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관왕 임시현에 “턱 흉터 시술할 거냐”…성차별적 진행·인터뷰 논란
2024 파리올림픽을 중계하는 방송사들이 성차별적 진행과 인터뷰로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한국 여자 양궁 에이스 임시현(21·한국체대)은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양궁 여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여자 단체전, 혼성 단체전에 이은 3번째 금메달이었다.
문제가 된 장면은 올림픽 개회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SBS가 진행한 ‘챗터뷰’에서 연출됐다. 수다를 떨듯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뤄지는 인터뷰 코너다. 대회에 임하는 각오 등을 밝히는 임시현에게 취재진은 “턱에 활 자국이 있다”고 말한다. 활을 쏠 때 당긴 시위가 입술 아래 턱에 닿으면서 생긴 상처다. 임시현이 “이제 뭐 그냥 무뎌졌다. 이미 착색이 됐다”고 대답하자 취재진은 “시술할 생각이 없느냐”고 질문한다. 레이저 시술 등을 통해 상처를 지울 계획이 있는지 물은 것이다.
인터뷰 내용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시청자들은 여자 선수에게 외모가 중요하다는 전제 하에 나온 질문이라는 점에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남성 레슬링 선수들의 ‘만두 귀’(동그랗게 접힌 귀)가 영광의 상처처럼 여겨지는 데 반해 여성 선수에게만 시술 의사를 묻는 것이 명백한 차별이라는 것이다.
SBS는 부적절한 유튜브 섬네일(미리보기)로도 비판을 받았다. SBS의 ‘스브스스포츠’ 채널은 지난 3일 임시현과 남수현(19·순천시청)이 맞붙은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 하이라이트 영상을 업로드하면서 ‘임시현, 안산 언니 보고 있나’라는 섬네일 제목을 붙였다. 임시현이 2020 도쿄올림픽 3관왕이자 전 국가대표 선수인 안산(23·광주은행)을 이겼다는 의미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도 않은 안산과의 대결 구도를 임의로 설정한 것은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해묵은 프레임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SBS는 결국 섬네일 제목을 ‘임시현 백투백 3관왕’으로 수정했다.
경기 중계 중 부적절한 표현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2일 치러진 양궁 여자 개인전 32강에서다. 레자 오츠타비아(인도네시아)와 대결을 벌이던 임시현의 얼굴에 벌 2마리가 날아들었다. 그러자 KBS 기보배 해설위원은 “아니 왜 우리 선수들만 오면 벌들이 모이는 것이냐”며 “(벌이) 역시 꽃을 알아본다”고 말했다. 선수를 꽃에 비유한 것으로, 선수로서의 역량이 아닌 외모 평가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 성차별적인 표현에 해당한다.
성평등한 올림픽에 대한 요구는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는 파리올림픽 개최에 앞서 ‘성평등 올림픽’을 위한 보도지침을 공개했다. ‘남성 선수라면 하지 않을 질문을 준비하지 않았는지’, ‘여성 선수를 외모 중심으로 묘사하거나 여성 선수의 외모를 평가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는지’ 등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관 방송사인 올림픽방송서비스(OBS)도 파리 현지의 올림픽의 촬영진에게 여성 선수를 남성 선수와 같은 방식으로 촬영하라는 공식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여성 선수의 신체 부위를 부각하는 등 성차별적 시선이 중계에 담기지 않도록 하라는 취지다.
https://www.khan.co.kr/world/europe-russia/article/202407301307001
https://www.khan.co.kr/sports/olympic-asian_games/article/202407300853011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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