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개조한 ‘수퍼 저탄소 소’…다 거짓말입니다
“저는 지난해 아마존 밀림을 밀어내고 만든 초지에서 태어난 소입니다. 그런데 우리를 고기로 만들어 파는 회사가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소’를 만드는 게 멀지 않았다고 광고를 하던데요? 그거 정말입니까?”(제보자 해피카우)(☞28회에서 이어짐)
미국 뉴욕 주가 다국적 육가공업체인 JB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뉴스가 전해진 이튿날, 엉망진창 행성 조사반의 홈스 반장과 왓슨 요원은 레티샤 제임스 뉴욕 주 법무부 장관을 찾아갔어요. 2018년 민주당 소속으로 법무장관에 선출된 최초의 아프리카계 여성 미국인이었죠. 그녀가 말했어요.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은 힘들게 번 돈으로 환경에 더 좋은 브랜드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기후위기에 조금이라도 손길을 보태려고요. 그런데, JBS처럼 거짓말로 광고하는 것은 이런 보통 사람을 오도하고 지구를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예요. 대중의 혀를 장악했으니, 무서울 게 없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7100만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의 거짓말
“JBS가 무엇을 그린워싱 했다는 거죠?”
홈스 반장의 물음에 제임스 장관이 신문 한 장을 테이블 위로 던졌어요. 2021년 4월25일 ‘뉴욕타임스’에 실린 JBS 광고였죠.
농업은 기후위기 해결책의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 없는 베이컨, 치킨윙 그리고 스테이크는 가능합니다.
제임스 장관이 설명했어요.
“JBS 한 기업이 내보내는 온실가스 양이 연간 7100만톤이에요. 대한민국이 한 해 배출하는 양의 대략 10분의 1 정도라고 하면, 얼마나 많은지 아시겠죠? 기업 한 곳의 배출량이 그렇게 많아요.”
“온실가스 제로 베이컨은 불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왓슨 요원의 물음에 장관이 피식 웃었어요.
“JBS는 공공연히 2040년 탄소중립을 선전했어요. 열심히 해도 달성하기 힘든 목표인데, 이 친구들은 제대로 된 계획 하나 만들지 않고 그렇게 광고하고 다녔죠. 처음이 아니에요. 2023년 JBS의 계열사인 스위프트와 앵거스 비프는 탄소중립 광고를 중단하라고 전국광고심의위원회에서 통보받았죠. 탄소중립 베이컨을 만들겠다는 공식적이고도 검증된 계획이 없는데도, 그렇게 광고하는 건 위법입니다.”
“요즈음엔 무턱대고 기후변화, 탄소중립을 갖다 붙이는 게 유행이니, 뭐…”
왓슨이 혀를 끌끌 찼어요.
“최근 JBS는 ‘슈퍼 저탄소 소’를 개발했다며, 자신들을 방어하기 시작했죠.”
“슈퍼 저탄소 소요?”
홈스와 왓슨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어요. 장관이 대답했어요.
“거짓말이에요. 우리가 완벽한 증거를 가지고 있어요. 내부 제보자가 있거든요. 그들이 브라질의 비밀 연구소에서 개발했다는 슈퍼 저탄소 소가 제보자예요.”
아마존 밀림의 제보자
장관은 비밀 연구소가 아마존 밀림 한가운데 있다고 했어요. 아마존의 들머리인 브라질 마나우스에서 하얀 배의 선장이 우리를 기다릴 거라고 했죠.
그와 함께 우리는 배를 타고 영화 ‘지옥의 묵시록’ 같은 암흑의 핵심으로 들어갔어요. 인적은 드물어지고 숲의 녹음과 습기 그리고 음산한 기운만 짙어졌어요. 하얀 배의 선장이 겁을 주었어요.
“포싯 대령이라고 들어보셨우? 영국의 지리학자이자 고고학자 그리고 포병 장교였죠. 100여 년 전, 그는 이 강에서 아나콘다와 거대한 거미를 봤죠. 아마존 강 어딘가에 ‘엘도라도’ 혹은 ‘잃어버린 도시 Z’가 있다며 평생을 찾아다닌 미치광이였죠.”
“Z요?”
“그렇소. 그는 아마존에 진보한 문명이 없다는 관념에 반대했어요. 깊은 숲속에 그리스, 로마 시대 같은 도시 문명이 있다고 생각했지. 도시 전체가 황금으로 만들어졌다는 소문도 있었고. 슈퍼 저탄소 소 연구소는 바로 그 자리에 세워졌어요. 가장 고대의 것인 소에서 가장 현대적인 저탄소 문명을 만들겠다는 거요.”
과연 보름 넘게 숲속을 항해하자, 확 트인 개활지가 나타났어요. 수십 마리의 소가 풀을 뜯고 있었고, 중심에는 이층건물이 세워져 있었죠. 하얀 배의 선장이 말했어요.
“하늘에서 보면 지그재그로 연결된 Z자 형태의 건물이라고 하더군. 몰래 다가가 뒷쪽 건물로 가보시오. 거기에 제보자가 살 거요.”
배에서 뛰어내린 홈스와 왓슨은 풀밭을 기어서 접근했어요. 뒷편 건물은 외부 공간과 차단된 실험동이었어요. 입구에 방진복이 걸려 있길래, 왠지 입어야만 할 거 같아서, 둘은 방진복을 입고 들어갔죠. 복도를 마주보고 양쪽으로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방 여섯 개가 있었어요. 방마다 소 한 마리씩 갇혀 있었고요. ‘온실가스 체임버’였어요. 소를 밀폐된 방에 가둔 뒤, 사료를 급여하고 온실가스인 메탄이 얼마나 나오는지 측정하는 실험실이었죠.
각 방에는 ‘내일의 소’라고 쓰여진 전자 현황판도 붙어 있었어요. 사료 급여량과 메탄 발생량을 실시간으로 표시하고 있었죠.
그때 맨 오른쪽 방에서 얼룩소 한 마리가 조심스럽게 유리벽을 두드렸어요.
“당신이 제보자군요!”
“쉿! 장관이 보낸 사람들이군요. 어서 저 현황판 사진을 찍어 장관에게 전달해 주세요. 업체 주장과는 달리 소의 메탄 발생량은 줄어들지 않고 있어요. 슈퍼 저탄소 소? 다 거짓말입니다.”
그때 실험동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가 홈스와 왓슨을 쳐다보고 있었죠.
“당신들은 누구죠?”
왓슨이 기지를 발휘해 대답했어요.
“저희는 잃어버린 도시 Z를 찾으러 한국에서 온 탐험가들입니다. 우리는 포싯 대령 이야기를 알고 있습니다. 그가 마침내 찾은 엘도라도가 바로 이곳이라는 것도요. 이 건물이 Z자 형태를 띠고 있더군요.”
남자는 의심을 거둔 거 같았어요.
“맞소. 이곳에 아마존의 고대 문명이 있었죠. 하지만 황금은커녕 돌기둥 하나 없는 소박한 나무 도시였어요. 어쨌든 우리는 고대 문명을 기념하기 위해 건물을 지은 것이오. 그러나저러나 저는 ‘캐틀맨’입니다만, 당신들 이름은…?”
소에서 메탄을 없애는 ‘내일의 소’ 프로젝트
경계심을 푼 캐틀맨은 연구소에 관해 설명해주었어요. 그는 소의 신체를 개조하는 광범위한 프로젝트, 그러니까 ‘내일의 소’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했어요.
“미국에서 1946~48년 진행된 ‘내일의 닭’(The Chicken of Tomorrow) 경연대회를 본뜬 거요. 미국 농무부(USDA)와 식료품점 체인인 A&P가 연 이 대회를 통해 고기를 많이 지닌 육계 품종이 탄생했죠. 하지만, 내일의 소는 그보다 훨씬 친환경적인 이상을 가지고 있어요. 바로 기후악당이라고 불릴 만큼 온실가스 배출기계인 소에게서 메탄을 없애는 것이라오.”
내일의 소 프로젝트는 크게 세 분야에서 진행된다고 했어요.
첫째, 소화 능력이 좋은 소, 되새김질 과정에서 메탄이 적게 나오는 개체를 선별하는 작업. 일종의 저탄소 유전자 선별이죠. “그런 다음 저탄소 개체끼리 교배시킵니다. 몇 대를 거치면, 탄소가 거의 안 나오는 송아지가 얻을 수 있겠죠. 그들의 유전자도 분석하고 있습니다.”
둘째, 메탄 억제제 개발. “해초와 유산균 등 각종 원료를 소에게 먹여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메탄이 나오는지 저 온실가스 체임버에서 확인합니다.”
셋째, 사료 급여량과 운동량 그리고 메탄 배출량의 최적 지점을 찾기. “우리 연구소에서 사육되는 소의 사료 급여량과 운동량 그리고 메탄 배출량은 실시간으로 측정돼 중앙의 서버에 저장됩니다. 빅데이터가 쌓이면 우리는 최소 메탄 배출량을 기준으로 얼마만큼 사료를 줘야 할지, 운동을 시켜야 할지 결정하게 됩니다.”
캐틀맨은 자랑스럽게 말했어요.
“지금 우리는 아마존에서 미래의 소를 진화시키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 인간과 지구를 구원할 ‘수퍼 저탄소 소’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 소만 있다면, 온실가스 농도가 500ppm이 넘어도, 마음껏 소고기를 먹을 수 있습니다.”
홈스 반장이 머리를 갸웃하며 물었습니다.
“그런 수퍼 저탄소 소를 만든다 칩시다. 탄소를 줄인 만큼 사람들이 소고기를 더 많이 먹으면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붉은 해가 아마존의 녹색 밀림 위로 저물고 있었습니다. 강 하류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소 방목지를 만들기 위해 누군가 산불을 낸 게 틀림없었습니다. 소는 새로운 진화의 변곡점을 통과하고 있었습니다.
*본문의 과학적 사실은 실제 논문과 보고서를 인용했습니다.
남종영 환경저널리스트·기후변화와동물연구소장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검은 월요일’ 코스피, 2500선마저 붕괴…아시아 증시 줄폭락
- ‘3관왕’ 김우진 “메달 땄다고 젖지 말라, 해 뜨면 마른다”
- ‘윤 명예훼손’ 수사에 ‘수천명 통신조회’…“김건희는 했나?”
- 15초 강한 난기류…몽골행 대한항공 승객·승무원 10여명 부상
- 이스라엘군, 가자 학교·병원 폭격 “최소 44명 사망”…어린이가 80%
- 일본 닛케이지수도 6.2% 폭락…서킷 브레이커 발동
- 북, ‘전술핵’ 발사대 250대 최전방에…김정은도 “힘에 의한 평화”
- 해리스, ‘유대인’ 셔피로 부통령 후보 택할까 말까
- 안세영 “낭만 있게 끝내겠다”…오늘 허빙자오와 결승
- 네발로 점프·긴 꼬리로 턴…미국 체조팀 ‘힐링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