면을 차례로 공개했으며 이후 김광국 대표이사 환영사, 취임 소감 발표, 질의응답 순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이하 김판곤 감독 기자회견 전문.
- 취임 소감
기자회견에 참석해 주신 미디어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28년 전 겨울 상당히 무거운 마음과 아쉬움을 가득 안고 울산을 떠났다. 28년이 지나 울산 감독으로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은 제 개인적으로 상당히 영광스럽고, 기쁘기도 하지만 책임감도 갖고 여기 앉았다.
제가 27년 전 지도자를 시작했다. 당시 갖고 시작한 모토가 하나 있다. 지나가는 하나의 감독이 아닌 '바로 그 감독'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선수로서) 많은 지도자를 경험해 봤지만 제 나름대로 배고픔이 있었고, 더욱 나은 감독이 돼 선수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그렇게 길을 걸어온 게 오늘까지 27년 걸렸다.
선수 시절 별명이 '바람의 파이터'였다. 최배달 씨가 '도장 깨기'로 유명한데 저 역시 지도자를 시작하고 지금껏 도장 깨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가는 모든 곳이 처음이었고, 기대보다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모든 걸 극복하고 오늘 이 자리에 왔다. 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는 걸 알고 있다. 이번에도 도장 깨기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자신감을 갖고, 책임감 있게 최선을 다해 구단과 팬분들이 기대하는 모든 것을 이루도록 노력하겠다. 많은 격려 부탁드린다.
- 울산에서 어떠한 도장 깨기를 해나가고 싶은지.
저는 항상 도전자 입장이다. 일천한 경력을 지니고 홍콩 국가대표팀 감독이 될 때 모든 사람이 약간의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첫 대회인 동아시안컵 2차 예선에서 북한을 눌렀고, 이후 동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한축구협회(KFA)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돼서도 똑같은 시선이 있었다. 저는 최선을 다했고,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시절에도 역사에 남을법한 기록을 남겼다.
울산 또한 K리그1 및 코리아컵 우승 경쟁을 해나가고 있고, 항상 그래왔듯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우승을 목표로 준비하는 팀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 출전하는 것도 상당히 큰 동기로 작용했다. 도전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
저는 항상 K리그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먼저 (K리그에) 오겠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느 구단이 되든 때를 기다리고 있었고, 부름이 왔을 때 응답했다. 저는 어디를 가든지 그 위치가 제 역량을 모두 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홍콩 감독을 할 때도 제 역량을 높이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금도 부족할 수 있지만 좋은 감독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 짧게나마 선수단을 만났고, 훈련을 이끌었는데.
어제를 포함해 (훈련) 세션 4번 진행했다. 선수들과 같이해보니 질적으로 우수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홍명보 전임 감독님께서 팀을 잘 성장시켰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위기나 구성면에서 안정적이고, 선수들 성품도 좋았다. 저는 팀을 어떻게 한 단계 더 발전시킬 것인지 고심해 봐야 할 것 같다.
- 시즌 중도에 부임했는데 후반기를 어떻게 꾸려 나가고 싶은지.
어제 선수들과 어떠한 방식과 철학으로 승리를 추구할 것인지 이야기를 나눴고, 제 신념을 전해줬다. 저는 능동적인 공격 전개와 주도적인 수비 리딩을 추구하고 있다. 이 두 가지를 바탕으로 경기의 1분부터 90분까지 지배하고, 통제하며 승리를 가져오겠다. 전임 감독의 좋은 모습은 이어갈 것이지만 개인적으로 공격적인 수비를 좋아한다. 팬분들이 더 좋아하실 수 있게끔 팀을 다이나믹하게 만들고, 상대 실수를 기다리기보다 유발하는 축구를 하겠다.
전술 변화에 대해서는 (선수들에게) "울산 선수 개개인의 수준은 대표팀급 아닌가. 여러분이 대표팀에 잠깐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대표팀은 3일 준비해서 4일 차에 경기해야 한다. 내가 제시하는 전술적 제안을 빠르게 습득해 경기를 치르는 역량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저는 선수들이 얼마든지 그렇게 반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저 역시 대표팀을 운영해오면서 짧은 시간 내에 소통하고 명확한 축구를 만드는 것은 자신 있다.
울산이 제 친정팀이기도 하기 때문에 평소에도 관심 있게 봐왔다. 선수 정보를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제 잠깐이나마 연습경기를 해봤는데 더욱 많이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제가 요구하는 스타일과 전술적인 부분에 있어 적합한 선수를 찾고, 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
- K리그 무대 정식 지휘봉을 잡게 된 것은 처음이다.
K리그는 1위부터 12위까지 언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치열한 구도다. 전력 차가 난다 해도 눈에 크게 띄지 않는다. 매 경기 상당히 힘들고, 숨 막히는 경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노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저는 K리그를 보며 수동적이고, 소극적이며 상대 실수를 기다리는 수비에 부정적 인상이 있었다. 트렌드가 주도적으로 바뀌어 나가고 있다고 하지만 공격적 측면에서는 애를 쓰는 지도자가 많은 반면 능동적인 수비를 하는 팀은 보지 못한 것 같다. 울산은 K리그 리딩구단이기 때문에 전술적 방향부터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울산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 요인이 있다면.
대표팀 감독을 계속해서 경험하는 시점에 생각해 봤다. 친정팀으로서 울산을 한번 와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다만 시간을 갖고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좋은 시점이었으면 했다. (시즌 중도 부임이) 걸림돌이기는 했지만 우승 전력과 ACL 진출 등 동기부여와 무엇보다 좋은 경기력을 끌어내고 말겠다는 제 마음가짐이 있었기 때문에 크게 염려되지는 않았다. 제가 부산아이파크 감독대행 시절 22경기 못 이긴 팀을 4연승으로 분위기 뒤집은 경험도 있다. 27년간 쌓아온 경험이 (부정적 요소를) 커버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 KFA 대표팀감독선임위원장 당시 사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에는 기존 코칭스태프진과 일을 하게 됐는데.
사단이 함께 움직이는 건 매우 중요하다. 물론 제 상황은 그렇지 않다. 앞서 사단을 이끌어본 적도 없다. 요소, 요소 전문가를 모셔와 제가 교육을 하고, 원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기존 코칭스태프진이라고 해도 추구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연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경수 수석코치는 제가 KFA 대표팀감독선임위원장 시절 직접 대학선발팀 감독으로 선임했고, 모니터링한 바 있다. 조광수 코치는 정보위원으로 있을 때 소통했다. 이케다 세이고 코치와는 부산아이파크, 홍콩에서 일을 같이했다. 대부분 소통이 잘 되는 관계이고, 무엇보다 저는 명확하게 전달하는 편이다. 각 직책마다 역할과 임무, 책임에 대해 뚜렷한 솔루션을 제공하기 때문에 일사불란하게 잘 해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 가장 큰 영감을 받은 지도자가 있다면.
(지도자 커리어) 초반에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축구에 상당히 빠져있었다. 영업 비밀이기는 하지만(웃음) 퍼거슨 감독이 추구하는 승리 비법에 있어 인상적인 부분이 많았다. 지금의 제 철학과 게임 모델에도 들어가 있다. 퍼거슨 감독은 전술적 역량뿐 아니라 선수 및 구단 전체를 관리하는 매니저로서 능력이 특출나다. (저 또한) 매니저로서 시야를 넓히는 역량을 키우기 위해 애를 써왔다.
- 울산 사령탑으로서 이뤄내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울산이 지난 3년 반 동안 상향곡선을 그리다가 올 시즌 잠시 주춤했다. 그 부분을 해결하고, 정상궤도에 다시 오를 수 있도록 전력을 가다듬겠다. 고참은 고참의 역할이 있고, 중고참은 중고참의 역할이, 어린 아이들은 어린 아이들의 역할이 있다. 나이대별로 리더십 역시 선수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다.
무엇보다도 저를 비롯한 코칭스태프진은 선수들이 하고 싶다는 의지를 가지면 도와주고, 지원하는 사람이다. 감독은 동기부여를 잘 시켜주고, 훈련 세션을 제공해 이길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직업이다. 선수들이 갈증을 갖고 '우승해야겠다', '클럽 월드컵 16강을 가야겠다' 같은 구체적인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돕겠다. 제 개인적으로는 리그·코리아컵 우승, ACL 결승 진출이 목표다. 처용전사에게 기쁨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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