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썰] “발전적 해체? 아니, 그냥 해체해달라” 얘기 나오는 방통위
노진호 기자 2024. 8. 5. 11:27
“이럴 것 같으면 발전적 해체가 필요할 듯합니다.”
“아니요, 그냥 해체가 절실합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 '사태'를 겪으며 모 방통위 공무원이 한 말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위원장 부재 상태와 2인 체제, 직무대행 체제의 반복으로 사실상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불능 상태가 된 지 오래입니다.
지난해 말에는 141개 지상파 방송사의 재허가가 미뤄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인앱결제를 강제한 구글과 애플에 대해 과징금 680억원을 부과하겠다고 보도자료를 낸 지도 10개월이 지났지만, 실제 과징금은 감감무소식입니다. 뉴스 알고리즘 조작 의혹과 관련한 네이버 사실조사, 급격하게 요금을 인상한 OTT들에 대한 사실조사, 인공지능 이용자 보호법 추진 등 한때 떠들썩했던 현안들도 갈 곳 잃은 지 오래입니다.
방통위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출입기자로서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방통위는 2008년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출범했습니다. 여론을 움직이는 '레거시' 미디어의 힘이 셌던 때였고, 이들의 허가·승인을 챙기는 기관이기에 여야 합의 하에 관리해야 한다는 논의의 결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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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위원회 요원…어쩌다 이렇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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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합의의 정신은 국회 추천 몫을 대통령이 사실상 거부하면서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과방위원장이 된 최민희 전 의원은 민주당 몫으로 추천됐지만 대통령실은 가타부타 언급 없이 7개월간 임명을 하지 않았고, 결국 최 전 의원은 스스로 내정자의 지위를 내려놓았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자, 민주당은 더 이상 추천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최 전 의원이 통신사들이 회원사로 있는 한국정보산업연합회의 상근 부회장 출신이라 결격 사유에 대한 유권 해석이 필요하다는 당시 여권의 주장은 일견 일리가 있었지만, 7개월간 결론을 내지 않은 건 솔직히 말해 의도가 없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진솔한 소통과 해결 없이는 앞으로도 민주당은 쉽게 방통위원과 방심위원을 추천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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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위원회 통해 공영방송 관리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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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위원회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공영방송과 민영방송 간 차이가 사실상 없습니다. 공영방송을 자부하는 MBC나 대표 민영방송인 SBS나 시청 이용자들이 느끼는 방송의 내용은 매한가지입니다. 이 때문에 공영방송위원회를 설립해 공영방송의 정의부터 세우고, 공영방송은 공영방송위원회에서 공영답게 관리하고, 민영은 K콘텐츠 붐을 이끌어 글로벌 미디어 산업성을 강화할 수 있는 진흥 독임 부처로 넘겨 민영답게 관리해가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그래야 공영방송의 헤게모니를 두고 벌어지는 정치권 다툼이 다른 영역으로 번지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늘 새 정부가 들어서면 희망에 찬 그림을 그리곤 합니다. 윤석열 정부도 2022년 4월 인수위원회 시절 미디어 분야에 대해 브리핑하며 첫 번째 과제로 “미디어 전반에 걸친 낡고 과도한 규제를 혁신하고, 디지털미디어·콘텐츠 산업의 혁신 성장을 이끌어 글로벌미디어 강국을 실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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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위원회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공영방송과 민영방송 간 차이가 사실상 없습니다. 공영방송을 자부하는 MBC나 대표 민영방송인 SBS나 시청 이용자들이 느끼는 방송의 내용은 매한가지입니다. 이 때문에 공영방송위원회를 설립해 공영방송의 정의부터 세우고, 공영방송은 공영방송위원회에서 공영답게 관리하고, 민영은 K콘텐츠 붐을 이끌어 글로벌 미디어 산업성을 강화할 수 있는 진흥 독임 부처로 넘겨 민영답게 관리해가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그래야 공영방송의 헤게모니를 두고 벌어지는 정치권 다툼이 다른 영역으로 번지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늘 새 정부가 들어서면 희망에 찬 그림을 그리곤 합니다. 윤석열 정부도 2022년 4월 인수위원회 시절 미디어 분야에 대해 브리핑하며 첫 번째 과제로 “미디어 전반에 걸친 낡고 과도한 규제를 혁신하고, 디지털미디어·콘텐츠 산업의 혁신 성장을 이끌어 글로벌미디어 강국을 실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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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후순위로 밀린 미디어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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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취임사에선 순서가 뒤바뀌었습니다. 이 위원장은 우선 과제로 '미디어 공공성 회복'을 들었고, '글로벌 미디어 강국으로서의 혁신 성장'은 두 번째에 가서야 언급됐습니다. 언뜻 크지 않아 보이는 미미한 차이지만 미디어 산업 전반에서 느끼는 차이는 결코 작지가 않습니다.
공영방송의 리더십을 둔 반복되는 싸움 속에서, 누군가는 망가져 가는 K-미디어 산업을 바라보며 진흥과 미디어 공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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