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 마 탄핵’ 해악과 최종 피해자[포럼]

2024. 8. 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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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지난 2일 국회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강행 처리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취임 당일 탄핵안이 발의돼 이날 표결로 직무를 시작한 지 단 이틀 만에 직무를 정지당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권리만 행사할 뿐 법적으로 책임지지 않으니 탄핵을 조자룡 헌 창 쓰듯 휘두르는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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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지난 2일 국회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강행 처리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취임 당일 탄핵안이 발의돼 이날 표결로 직무를 시작한 지 단 이틀 만에 직무를 정지당했다. 탄핵은 행정부와 사법부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게 헌법이 입법부에 부여한 기능이다. 대통령을 비롯해 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 각부의 장, 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 중앙선관위 위원, 감사원장, 검사 등이 직무 집행에서 헌법·법률을 위반했을 때는 국회가 탄핵소추를 할 수 있게 해 권력 균형을 유지하고 준법 의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탄핵은 다른 법률적 제재 방법이 불가능할 때 최후 수단이 돼야 한다는 것이 이 제도를 도입한 모든 국가에서 채택하는 원칙이다. 이 위원장의 경우, 취임 당일에 무슨 중대한 헌법 및 법률 위반을 범할 수 있었겠는가. 죄가 있다면 국회에서 다수를 점한 야당의 뜻을 거슬러 정부·여당 몫 공영방송 이사들을 임명한 것뿐이다. 자신들의 몫인 이사들은 추천하지 않으면서 이 위원장의 취임 전부터 공영방송 이사들을 임명하면 탄핵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었다는 점에 비추어 헌법이나 법률 위반보다는 공영방송을 사실상 장악하려는 목적에서 비롯한 탄핵임이 분명해 보인다.

이 위원장 탄핵의 사례에서 보듯이, 야당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탄핵을 일상화하고 있다. 제22대 국회 개원 후 야당이 추진한 탄핵안은 7건이다. 1주일에 1건꼴이다. 이 가운데는 이상인 전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도 있었고 이재명 전 대표와 민주당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강백신·김영철·박상용·엄희준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도 있다. 이들 검사는 이 전 대표의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대장동·백현동’ 의혹과 ‘민주당 돈봉투 사건’ 등을 맡고 있다. 헌법상의 규정과는 무관한, 이 전 대표 방호를 위한 정치적 목적의 탄핵이라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그동안 탄핵은 일부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한 것도 사실이다. 두 명의 대통령이 탄핵소추되면서 최고 권력자도 헌법·법률을 위반하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분명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일상화된 탄핵은 탄핵 제도의 원래 기능과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 고위 공직자의 지위를 불안하게 할 뿐 아니라 탄핵을 둘러싼 여야 극한 대립으로 민생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특정 정당과 특정 정치인은 득을 볼지 모르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실제로 22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된 민생 법안은 전무하다.

정치적 목적의 탄핵 남발을 막기 위해 현행 탄핵 제도를 개선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엄격히 행사해야 할 탄핵을 정치권이 쉽게 꺼내고 있는 것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기각 또는 각하되더라도 정치적 책임 이외에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 데 일단의 이유가 있다고 보인다. 민간인의 경우, 거짓으로 고소하거나 고발하면 무고죄로 처벌받고, 민사상 엄청난 손해배상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권리만 행사할 뿐 법적으로 책임지지 않으니 탄핵을 조자룡 헌 창 쓰듯 휘두르는 측면이 있다. 헌법은 쉽게 손볼 수 없겠지만, 국회법에서라도 탄핵 남발을 억제할 최소한의 장치가 언젠가는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이영조 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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