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룰을 바꿔?” 완벽 대비… “우리 훈련 베껴?” 금세 혁신[2024 파리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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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양궁은 종주국이 아니지만 세계 양궁계의 '공적'이 된 지 오래다.
세계양궁연맹(WA)은 국제대회에서의 한국으로의 메달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끊임없는 룰(rule) 개정을 시도해왔다.
불합리한 변화와 한계를 넘어 한국 양궁이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 된 것은 경쟁국의 추격 의지를 꺾는 4가지 초격차(超格差) 전략이 있었기 때문이다.
매년 세계 양궁계는 한국의 새로운 훈련법에 초미의 관심을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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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준비 : 세트제 변화에 적응
인재양성 : 초교부터 양궁 수업
시스템 : 혹독한 선발 평가전
혁신 : 로봇 등 신기술 도입
파리=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한국 양궁은 종주국이 아니지만 세계 양궁계의 ‘공적’이 된 지 오래다. 세계양궁연맹(WA)은 국제대회에서의 한국으로의 메달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끊임없는 룰(rule) 개정을 시도해왔다. 한국 양궁은 납득할 수 없는 변화에 대한 거부를 하기 전에 철저히 준비하며 새로운 룰에 오히려 더 강해졌다. 불합리한 변화와 한계를 넘어 한국 양궁이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 된 것은 경쟁국의 추격 의지를 꺾는 4가지 초격차(超格差) 전략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양궁은 ‘변화’를 루틴으로 간주할 정도로 빠른 대응에 익숙해져 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본격적으로 도입된 세트제는 총합점수가 높은 한국 선수들에게 명백히 불리한 제도였다. 교대발사 시간(1발을 쏘고 다음 1발을 쏠 때까지의 시간)도 2004년에는 40초이던 것이 2008년에는 30초로 줄어들었고, 이마저도 런던에서는 20초로 줄었다. 쏘는 발수와 대기 시간이 줄어듦에 따라 절대강자도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지만 한국 양궁에는 큰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파리올림픽 기간 TV 화면을 통해 나타난 선수들의 심박수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유지한 것은 위기상황에 대한 ‘멘털 훈련’을 해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연습 과정에서 경험해 본 상황이기 때문이다. 비바람 등 날씨의 변화, 관중석의 소음도, 예상치 못한 상대방의 갑작스러운 선전도 모두 다 당황할 이유가 없는 장면이었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는 로봇궁사와의 대결을 통해 상대 선수가 퍼펙트에 가까운 실력을 발휘할 때 대처법도 훈련했다. 사실상 ‘복불복’에 가까운 슛오프 1발의 화살도 대표팀은 끊임없이 해왔던 연습이다.
두 번째는 인재에 대한 투자다. 선수층이 얇아지면 그 뿌리가 흔들릴 수밖에 없고, 국제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대한양궁협회는 2022년부터 전국 각지 초·중·고등학교 체육 수업과 학교 스포츠 클럽에서 양궁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양궁협회는 16개 시도 초·중학생 엘리트 선수에게 활과 화살을 지원하는 등 선수 육성에도 힘써왔다. 이런 노력으로 저출생 상황에서도 지난 10년간 국내 양궁(리커브) 등록 선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2015년 1398명이던 엘리트 선수 수는 2022년 1635명에서 2023년 1733명으로 정점을 찍었고, 올해엔 1627명이 각 학교 양궁부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세 번째는 수십 년간 축적된 양궁협회의 시스템이다.
“한국 양궁에 금수저가 없다”는 말은 철저한 실력 위주의 대표 선발 과정을 압축하는 말이다. 여자 양궁 3관왕인 임시현(21·한국체대)이 개인전 금메달 시상식에서 왼손으로 이른바 ‘바늘구멍’ 세리머니를 한 것은 대표 선발부터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관문을 철저히 실력으로 통과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네 번째는 끊임없는 훈련법의 혁신과 선수들의 노력이다. 활의 현을 입술의 중심이 아닌 오른쪽에 빗겨서 쏘는 이른바 ‘사이드 앵커’ 등 한국이 만들어낸 기술은 세계 양궁 기술의 흐름을 주도하고 표준이 돼 왔다.
매년 세계 양궁계는 한국의 새로운 훈련법에 초미의 관심을 집중한다. 이런 훈련법도 선수들의 피나는 노력 위에서 가능했다. 임시현은 1년에 쏘는 화살 개수에 대한 질문에 웃으며 “그걸 셀 수 있을까요?”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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