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병인줄 알았는데 또” 코로나 재유행에 치료제 확보 발등의 불
진단키트 판매 껑충…약 처방 늘어
국내 백신 업체도 위탁생산 재개 움직임
스포츠 강사 박민지(36)씨는 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이후 지난 4일 다시 코로나 감염을 확인했다. 두통과 오한, 기침, 콧물 증상이 있어 냉방병인 줄 알았는데 감기약을 먹어도 낫지 않고 더 아파서 코로나 자가진단 키트로 검사해 보니 양성이 나왔다. 나중에 열이 38.2도까지 올랐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4주간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5.1배 급증했다. 7월 1주 91명이던 신규 입원 환자가 7월 4주 465명 발생했다. 기온이 오르면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데다 국내외 이동이 늘어나는 시기여서 바이러스 전파에 속도가 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 코로나19가 다시 퍼지면서 백신과 치료제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가 대유행에서 엔데믹(풍토병화)으로 국면 전환되면서 국산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과 생산이 멈춘 가운데,다른 나라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 수요가 갑자기 늘어난 탓이다.
◇코로나 치료제 수요 늘면서 품귀 현상
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미국 머크(MSD)의 라게브리오 같은 코로나 치료제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현장 약사들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 확진 환자들이 늘면서 코로나19 국면 전환 이후 처방이 거의 없던 의약품들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보건소와 약국들은 제약사에게 공급 일정을 더 당겨 달라고 요청하며 해당 의약품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보건 당국도 우선 7월 팍스로비드 공급분을 7만 6000여명분으로 6월 대비 100배 이상 늘렸다.
식퓸의약품안전처가 정식 허가한 코로나 치료제는 팍스로비드, 라게브리오와 셀트리온의 렉키로나 등 3개 품목이다. 이 중 유일한 국산 코로나 치료제인 렉키로나는 2023년 이후 생산이 중단됐고, 생산 재개 계획도 없다. 렉키로나는 항체 치료제여서 바이러스 변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바이러스 변이가 많이 이뤄져 현재 렉키로나 생산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팍스로비드는 코로나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화학합성의약품이고, 리보핵산(RNA) 유사체인 라게브리오는 바이러스의 복제를 막는다. 두 치료제 모두 먹는 약이다. 간 장애가 있거나 고혈압약·진통제·협심증약·부정맥약 등 병용 금기 약물 37종(국내 허가 약물은 26종)을 복용하고 있으면 팍스로비드를 사용할 수 없다. 이런 환자에게 라게브리오가 대체 의약품이다.
◇국산 백신 생산도 중단, 재개 움직임
최근 국내 코로나19 유행을 이끄는 바이러스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KP.3다. KP.3 변이는 올해 상반기 유행한 JN.1에서 유래한 변이다. JN.1보다 바이러스 표면의 돌기에 있는 S단백질에 3개의 추가 변이를 지니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KP.3 검출률은 6월 12.1%에서 7월 39.8%로 크게 늘었고, JN.1 변이의 7월 3주 검출률은 19.5%로 6월 59.3%보다 39.8%포인트 줄었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백신 국산화에 열을 올렸으나 결국 다시 글로벌 기업들의 의약품에 수급을 의존해야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일한 국산 코로나19 백신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원도 생산이 중단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현재 스카이코비원 백신 생산 계획은 없다”며 “미국 노바백스의 백신을 국내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모더나가 변이 백신을 국내에서 새로 허가받으면 위탁 생산할 가능성이 있다.
질병청은 10월 중 화이자, 모더나, 노바백스의 코로나19 신규 백신을 도입해,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다. 홍정익 질병청 감염병정책국장은 “이번에 신규 도입할 예정인 백신은 현재 유행하고 있는 KP.3의 조상 격이자 상반기에 상당히 유행한 오미크론 계열 변이 바이러스인 JN.1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라며 “JN.1 예방백신은 현재 유행 중인 KP.3 또는 KP.2에 대해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수족구병·백일해·마이코플라스마폐렴까지 겹쳐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뿐 아니라 수족구병, 백일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같은 감염병도 동시에 유행하고 있다. 여름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 데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병 전파 빨라진 경향이다.
이에 코로나19 진단키트뿐 아니라 해열진통제, 기침감기약, 소염제 같은 의약품 수요도 증가세다. 약국 현장 데이터 분석 서비스 케어인사이트에 따르면 7월 21일부터 27일(30주차) 인후 질병 치료제 판매량은 전주 대비 15.4% 증가했다.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의 판매량은 전주 대비 43.8% 증가했다.
다른 국가도 코로나19가 확산세다. 프랑스 파리 올림픽 출전 선수들 사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선 마스크를 착용하고,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게 과로나 수면 부족을 피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가정과 회사는 자주 환기하는 게 중요하다. 냉방기를 가동한 채 종일 창문을 닫아두면 바이러스가 더 잘 전파될 수 있다.
영유아는 어린이집, 유치원 등을 다녀온 뒤 손 씻기는 물론 입가심(가글), 양치질해 입안을 헹구고, 아이가 열이 나거나 호흡기 증상을 보이면 등원·등교하지 말고 먼저 진료부터 받아야 한다. 현재 코로나19 격리 기준이 완화돼 양성이여도 격리가 의무가 아니지만, 증상이 심한 경우 5일 정도는 타인에게 전파되지 않게 조심하면서 충분히 쉬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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