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자체가 부정됐던 이들 '실미도'...국방부 장관 53년 만에 사과한다

국방부 장관이 실미도 사건에 대해 53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사과를 합니다.

국방부는 이르면 오는 9월 열리는 실미도 부대원 4명의 유해 발굴 개토제에서 김서영 국방부 군인권개선추진단장이 신원식 장관의 사과문을 대독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실미도 부대 공작원

실미도 사건은 1971년 북파공작원 양성훈련을 받던 부대원들이 부당한 처우에 항의하며 무장 탈영한 뒤 서울까지 진출해 교전을 벌이다 숨진 사건입니다.

중앙정보부와 공군은 1968년 1월 김신조 등 북한 무장 공비의 서울 침투에 대응해 북한 침투를 목표로 그해 4월 실미도 부대를 창설했습니다.

가혹한 훈련과 부당한 대우에 시달리던 부대원 24명은 1971년 부대를 탈출해 서울로 향했습니다. 대방동까지 진출해 군경과 대치하며 교전을 벌인 끝에 20명이 숨졌습니다.

살아남은 4명은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사형을 집행한 공군은 그 사실조차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시신은 가족에게 인도하지 않고 암매장했습니다.

과거 우리 정부는 북파공작원과 같은 특수임무 수행 부대원들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주권이 미치지 않는 지역에서 첩보 및 공작 활동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계급과 군번을 부여받지 않았으며, 서류상으로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미도 사건은 2003년 강우석 감독의 영화 '실미도'로도 만들어지며 당시 부대원들에 대한 인권침해 실태가 알려졌습니다.

이후 2004년 '특수임무 수행자 보상에 관한 법률'과 '특수임무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등이 제정되면서 특수임무수행 대원들의 존재가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한편 국방부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2006년)와 진실화해위원회(2022년)는 실미도 사건과 불법 암매장 등에 대해 국가 차원의 사과를 권고한 바 있습니다.